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땅' 거리며 노는 사람들... 이젠 그만!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③] 분배의 불공평

등록 2012.02.16 18:14수정 2012.02.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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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공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최우선 정책 목표는 경제성장이었다.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종합소득세 인하 및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 등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현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애초 공약은 물론 지난 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오히려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기본 의도는 파이를 키워 모든 국민들이 좀 더 많이 나눠 갖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분배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경제가 성장함에도 분배 상태가 나빠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에 의한 결과는 정의로운 것인가? 정의롭지 않다면 그러한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정책은 있는가?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먼저 통계청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의 변화 추이를 보면, 1990년에서 2010년까지 시장소득의 지니계수는 일부 기간 급격히 상승 및 하락하는 국면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계속 높아졌다. 즉 소득의 불평등은 계속 나빠졌다. 특히 경제위기를 겪었던 1997년과 1998년 사이에 급격히 악화되었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불평등한 수준일까? OECD 국가의 소득분배 지니계수의 평균은 0.31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보다 0.001이 높은 0.312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중간 정도이다. 우리나라보다 소득 분배가 불평등한 나라들로는 가장 불평등이 심한 멕시코(0.474)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있고, 우리나라보다 소득 분배가 평등한 나라로는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등이 있다(이하 통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40~154쪽 참조).

한 개인이나 가구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소득에 비해 자산이 오히려 더 나은 점이 있다. 자산은 소득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소득의 격차는 자산의 격차로 이어진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작아도 그러한 소득 축적이 이루어질 경우 자산의 불평등은 더욱 커지질 수밖에 없다. 기존 연구에서 조사된 우리나라 자산의 지니계수는 대부분 0.6-0.8 정도의 값을 가진다. 소득에 비해 상당한 정도로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 주요 국가의 부의 지니계수도 대부분 0.6~0.8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우리나라 부의 분배와 비슷한 불평등도를 나타낸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일본이 낮은 편이고, 덴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영국이 높은 편에 속한다.

부의 불평등의 주요 원인은 부동산이다


a  위례신도시가 들어서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경기 하남시 학암동 일대의 모습(자료사진).

위례신도시가 들어서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경기 하남시 학암동 일대의 모습(자료사진). ⓒ 선대식


소득보다 자산의 분배가 더 불평등하다. 이정희 국회의원실에서 분석한 자료를 통해 자산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자산의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산 상위계층으로 갈수록 부동산 자산의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의 비율이 낮다. 특히 10분위에서는 부동산 자산이 총자산의 83%나 차지한다. 또한 부동산 자산 내에서 거주주택 외의 자산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10분위에서는 거주주택 외 자산이 거주주택 자산 비율보다 더 커지는 비율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덴마크, 대만, 캐나다 등은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고, 스페인, 폴란드,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은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금융자산에 비해 토지 및 주택자산의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주요 산업이 농․임업이거나, 금융제도의 미성숙, 인플레이션의 위험 등으로 설명된다.


우리나라의 부자는 금융자산에 비해 부동산 자산을 아주 많이 갖고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실제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사용하지 않는 토지를 뜻하는 거주주택 외 자산의 비율이 10분위에서는 총자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왜 부동산 자산, 실제 거주하지 않은 부동산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답을 알고 있는 상식적인 문제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집값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은 자신의 부를 부풀리기에 가장 좋은 자산이어서 누구나 돈만 있다면 부동산을 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타적인 인간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 한국 사회에서는 부동산을 가능한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주식, 자동차 등에 비해 토지, 집의 가격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부자들은 부동산 자산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득을 얻기에 이렇게 부동산자산의 비중이 높을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양도차익률에서 주식이 72.6%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토지 68.4%, 기타건물 37.4%, 기타자산 36.8%, 주택이 36.8%이다. 주식이 부동산자산보다 양도차익률이 높지만, 부동산의 양도가액이 주식의 양도가액보다 크기 때문에 양도차익에서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특히 지역별 부동산의 양도차익을 보게 되면 매우 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서울 지역의 양도차익은 약 180조 원에 육박한다. 전국 양도차익 약 222조 원의 약 81%나 되는 큰 금액이다. 다음으로 경기 지역이 22조 원으로 전체의 약 10%이다. 즉 같은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수도권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큰 매매차익을 얻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정의롭지 못하다

물질적 분배의 불평등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개인의 능력이 있다.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더 뛰어난 지적·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 더 많은 소득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업가나 현재 마라도나의 재림이라 칭송받는 축구선수 메시나 호날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들보다 더 나은 성취동기와 근면성을 갖고 있다면, 이 역시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더 나은 소득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같은 클럽 내 선수들에 비해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 부족할지는 몰라도 성실성 측면에서는 칭찬받는 박지성 선수가 있다.

가정환경도 중요한 요인이다. 부유한 가정에 태어난다면 향후 소득을 더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재벌가에 태어난다는 것은 장차 젊은 나이에 한 기업의 CEO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외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조세정책 등도 개인의 소득 및 재산에 영향을 미친다. FTA 등과 같은 국제관계도 중요하다. 또한 지금은 많이 시들해졌지만, 한때 우리나라에서 최고 407억 원이라는 당첨금을 만들기도 했던 로또복권 등과 같은 우연적 요소에 의해 자산이 증가될 수도 있다.

이처럼 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원인을 단순화해 보면, 크게 개인의 '선택' 영역과 개인의 선택과는 상관없는 '여건'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분배원인은 사회제도 및 정책에 의해 분배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56~157쪽 참조).

개인의 선택과 관계없는 원인이 분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의로운 것인가? 선천적으로 더 뛰어난 능력을 갖고 태어나 그로 인해 더 많은 소득을 버는 것,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남들보다 좋은 기회를 갖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누구나 머리를 끄덕일만한 답을 내놓기가 쉽지만은 않다. 여전히 논쟁적인 철학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공정하다고, 다른 누군가는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토지불로소득을 사유화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토지불로소득이란 자신의 생산적 노력과는 무관하게 단지 토지소유자라는 자격만으로 얻는 이익을 말한다. 앞서 살펴본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의한 매매차익은 사실상 모두 불로소득이다. 현대 사회에서 토지소유자의 노력으로 땅값이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토지 수요는 증가하지만 토지는 거의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전국의 다른 지역보다 서울 지역의 땅이 비싼 이유도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발전을 겪으면서 모든 사회적·경제적 자원이 서울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1970년대 강남 개발로 서울의 중심 기능이 강남으로 이동하면서 강남의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땅값, 강남 땅값이 비싼 이유는 전 국민의 노력으로 일구어 낸 경제성장과 정부의 도시계획 등에 의한 것이지만, 서울과 강남의 땅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국민이 노력한 결과의 부산물 전부를 독식한다. 최근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서울 강남과 수도권 신도시에 있는 아파트값이 급등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짧은 기간 안에 지역과 주거형태에 따라 자산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부동산 투기에 매달리게 되고, 부동산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치솟는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의 선택과 관계없는 원인, 선천적 능력, 가정환경 등에 의해 분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의로운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토지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모두 독차지한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사회주의는 말할 것도 없이, 롤즈와 같이 자유와 평등을 모두 강조하는 자유주의(liberalism)는 물론, 극단적 자유를 강조하는 최대자유주의(libertarianism)에서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60~161쪽 참조).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는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

지난 수십, 아니 수백 년 동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이루어져 왔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물질적 분배는 매우 불평등하고 더 심화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미국의 사상가이자 재야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지금과 똑같이 "사회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의문을 품고 다음과 같은 해답을 찾았다.

즉 헨리 조지는 빈곤의 원인을 토지 가치의 발생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그 가치를 전부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보아 토지사유제를 거부하고,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토지의 공유화를 주장하였다. 헨리 조지의 토지 공유화는 토지의 모든 권리에 대한 전면적 공유화가 아닌 토지의 가치 이외의 권리를 보장하는 토지가치공유제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참조).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해서, 그것이 공정한 분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는 토지를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얻는 소득을 환수해야 한다. 따라서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면 이러한 정책을 우선 순위의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럴 때에만 공정한 사회를 위한 주춧돌을 비로소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구찬동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구찬동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공정한 분배 #토지불로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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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 연구소는 토지에 대한 평등한 토지권 정신(지공주의)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의 근간인 토지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경제정의를 세울 수 있는 이론 구축과 실행 가능한 정책대안 제시를 목표로 한다. 현재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하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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