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을 '제2의 후쿠시마'로 만들 수 없다"

경북 녹색당 박혜령 예비후보, 평범한 '농민 엄마'에서 '탈핵 후보'로 출마

등록 2012.02.15 10:55수정 2012.02.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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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이 경북 영덕.울진, 영양, 봉화 지역구에 '탈핵후보'를 공천하고 19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녹색당이 경북 영덕.울진, 영양, 봉화 지역구에 '탈핵후보'를 공천하고 19대 총선에 뛰어들었다.조정훈

"우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가르치는 부모로서 이 땅을 제2의 후쿠시마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창당을 준비해 온 경북 녹색당 준비모임이 경북 영덕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하고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영덕·울진·영양·봉화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기로 했다.

'영덕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인 박혜령(43)씨는 지난 13일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을 제2의 후쿠시마로 만들 수는 없다"며 '탈핵 후보', '녹색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2011년 봄 영덕군수가 핵발전소 유치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6월부터 핵발전소 반대 대책위를 만들어 활동해 온 박 집행위원장은 "선거를 이용해 주민에게 핵 위험을 제대로 알릴 기회라고 여겼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핵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도시의 에너지 소비를 위해 농촌지역의 주민이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역의 여건에 맞는 건강한 지역발전 모색, 지속가능 한 미래지향적인 국가의 에너지수급 계획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핵발전소는 에너지의 문제를 넘어 생명의 문제이며 우리 삶의 문제이고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지속가능 한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고 자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발의 논리에만 치우쳐 발생하는 비민주적이고 비공개적인 의사결정 행태를 없애기 위해 주민의 건강한 비판과 비전을 포용하는 정치문화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박혜령 예비후보는 대구 출신으로 대구경일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97년에 귀농해 영덕에서 10년째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으며 그녀가 사는 갈천2리 부녀회장과 포항MBC 영덕 통신원을 지냈다.


영덕은 지난해 12월 23일 강원도 삼척과 함께 신규 원전 후보지로 선정돼 각각 4기 이상의 원전을 세울 계획이지만 지역 주민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승수 녹색당 사무책임자는 "지금 동해안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이 자리가 한국의 에너지 정책, 핵발전 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탈핵 운동본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총선이 한국 사회 탈핵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계기인 만큼 영덕과 삼척의 신규 핵발전소를 막아내고 고리와 월성의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할 탈핵 후보의 출현은 너무도 바람직하다"며 박혜령 후보의 출마를 환영했다.

 경북 녹색당은 지난 13일 오후 영덕 마이웨딩에서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경북 녹색당은 지난 13일 오후 영덕 마이웨딩에서 발기인대회를 가졌다.조정훈

한편 이날 오후에는 영덕 마이웨딩에서 경북 녹색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운영위원회 임원선출과 발기인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고 자립과 자치를 할 수 있는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함께 모였다"며 "우리는 엘리트가 아니라 풀뿌리 사람들의 힘으로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는 경주, 경산, 포항, 안동, 울진을 포함한 경북 각 시·군에서 농민과 주부, 자영업자, 학계, 전문가그룹을 포함해 1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녹색당은 전국에 5천 명 이상이 모여 오는 3월 4일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현주씨가 창당준비위원장을, 하승수 변호사가 사무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녹색당 후보로 영덕.울진.영양.봉화 선거구에 출마하는 박혜령 예비후보
녹색당 후보로 영덕.울진.영양.봉화 선거구에 출마하는 박혜령 예비후보조정훈

다음은 박혜령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 녹색당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영덕에 핵발전소를 유치하려고 하는 이때 녹색당이 핵 문제를 가장 중심에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녹색당의 의지를 확인하고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

- 총선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영덕핵발전소 후보지 선정 이후 주민의 반대가 70%를 넘고 있지만, 절차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서 선거 기간을 통해 주민의 여론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 앞으로 어떤 공약을 내세울 건가?
"첫째는 탈핵의 문제를 영덕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구 전체에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둘째는 지역민 대부분이 농민들이기 때문에 소농을 지원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 세 번째는 원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난개발 등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행정 행태를 막아내는 데 노력할 것이다."

-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당운동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수 있다. 어려움은 없는가.
"주위 분들이 많은 걱정을 하신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하는 협소한 정치가 아닌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엔티뉴스(www.tnt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엔티뉴스(www.tnt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녹색당 #박혜령 #19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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