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야, 어쩌면 뭉치가 실명할 수도 있어!"

[연재동화] 안내견 뭉치와 로봇 친구 또또 (11) ) 호노신드롬

등록 2012.02.20 12:25수정 2012.02.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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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을 다녀 온 후에도 뭉치가 종종 멈칫하는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뭉치는 내리막길이나 계단을 내려갈 때 더욱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민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원래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이곳저곳 기웃거리기 좋아하는 뭉치였기 때문입니다. 안약이 다 떨어져 다시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어, 이상하다. 뭉치가 안구 건조증인가?"


뭉치를 살펴보시던 수의사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왜요? 선생님. 뭉치가 뭔가 이상한가요?"
 "글쎄. 특별한 일은 아닌듯한데 전보다 눈이 더욱 건조해진 것도 같고. 혹시 눈이 안 감긴다거나 그렇지는 않니?"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우리 뭉치는 거의 전적으로 제가 보살피고 있는데 뭉치의 눈은 잘 살펴보지 못했거든요."
 "그렇구나. 오늘부터 엄마나 아빠에게 말씀드려서 종종 뭉치의 눈 상태를 봐 달라고 부탁을 하렴. 뭉치의 안구가 조금 건조한 듯하거든. 심하면 안구건조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안구건조증? 그게 뭔데요."
 "쉽게 말하면 눈이 건조해 지는 거야. 개들의 눈도 사람의 눈과 같거든. 우리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처럼 개들에게도 눈물이 나온단다. 눈물은 우리가 슬플 때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눈물샘이란 곳에서 나오면서 우리 눈을 보호해준단다. 그런데 눈이 잘 안 감긴다거나 눈물샘에서 나오는 눈물의 양이 적으면 안구가 건조해지게 되는거지. 안구건조증 자체는 심한 병은 아니지만,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다른 합병증이 생기면 위험할 수도 있단다."

 "위험요? 어떻게요?"
 "제일 심한 경우는 실명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기 어렵고 대부분은 인공 눈물을 넣어주는 방법으로 해결돼. 아직 뭉치는 안구건조증으로 볼 수는 없고, 혹시 모르니까 자주 눈을 살펴보라는 거야. 그래도 한 번 눈물량 검사는 해보자꾸나."

그러면서 수의사 선생님은 뭉치에게 필요한 검사를 하셨습니다.


 "눈물샘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우선 다시 이 안약 넣으면서 며칠 지켜보자꾸나."

민재는 뭉치와 함께 동물병원을 나섰습니다. 웬일인지 갑자기 어릴 적 일이 생각 났습니다. 민재는 녹내장이란 병으로 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눈물을 흘리고, 빛을 보면 눈이 부셨습니다. 가끔 어지럽기도 하고 눈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병원에서는 녹내장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민재는 전혀 앞이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 동물병원을 나오면서 문득 자신의 일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요? 아마 실명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재는 힘차게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앞이 전혀 안 보였던 그때. 갑자기 엄마도 아빠도 볼 수 없었던 그 무서운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안돼. 뭉치는 그런 무서운 경험을 해서는 절대 안 돼."

민재는 뭉치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런 민재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뭉치는 꼬리만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뭉치의 멈칫거리는 행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눈은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다시 민재와 뭉치의 바쁜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민재는 아직도 또또의 계단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각을 면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지하철역까지 민재와 뭉치는 부리나케 달렸습니다. 지하철역 계단에서 달려 내려갈 때였습니다. 갑자기 뭉치가 달리다가 멈칫하는 바람에 하네스를 잡고 있던 민재가 계단에서 밑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아이쿠!!."

민재는 넘어지며 하네스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뭉치야. 어딨어?"

민재는 더듬거리며 뭉치를 찾았습니다. 뭉치가 다가와 민재의 손을 핥았습니다. '형. 나 여기 있어요. 괜찮아요? 안 아파요?'

 "뭉치야. 어디 다치지는 않았니?"

민재는 재빨리 손으로 뭉치의 온몸을 더듬거리며 살폈습니다. 민재 자신은 아픈 것도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다행히 계단 아래쪽에서 일어난 일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뭉치야. 요즘 왜 자꾸 그렇게 멈칫거리는 거야. 오늘은 또 뭘 본 건데. 한 눈 팔지 마라니까. 너 때문에 오늘도 지각하겠다."

민재는 뭉치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뭉치에게 투덜거렸습니다. 사실 뭉치도 너무 놀랐습니다. 왜 그런지 요즘 자꾸 눈 밑이 잘 안 보입니다. 전보다 보이는 시야도 조금 좁아진 듯도 합니다. 그러나 뭉치는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민재형한테 그런 사실을 말할 방법도 없습니다.

뭉치가 내리막길이나 계단을 내려갈 때 멈칫거리는 이유는 바로 눈 밑이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계단이 사라져 버린듯해서 놀라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계단을 달려 내려가다가 눈 밑쪽을 보지 못하고 순간 발을 헛디딘 것이었습니다. 뭉치는 민재형이 다치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민재는 이광훈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무래도 뭉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뭉치가 아무래도 이상해요."
 "뭉치가 왜? 어떻게 이상한데?"
 "내리막길이나 계단을 내려갈 때 순간 멈칫거리는 행동을 반복해요. 오늘도 계단을 내려가면서 멈칫거리는 바람에 저와 뭉치가 계단에서 굴렀어요."
 "그래? 어디 다치지는 않았니?"
 "네. 다행히 뭉치도 저도 다치지는 않았어요."

 "그런 증상이 언제부터 있었니?"
 "약 한 달 전부터요. 여름 방학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그렇구나.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니."
 "가까운 동물병원에 갔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그래서…. 그냥 눈에 안약 넣으면 된다고 했거든요."
 "그래. 알았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학교 안 가지?"
 "네."
 "내일 안내견센터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방문할게."

다음 날 이광훈 선생님이 민재네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이광훈 선생님을 만난 뭉치는 신이 났습니다. 선생님을 보자 꼬리를 흔들며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선생님도 오랜만에 만난 뭉치가 반가운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안내견센터의 수의사 선생님이 뭉치를 살피셨습니다.

 "선생님. 뭉치 어디 아픈 건가요?"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구나. 눈이 좀 건조하고 눈 주위의 근육에 문제가 조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문제요?"
 "아직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고 며칠 안내견센터로 데려가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을듯하구나."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뭉치는 안내견센터로 가게 되었습니다.

 "민재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대략 일주일 정도니까 그동안 뭉치 없어도 조심해서 잘 다녀야 한다."

이 선생님은 민재를 걱정하며 말했습니다. 민재는 뭉치 없이 다닐 일보다 뭉치가 걱정되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민재는 혼자서 학교에 가야 했습니다. 뭉치를 만나기 전에 혼자 다녔던터라 학교를 오가는 것은 혼자서도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안내견과 함께 걷는 것보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지각대장 민재는 그날도 어김없이 허둥대며 학교로 향했습니다. 민재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각에 걸릴 수 있는 시간이어서 마음은 바쁜데 발이 좀처럼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안았습니다. 뭉치와 다닐 때는 후다닥 달리기 할 수 있었지만 민재 혼자서 걷는 보행이라 아무래도 속도가 느렸습니다. 그나마 지하철역 안에 점자 블록이 설치되어 있어서 조금 빠른 걸음이 가능했습니다.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왔습니다.

 "에고. 이거 큰일이다. 지금도 지각할지 모르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네….  "

민재는 조금 참아 보려고 했지만 배 속에서 전쟁이 났는지 우르릉쾅쾅 요란한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아무래도 화장실에 들러야 할 것 같았습니다.

 "에이. 할 수 없다. 화장실 청소 3일 하면 되지. 뭐."

민재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가만있자. 이 역 화장실이 어디 있더라. 맞다. 개찰구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꺾어서 가다가 첫번째가 여자 화장실이고 두번째가 남자 화장실이었지."

민재는 화장실의 위치를 생각해 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이렇게 자기가 가야 할 곳을 모두 외우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민재는 개찰구 쪽으로 나있는 점자 블록을 따라 걷다가 화장실이 있을 것 같은 부분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흰지팡이로 화장실 방향으로 설치된 점자 블록을 찾으려고 토닥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학생. 거기 아니야. 내가 안내해줄께."

어떤 아줌마가 민재의 팔을 잡고는 개찰구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어! 어! 여기 아닌데…!.' 민재가 생각을 하면서 아줌마께 화장실을 가려 한다고 말하려 했지만 아줌마는 벌써 민재를 끌고 개찰구 앞에 이르렀습니다.

 "학생. 여기가 개찰구야. 올록볼록한 블록을 따라오면 되는데 중간에 길을 잃었나 봐."

아줌마는 착한 일을 했다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게 아니고요. 전 이 역은 잘 알고 있어요. 개찰구가 아니라 화장실을 가려 했다고요."

민재의 말에 아줌마는 매우 민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이고. 그렇구나. 학생. 미안해."

아줌마는 그렇게 말하곤 급히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뱃속에선 더욱 요란한 소리가 났습니다. 민재는 황급히 다시 점자 블록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까와는 반대로 왼쪽에 있을 화장실 방향의 점자 블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기요. 여기 아닌데요."

이번에는 민재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이 말했습니다. 그리곤 민재의 흰지팡이를 잡고는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어! 어!'

민재가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여학생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걸어갔습니다. 흰지팡이를 잡힌 터라 그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학생은 어느 출구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여기가 행복복지관으로 나가는 출구예요. 복지관 가는 거 맞죠?"

여학생은 민재가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자기가 갈 방향으로 뛰어갔습니다. 이쪽 출구는 민재가 평소 이용을 거의 안 하는 방향이어서 다시 개찰구 쪽으로 가기 위해 한 참을 헤매야 했습니다. 이런 일은 평소 자주 일어납니다. 요즘은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해 주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가끔 그 친절 덕분에 반대로 곤란을 겪는 일도 있습니다. 오늘의 민재처럼 말이죠.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려면 먼저 시각장애인에게 안내해도 좋은지등을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익숙한 길은 시각장애인이 혼자 가는 것이 오히려 편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길을 안내를 받고 나면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릴 수도 있어서 안내 후에 헛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안내할 경우에도 무작정 끌고 간다든가 여학생처럼 흰지팡이를 잡고 가면 시각장애인들은 아주 곤란해합니다.

일주일 만에 온다던 뭉치는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안내견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면서 뭉치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민재와 엄마가 안내견센터로 뭉치를 찾아갔습니다. 안내견센터 정문을 지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저 멀리 이광훈 선생님이 보였습니다. 선생님 옆에는 뭉치도 함께 있었습니다.

 "민재야. 저기 뭉치 있네. 이광훈 선생님과 함께…."
 엄마가 말씀하시자 민재는 큰소리로 뭉치를 불렀습니다.
 "뭉치야아~~! 형이야. 민재형. 형이 왔어."

민재의 목소리는 넓은 안내견센터를 울렸습니다. 민재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 뭉치는 민재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곤 반갑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그런 뭉치를 위해 이광훈 선생님이 견줄을 풀어 주었습니다. 뭉치는 곧장 민재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몇 걸음 달리다가 그 자리에서 멈칫하고 섰습니다. 그리곤 다시 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뭉치는 줄곧 그렇게 달리다가 멈칫거리기를 되풀이했습니다.

민재도 뭉치를 향해 흰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달려나갔습니다. 그러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그 자리에서 앞으로 넘어졌습니다. 민재의 어머니와 이광훈 선생님이 달려오셨습니다. 넘어져 있는 민재에게 다가온 뭉치가 민재의 얼굴을 핥았습니다.  '형 안 다쳤어? 미안해 내가 안내를 못 해서.' 라고 뭉치는 민재형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뭉치가 조금 이상하네요. 민재를 보고도 달려오지도 않고…. 저렇게 반가워 하면서도 민재를 보고는 멈칫거리는듯해 보였어요."
 "그게 아니고요. 사실 지금 뭉치가 시력이 아주 많이 나빠졌어요. 시야도 좁아지고…. 그래서 민재 목소리를 듣고 달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던 거예요."

엄마의 질문에 선생님이 대답하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뭉치 많이 안 좋은가요?"
 "민재야. 그리 크게 걱정은 하지 말고 우선 들어가서 수의사 선생님 말씀 들어 보자."

이광훈 선생님은 민재와 어머니를 안내견센터 안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안내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뭉치는 민재형을 안내하려고 민재형 바로 옆에 서서 걸었습니다. 그런 뭉치를 민재는 계속 쓰다듬으며 걸었습니다.

 "민재야. 어서 와라. 뭉치 걱정 많이 했지?"

수의사 선생님은 민재를 보고 의자에 앉혀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뭉치는 괜찮은 건가요?"
 "음…. 아직은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구나. 현재로선 호너신드롬이 의심되는데…."
 "호너신드롬이요? 그게 뭔데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데…. 호너신드롬이란 경부, 즉 목 쪽으로 가는 교감신경의 장애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란다. 동공이 줄어들고 윗논꺼플이 쳐지기도 한단다. 심하면 안구가 함몰되는 증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요. 뭉치는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요?"

 "현재 뭉치는 아주 심한 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안심해도 좋다고 말할 단계도 아니란다. 호너신드롬이 다른 견종보다 골든리트리버에게 발병율이 높은 질환이긴 한데 뭉치는 골든리트리버와 푸들 사이에서 만든 새로운 견종이라서 말이야. 우리도 자료가 별로 없는 편이란다."

수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민재는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호너신드롬인가 하는 병은 치료 할 수 있는 건가요?"
 "그것도 확실히 대답할 수 없어 미안하구나. 현재로선 호너신드롬에 대한 특별한 치료약은 없고 나타나는 증상에 맞춰 그때그때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단다. 지금 뭉치도 그런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살펴보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렴. 뭉치가 워낙 안내견 생활을 하고 싶어 하니까 그런 마음 때문이라도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은 민재에게 말했습니다. 민재의 곁에서 뭉치는 꼬리만 흔들었습니다.

[뭉치가 말하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상식]
– 시각장애인을 안내 할 때 –

안녕하세요?
오늘 민재형이 여러가지로 놀라는 일이 많았어요. 나 때문에도 그렇고 안내를 받으면서도 그렇고..

길에서 헤매는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한다며 무턱대고 잡아 끄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면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지요. 먼저 도움이 필요한가를 물어보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목적지가 어딘지, 그리고 안내를 할 때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물어보는게 좋아요.

오늘 민재형을 안내한 아줌마처럼 무작정 팔이나 손목을 잡고 끌고 간다던지, 흰지팡이를 잡고 막 끌고 가는것, 그리고 뒤에서 시각장애인을 밀어대는 것은 불편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합니다.또, 간혹 시각장애인 안내법을 배웠다면서 자신의 팔에 시각장애인의 팔을 마치 팔짱끼듯이 하면서 안내를 하는 분도 계신데 여자분이 그렇게 안내를 하면 난처해하는 남자 시각장애인도 많아요. 물론 남자분이 그렇게 여자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면 아주 불쾌할 수도 있겠죠.

우선은 "제가 어떤 방법으로 안내하는게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게 좋아요. 일반적으로는안내자가 왼편에 서고 시각장애인이 오른편에 서서 안내인의 오른쪽 어깨나 팔꿈치를 시각장애인이 왼손으로 가볍게 터치하듯이 하는 방법이 제일 좋아요. 그래야 시각장애인이 평소 이용하는 흰지팡이를 사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만약 시각장애인이 흰지팡이를 왼손에 들었다면 안내자와 시각장애인의 위치가 반대로 되어야겠죠?

그렇지만 시각장애인에 따라 자신만의 편한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어떤 방법이 좋은지 물어봐 주세요. <관련기사: 길 물었더니 손목부터 덥석..>그러면 안내하는 사람도 시각장애인도 한결 가벼운 하루가 될 수 있겠죠. 만약 그 때 안내견을 만나면 가볍게 윙크 하는거 잊지 말고요.
#안내견 뭉치 #시각장애인 안내법 #흰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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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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