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서한을 전달하려는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법원경비대 간의 몸싸움
신종철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2시 40분경 대법원 정문을 통해 들어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대법원장님, 서기호 판사의 여임 탈락 결정을 재고하여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전달하려고 시도했으나, 현관문을 굳게 걸어 잠근 법원경비대에 의해 저지당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문을 잠그는 게 양승태 대법원장이 말하는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이냐. 문을 열어라", "대법원은 근무시간에 문을 닫아 놓고, 사건접수도 안 하냐"라고 따졌으나 법원경비대가 현관문을 원천봉쇄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법원경비대로부터 "이분들 다 끄집어 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측 간에 언쟁이 오간 뒤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호일 법원본부장 3명만 대표로 들어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하겠다고도 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공무원들은 "대표 3명만 들어가겠다는 것도 왜 못하게 하냐. 이러니까 사법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도 왔는데 대법원장 비서실에서라도 나와 서한을 받아줘야 하는 게 예의 아니냐. 문을 닫아 놓고 소통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그러자 대법원 관계자는 "옆문에 있는 종합민원실에 접수해 달라"고 말했고, 이에 이상원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은 "예전에도 정문으로 들어갔다. 왜 막아서 소통 안 되는 법원으로 언론에 보도되게 하느냐"고 지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밀고 들어가자는 참가자들과 이를 막는 법원경비대들과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관문 밖에서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법원경비대원들 10여 명이 문에 기대며 버텼다. 물론 현관문 안팎에서는 법원경비대원들이 계속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며 채증작업도 벌였다.
참다못한 한 법원공무원은 "같은 법원직원끼리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야지 이게 뭐냐, 몸싸움까지 하고..."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계속해서 저지당하자 법원공무원들은 현관문 앞에서 다시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사법부 독립 침해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퇴하라"고 거듭 구호를 제창해 대법원에 울려 퍼졌다.
법원공무원들은 "사법부 수장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슬픈 현실"이라며 "사법살인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데 또 다시 대법원장으로부터 사법권 침해를 받고 있다. 사법권 독립을 위해 법원본부는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윤석 법원본부 부위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 연임제도를 악용해 양심 판사를 쫓아냈다"며 "법원본부는 여러 단체와 연계해 서기호 판사와 같은 양심판사를 지켜내겠다.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대법원장은 이번 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민 서울북부지부장도 "서기호 판사가 연임에서 박탈당하는 것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런 식의 불공평하고 부당한 권력으로 서 판사를 직장에서 몰아 낼 수 없다"며 "우리 직원들조차 못 들어가게 하는데, 밖에서 우릴 어떻게 보겠는가.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서기호 판사는 서울북부지법 소속이다. 이 때문인지 서기호 판사가 17일 법복을 벗는데 그럼 서울북부지부 상근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운 소리도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후 3시10분께 다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시 저지당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행정관리실장이나 비서실장이 나와 받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나오지 않는 것이냐"며 "우리 직원끼리 싸우는 꼴이 뭐냐"고 소통을 거부하는 대법원에 탄식했다.
특히 지부장 출신인 한 법원공무원은 "이렇게 불통하는 게 바로 대법원이다. 이러니 판사들이 쪼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한 번 혼나 봐야 한다"고 대법원을 일갈했다.
"국민 분노가 대법원 포위할 것...대법원장 중도사퇴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