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천억? 적자 메우는 데 세금쓰는 게 맞나

[주장] 김해 경전철 적자 문제... 책임추궁 없는 지원요청은 안 된다

등록 2012.02.21 13:53수정 2012.02.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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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김해 경전철.

부산-김해 경전철. ⓒ 윤성효

부산-김해 경전철. ⓒ 윤성효

 

지난해 9월 김해 경전철 개통 이후 김해시는 경전철 운행 적자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운행결과를 보면 김해시는 매년 시 예산으로 700억 원 이상의 손실보전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해시는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전철 적자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중앙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한다고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김해시의 상사중재 신청과 김해경전철 적자문제 해결 방안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민자사업으로 지난 2011년 9월 개통한 김해 경전철은 그동안 운행 결과 부산시와 김해시가 부담해야할 MRG(최소운영수입보장)가 20년 간 한 해 평균 1100억 원, 총 2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김해시의 한 해 가용 예산은 1000억 원 가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해시가 매년 가용예산의 60%인 700억 원을 경전철 적자보전에 부담하고 나면 다른 사업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경전철은 김해시민들이 타고 적자 국민들이 메우라고?

 

이 때문에 김해시는 지난해 9월 경전철 개통 이후 적자 해소를 위해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습니다만, 좀처럼 이용객은 늘어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결국 김해시는 국토해양부가 전국 제1호 시범사업으로 주도한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 적자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손실보전금의 50%를 부담해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 김해시의 이런 요구가 중앙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지막 수단으로 정부를 상대로 '상사중재'를 신청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해시가 신청한 상사중재는 경전철 적자부담금 중에서 50%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현재 김해시 60%, 부산시 40%로 책정된 적자부담금 역시 50대 50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김해시가 막다른 선택이자, 깜짝 선택으로 상사중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책임 공방을 법원이 아닌 상사중재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회의 적인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김해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김맹곤 김해시장이 당선되면서부터 김해 경전철의 심각한 적자부담금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9월 경전철 개통 즈음 김해시는 극적으로 경상남도와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적자보전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김해시가 상사중재를 신청하게 된 것도 막대한 경전철 적자 부담금 때문에 '앞으로 김해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지는 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a  김해경전철 국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김해경전철 국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 김해YMCA

김해경전철 국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 김해YMCA

 

그러나 김해시가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언론이나 시민사회는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김해시가 중앙정부에 적자보전금 50%를 부담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다른 지역에 사는 국민들 세금을 김해~부산 경전철 적자보전을 위해 지원해 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김해 경전철은 민간사업자가 총 7700여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완공했는데, 김해시 요구대로 20년 동안 매년 550억 원의 적자보전금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면 결국 1조1천억 원이나 되는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현실이 이렇기에 김해시의 사정이 딱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김해시민이 아니면 누구도 중앙정부가 김해시의 경전철 적자 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경전철 이용혜택은 김해시민이 누리면서 그 적자는 국민들에게 함께 부담해달라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해시민들 중에는 "적자 운영이라고 난리지만 그래도 경전철이 있으니 편리하고 좋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해시가 최근 대형상징물(1700억 원 추정)을 짓겠다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해시가 경전철 적자부담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적자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기지 않고,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김해시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려면 중앙정부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전철의 혜택과 편리를 누리는 김해시민들이 '특별세목'이라도 만들어서 일부라도 책임을 떠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적자운영의 근본 원인이 하루 17만6000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했던(마치 과학적인 결과처럼) 엉터리 수요 예측이었기 때문에 당시 용역기관과 사업추진에 관련된 고위직 공직자들의 책임 문책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하다못해 당시 김해 경전철 사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김해 사람들의 공개 사과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김해 경전철은 막대한 적자운영에도 아무도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책임 추궁과 문책 그리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자구노력 같은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세금으로 김해시 경전철 적자를 메워달라는 주장은 쉽게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2.02.21 13:53ⓒ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해경전철 #경전철 #MRG #상사중재 #민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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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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