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의 청소년 학교폭력 구속률이 2011년 대비 3.7배로 늘었다. 그런데, 경찰이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일진 소탕(?)에 나선 것 치고는 오히려 월평균 적발 건수가 줄어들었다. 1월만 대비하면 늘었다고 우길까?
김행수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학교폭력 및 금품갈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청소년은 1만8739명이고, 이중 52명이 구속됐다. 구속률은 0.27%였다. 하지만 올해 1월에 1193명이 검거돼 지난해 1월 949명보다 26% 늘었고(월 평균보다는 370여 건 감소), 이 중 12명이 구속됐다. 구속률은 지난해 평균의 3.7배인 1%에 이르렀다.
경찰이 특진을 내걸고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호기에 비하면 검거 건수는 작년 월 평균보다 줄었고 구속률만 높아진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2012년 초에 갑자기 포악해져 학교폭력을 일삼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미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에 상존해 있었고, 우리 사회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최근에 폐해가 바깥으로 터져 나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쁜 놈들이야. 처벌을 강화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해'라는 처방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더 많은 학생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자살하고 있는 문제는 성적으로 대표되는 '경쟁만능'의 교육정책인데, 왜 이 문제에는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이 나서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청소년들이 1년 사이에 학교폭력으로 인한 구속률이 4배 가까이 높아져야 할 정도로 포악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폭력이 미화되고, 숫자로만 평가되는 경쟁만능 사회의 피해자들이다. 2012년 우리 청소년들은 화성에서 온 '나쁜 놈'들이 아니라 '불쌍(?)한 놈'들이다.
주목받지 못한 강남 8학군 학생의 자살최근 강남 '8학군' 대치동에서 유명 자율형사립고의 공부도 꽤 잘하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부가 어렵다. 학원 다니기가 힘들다"는 유서 내용에서 보듯 학업 성적에 대한 부담이 원인이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교육열이 뜨겁다는 동네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다니는 명문 자사고 학생이 성적 부담 때문에 자살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특히 이 학생이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머리를, 그것도 회청색으로 염색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학생답지 못하다고 염색도 마음대로 못하고, 공부에 방해된다고 머리 모양도 마음대로 못하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론은, 교육계는, 나아가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학교에 대한 언론 보도는 온통 학교폭력 문제다. 그러나 2012년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성적 스트레스는 학교폭력의 그것보다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계 일각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입시지옥으로 대표되는 경쟁교육의 전환과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 쇄신 등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학교폭력 진짜 주범은 학생 아니라 성적 강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