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곡서원정몽주의 제자 오국화 선생을 기리는 서원
정만진
정몽주 제자 오국화, 세상 인연 끊고 의성으로의성읍에서 5번 국도 아닌 지방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다 보면 단촌면 경계에 거의 닿을 무렵 길가 왼쪽에 '愚谷書院(우곡서원)' 네 글자가 뚜렷한 화강암 푯말이 나타난다. 의성읍 업리 1133번지에 있는 이 서원은 정몽주의 제자인 고려말의 오국화(吳國華) 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스승인 포은 정몽주가 선죽교(善竹橋)에서 이방원(李芳遠, 뒷날 태종) 일 파에게 살해당할 때 제자인 선생은 영남 지방 안렴사(安廉使, 지금의 도지사)로서 순찰 중이었다. 비보를 받은 선생은 그 자리에 안렴사 직인을 파묻고, 사흘 동안 통곡을 한 끝에 세상과 인연을 끊었다. 이성계가 왕이 된 후 여러 번 불렀지만, 선생은 "더러운 말을 들어 귀가 더러워졌다"면서 맑은 냇물에 귀만 씻었다. 물론 이성계의 부름에는 따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냇물을 세이천(洗耳川)이라 불렀는데, 지금의 단촌면 세촌리의 이름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돌에 새겨져 있는 그의 시 두 편이 답사자의 눈길과 마음을 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기 이전이었으므로, 그가 남긴 시는 당연히 한시(漢詩)이다. 후손들이 세운 유시비(遺詩碑)에는 한시는 물론 우리말로 옮겨진 글도 새겨져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젊은 후손들도 그렇고, 웬만한 답사자들도 그 뜻을 읽어내지 못할 터이니, 우곡서원과 유시비를 건립한 이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淸風懷靖節 黃花祭夷齊 맑은 바람은 전원생활을 즐기던 도연명을 생각하게 하고가을의 황국화는 백이 숙제의 높은 절개를 그리워하게 하는구나한시를 읽고 나서, 그 아래에 적혀 있는 한글 번역시도 읊어본다.
樹含紅色繡紋如 可惜丹心日送虛世上深情樽有酒 性中近思道遺書나무는 붉은빛을 머금은 듯하건마는나의 일편단심은 날로 허송함이 애석하구나세상에 깊은 정을 풀기에는 술독에 술이 있고내 마음속에 지닌 상념은 도덕의 글이 끼쳐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