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공지영! 쫄지 말고, 맨발로 달려라 공지영!

'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 이상문학상 대상작

등록 2012.02.18 16:31수정 2012.02.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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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 문학사상

공.지.영. 요새 우리에게 이처럼 Hot~ 하게 다가온 작가가 또 있을까. 단지 대중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보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은 공지영에게로 갔으니 말이다.

작년 한 해 <도가니>라는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공지영이 최근 들어서는 비행기에서 탄 좌석이며 공항에서 든 백까지 태클이 걸리더니, 소신 발언 한마디로 맹렬히 공격을 받으며 트위터를 떠났다.


나꼼수의 비키니사건(또는 코피사건)에 관한 공지영의 입장표명이 그렇게나 큰 공격으로 다가올 줄은 본인도 몰랐을것이다. 나도 몰랐다.

일단 나의 샐깔을 밝히겠다. 나는 나꼼수를 지지한다. 그리고 공지영을 지지하고 사랑한다. 본론에 앞서 이렇게 입장을 분명히 밝혀두는 것은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추측성 댓글을 하시는 분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함이다. 비키니사건은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고 '맨발로 글목을 돌다' 작품을 살펴보겠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 이 작품에서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개인의 삶 전체가 짓밟혀버린 사람들이 등장한다.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24년 만에 돌아온 일본인 H씨, 14세 때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돌아온 한국인 순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유대인이 그들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작가는 담담히 자신을 말한다. 억압도 철창도 담도 없었으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법적 종속으로 희망이라는 가면을 쓴 집착으로 억압돼 살아왔던 자신을 담담히 고백한다.

(나는 이래서 공지영이 좋다. 잘난 척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하고 경계짓지 않는다. 감히 그들의 상황에 놓여 있지 않으면서, 이러쿵 저러쿵 충고하지 않는다. 그저 뜨거운 감성으로 공감할 줄 아는 공지영을 나는 사랑한다.)

일본인 H씨는 북한에 납치된 24년 동안 완전한 단절 속에서 살아왔으나, 이상하게도 환한 웃음과 너무나도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안돼! 그걸로는 못갚아! 일본인 젊은 기집애들 강제로 끌어다가 우리 젊은 애들한테 던져줘버려!"라는 위안부 할머니의 말을 옮기며, 위안부에서 풀려난 지 반세기가 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깊은 회한과 저주 혹은, 원한 등의 상처의 깊이가 실감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했던 말은 이보다 더 심했다고 밝혀두었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던 자신도 지금은 담담히 글을 써내는 작가가 되었고, 24년을 갇혀 있던 H씨도 아이러니 하지만 한국 책을 번역하는 일로 돈을 벌며 살고 있고, 지옥보다 더 끔찍한 아우슈비츠에서 자살한 사람보다 도쿄에서 자살한 사람이 더 많다는 H의 발언을 담담히 옮기지만,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는 그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폭력, 그중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공지영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끝에서 공지영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말이다. 하지만, 작품을 들여다보면 공지영은 분명히 외쳤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그 말이 맞지 않는다고 분명히 외쳤다.

자 다시 비키니 논란으로 돌아가보자. 만약, 공지영까지 나꼼수의 비키니 논란에 대해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지 맙시다!"하는 식의  발언을 했다면, 나야말로 공지영에게서 철저히 돌아섰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이제껏 폭력에 대해 보여줬던 자신의 생각 특히, <도가니>라는 작품을 통한 성폭력에 대한 엄중함! 그리고 바로 '맨발로 글목을 돌다'에서 보여준 작가의 생각들은 모두 철저히 거짓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꼼수는 사과하라 그러나 여전히 나꼼수를 지지한다." 이 말은 참 명확하게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뒷말 잘라 먹고 앞의 말에만 큰 의미를 두는가! 그 해답이 명확히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들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김어준이 1초간 비키니 사진에 성적 대상화를 했다고 고백했던 것처럼, 나 또한 공지영의 발언에 몇 분간은 얄미운 생각이 들었던 것을 고백하겠다. 공지영이 미웠던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얄미웠다. 이유를 대자면, 나꼼수의 발언에 비해 논란이 너무나도 질겼다고 생각해 어떤 발언들조차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으며, 더 큰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공지영조차 또렷한 메시지로 나꼼수의 발목을 잡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한 1분 동안만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옥중에서 정봉주가 사과했다. 아무리 100%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외치는 분이지만, 옥중에서 사과의 편지를 쓰는 그 심정이 어땠을까 우리 잠깐 상상이라도 해보자.

그리고 나꼼수의 김어준이 사과했다(어떤 이는 사과가 아니라고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과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과가 길고 너무나 이성적이고, 또 논리적인 말들로 했기에 사람들은 또한 그것을 반박하고 나섰다. 김어준의 사과문에서 부족한 것을 꼽으라면 나는 "뜨거운 감성"이 부족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김어준과 공지영은 그래서 욕을 먹은 거다.

너무나 똑똑하고 구구절절 옳지만 칼보다 더한 펜의 힘, 말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대중은 바라는 거다. 그 힘을 부디 강한 자들에게 휙휙~ 속시원하게 휘두르고, 약한 자들에게는 좀 따뜻하게 표현해주었으면 하는 것! 그것이 대중의 바람인 것 같다.

잠깐 이렇게 생각을 돌려보자. 나꼼수는 비키니 논란을 딴나라당 알바생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진정성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 봤으며 그들 방식으로 분명히 사과했다. 나꼼수는 그들과는 많이 달랐다. 온 국민이 촛불집회에 참여할 때 그 목소리는 외면하고, 촛불의 배후세력을 캐내려 했던 그들! 그들과는 철저히 달랐단 말이다.

공지영도 달랐다. 명품백 논란할 때, 별 시덥지도 않은 걸 가지고 하네...로 치부하지 않고, 다른 백이라고 유치하게 해명까지 해줬다. 그리고 강한 척 하지 않았다. 뻔뻔하게 아닌 척 하지도 않았다. 이러다 사람이 죽겠구나 싶다는 힘든 마음을 고백하며 조용히 트위터를 떠나줬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은둔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공지영은 맨.발.로. 달.리.고. 있.다.

우리 이제 그만 나꼼수를 용서하자. 공지영을 용서하자. 그들은 우리의 주장을 무시하지 않고, 강한척 밀어붙이지 않는다. 단지 쫄지 않고 달려가고 싶을 뿐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등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와 함께 소통 하고 있다. 우리 이제 그들과 함께 달려가자

달려라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맨발로 달려라 공지영!

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지음,
문학사상사, 2011


#공지영 #맨발로 글목을 돌다 #나꼼수 #이상문학상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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