민주계보, '신자유주의의 덫' 뛰어 넘을 수 있을까?

강철규 교수의 '경제 민주화론' 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12.02.11 09:30수정 2012.02.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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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과 12월 대선.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앞두고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은 '좌향 좌' 를 향해 나아가는 듯 보인다. 정세균 체제 당시 '뉴민주당 플랜'을 제시하며 복지·분배보다 성장에 강조점을 두었던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한 뒤 통합진보당과 구분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진보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고, '뉴라이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했던 한나라당 역시 이에 동조하며 각종 복지·분배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환의 해'의 위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진보의 움직임'이 과연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내실에 따라 달려있다. 사실 현재 '진보'를 말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유권자들의 표심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정치권의 변화 움직임을 '진정한 변화' 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한 번 떠난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듯, 이번 선거의 해를 그냥 떠나보낼 경우 앞으로 언제 이런 기회를 다시 잡을지 결코 기약할 수 없으므로. 자, 그렇다면 과연 유권자들은 무엇을 향해 움직여야 하는 것일까? 어떤 길을 택해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히 다져진 '새로운 토양' 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

'신자유주의의 덫'을 뛰어 넘는 것이 관건이다

사실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민주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이 두 차례나, 그것도 연이어 집권한 바가 있다. 하지만 그 1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을지언정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범위, 즉 '경제적인 문제' 에서는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국민들은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고, 이에 진보진영은 보수진영 측에서 15%에 가까운 표를 잠식한 독자 후보인 이회창 씨가 선거에 뛰어들었음에도 이명박 후보에게 500만 표라는 초유의 표차로 패하고 만 것이다.

진보진영의 쓰라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많은 것을 이루어 놓았다고 생각한 정치, 사회 분야에서의 '개혁', '변화' 들이 자신들 집권 이전으로 너무나 빠르게 회귀하는 것을 두 눈 뜬 채 멍하니 지켜보기만 해야 했기 때문이다. 10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수 년이 채 필요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무엇이 진보진영이 국민들의 경제적 분야에서의 개혁 열망을 읽지 못하게 하여 정권을 잃게 만들고, 무엇이 진보진영이 그토록 힘들게 쌓아올린 공탑을 불과 1, 2년 만에 무너뜨린 것인가? '신자유주의'라는 문제에서 그 답을 말하는 것은 오늘날 이제 어려울 것이 없게 되었다.


집권 10년간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는 정치 사회적 분야의 개혁에만 골몰하며 국민들의 뜻을 상당부분 저버렸다. 이는 그들이 국민들의 뜻을 어느 정도 곡해한 것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이 내부 주류 사이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DJ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공기업을 매각하는 데에 앞장 섰고, 노무현 정권에서는 정권의 실세들이 '신자유주의의 필연성'을 이야기(유시민 등)하고 친 대기업 성향을 유감없이 들어냈다(이광재 등).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무지는 결국 경제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등의 다른 분야에서도 실패를 이끌어 내고 말았다. 힘들게 이루어 놓은 것들도 사실상 모든 분야의 기초와 다름없는 경제 분야에서의 변화가 뒷받침 되지 못했기에 금새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제 영역을 '변화의 대상' 으로 보지 못한 '신자유주의의 덫' 에 빠진 죄로 진보진영은 눈물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덫을 뛰어 넘는 것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강철규 교수 - 재벌 개혁- 신자유주의 라는 이상한 트라이앵글

헌데 민주통합당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한 왕년의 경제민주화 주도 인사인 강철규 교수를 보니 과연 이것이 쉽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분명 강철규 교수는 공정위를 개설하고 대기업 비리를 공격하는 데 앞장 서는 등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하긴 했지만, '재벌 개혁' 이라는 분야에서 만큼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강 교수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대다수의 경제 민주화 전문가들이 내놓은 핵심 정책은 주주자본주의의 활성화다. 동시에 대기업 오너 일가 등 소수 인사들이 주식을 대량 보유하는 것을 막음으로서 소액주주 중심으로 민주적 합의에 의해, 절차에 의해 이루어 지는 기업 운영이 바로 경제 민주화 세력이 말하는 재벌 개혁의 목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주주자본주의의 추구가 신자유주이랑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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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부키

장하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5장에서 주주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가 기업, 국가, 사회에 얼마나 큰 문제점들을 일으켜 왔는가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주주중심의 이익추구를 경영권 수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를 추진하다 보니 사회적 공헌, 국가 경제 도움 등은 부차적 목표로 제쳐두게 되고, 이는 결국 장기적 기업 투자의 감소, 노동자 대량 해고, 기업 부지 해외 이전 등으로 이어지게 되어 기업을 포함한 관련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역시 2월 8일자 정승일 칼럼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잘 지적한 바 있다. 칼럼은 "민주통합당이 발표하는 재벌개혁안은 10년 전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즉 집중투표제와 증권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 강화 등을 통한 소액주주권 강화와 적대적 기업 사냥 활성화가 그 목표이다. 국제 석학들은 이를 주주자본주의라고 지칭한다. … 강철규 교수 등이 주주자본주의에 대해 사과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 이는 단기투자자 수익 극대화, 즉 국내외 주식펀드들의 낙원화로 … 과연 이것이 99%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한 길인가?" 라며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까지 민주세력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이루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시간이 흐른다 해서 쉽게 달라질 것이 없음 역시 시사해 주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함정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장하준 교수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수많은 '신자유주의의 함정', 즉 그 덫들을 파해치고 있다. 이미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은 사람들의 뇌리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각인되었기에 '신자유주의 사고관이 상식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변화의 해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에게 이 책을, 변화의 해를 이끌어갈 책임을 진 정치인들 및 예비 정치인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이 책이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오늘날 경제 분야에서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시 되는 시점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야를 가지기 위한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아울러 다시 지난 10년의 실수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길을 잡아줄 나침반의 역할도 해 줄 것이다. 이제 룰렛은 돌기 시작했다.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변화가 시작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적어도 '신자유주의의 함정은 어디에나 있다' 는 사실만 간과하지 않는다면 민주통합당도, 강철규 교수도 신자유주의를 다시 1 중대로 앞세우는 실책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부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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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건진 자본주의

#북리뷰 #신자유주의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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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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