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사업 18공구 창녕함안보.
윤성효
재판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현재까지 500억 원 이상의 공사비, 300억 원 이상의 국고지원이 들어간 대형 국책사업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사업은 4대강사업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개정시행령에서 면제 대상에 '재해예방'사업을 추가로 삽입했던 것에 대해, 재판부는 "행정부가 재해예방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그 시급한 추진이 필요하다고만 하면 그 사업시행으로 국가재정파탄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더라도, 행정부 스스로 통제할 방안이 없어지게 되어 건전한 국가재정에 반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의 '시급성'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기획재정부 내 재정사업평가자문회의의 의견만 수렴하여 시급성이 인정된다고 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피고(정부) 주장 자체로도 재해예방이라는 것이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한다고 하는데 역사상 낙동강 본류가 대규모로 범람한 적이 없고, 낙동강 대부분 구간은 2m의 홍수여유고가 확보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급변하는 이상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길어야 6개월도 걸리지 않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시킬 정도로 사업 추진이 시급한 것인지 수긍할 수 없다"며 "보․준설 사업의 추진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성을 요하는 것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위법하지만 취소는 못해... 이유는 '사정판결' 때문그러면 4대강사업이 위법인데 왜 하천공사를 취소하라고 판결하지 않은 것인가? '사정판결(事情判決)'이 그 이유다. 행정처분이 위법하면 취소하는 게 원칙이나 이를 경우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하는 판결을 말한다.
행정소송법에 보면,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사정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대법원도 이전 비슷한 사건에서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을 취소·변경하여야 할 필요와 그 취소·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태 등을 비교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4대강사업은 공공복리에 적합한가? 재판부는 "사업은 이미 대부분 공정이 90% 이상 완료되어 이를 원상회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보·준설이 완료된 상황에서 원래대로 회복한다는 조치는 국가재정의 효율성과 기술적·환경침해적으로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았다.
또 재판부는 "사업 집행을 위해 광범위한 토지에 대한 수용절차가 이미 완료되는 등 기왕의 처분을 토대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과 새로운 법률관계가 이미 형성되었고, 뒤늦게 이를 취소한다면 기존에 형성된 법률 관계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굳이 처분을 취소하여, 이를 토대로 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그 효력을 유지하되 다만 이 판결의 주문에서 처분이 위법함을 명시하는 것이 공공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고,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낙동강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법률이 정한 절차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고, 만약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관련된 처분은 위법한 처분임을 명백히 선언한다"면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므로, 행정소송법이 정한 사정판결을 하기로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되, 관련된 처분이 위법함을 판결문 주문에 명백히 표시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