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지인 봉화군의 홍유한 선생 산소

영주시 집터는 방치돼 있고, 봉화군 산소는 성지가 되다

등록 2012.02.22 11:35수정 2012.02.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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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소백산면 구구리에 소재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수덕자(修德者) 홍유한 선생의 유택지를 둘러 본 나는, 너무 나도 많이 실망을 했다. 방치된 역사 문화유산을 보고 후손들과 영주시, 천주교에 항의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 나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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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의 우곡성지 홍유한 선생의 산소가 있는 곳이다 ⓒ 김수종

▲ 봉화군의 우곡성지 홍유한 선생의 산소가 있는 곳이다 ⓒ 김수종

그래서 내 눈으로 직접 선생의 산소가 있는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 지역과 영주 집터를 비교해 보기 위해 우곡성지(愚谷聖地)로 이동했다. 차로 30분 정도 달려가니 봉성면 소재지 인근에 다덕 약수터가 보여 잠시 알싸한 탄산과 철분이 많이 든 찬물을 한 잔 마시며 분을 삭히고, 문수산 아래에 위치한 묘소로 향했다.

 

우곡리의 홍유한 선생 묘는 구전에 따르면 임금의 묘 터를 봐주던 풍수쟁이인 어풍(御風)이 터를 잡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인지 선생이 돌아가시고 몇 달 동안은 가묘를 써 두었다가 좋은 터를 잡고서야 이장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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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 성지 홍유한 선생 동상 ⓒ 김수종

▲ 봉화군 성지 홍유한 선생 동상 ⓒ 김수종

지난 1993년 10월 발견된 선생의 묘소는 천주교 안동교구 한상덕 신부 등이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고, 묘지 작업을 하던 중 진흙에 숯으로 '홍공지묘'(洪公之墓)라고 쓰여진 것이 확인돼 확실해 진 것이다.

 

안동교구에서는 1998년부터 성역화 작업을 시작하여 비석을 세우고, 북부지구 성지개발위원회가 발족되어 도로를 내고 안내판을 설치했다. 선종한 박석희 주교가 중심이 되어 그해 11월 사제관과 피정의 집, 2000년 10월 수련원을 건립했고, 동상과 야외제대, 십자가의 길 14처 등이 조성되어 순교자 현양미사를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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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14처 우곡성지 ⓒ 김수종

▲ 십자가의 길 14처 우곡성지 ⓒ 김수종

묘소의 뒤편은 봉화를 관통하는 주산인 금수산이 그 맥을 안고 있고, 앞으로는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선생의 묘소는 오르는 길을 따라 십자가의 길 14처가 세워져 있으며, 약간의 경사가 있어 묵상기도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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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곡성지 안내도 ⓒ 김수종

▲ 우곡성지 안내도 ⓒ 김수종

주변에는 야영장과 사제관, 피정의 집이 들어서 있는 터에, 선생의 모습은 아름다운 동상이 되어 성지를 찾아오는 관광객, 신자들과 묵언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성지 입구 선생의 산소에 오르는 초입에는, 선생의 후손들 순교자묘가 13위 있다.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신앙을 전하다가 순교한 후손들의 가묘다.

 

안동교구에서는 선조 순교자들을 현양하고자 하는 후손들의 뜻을 수용해 교구설정 40주년을 맞아 2009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13위 후손 순교자들의 순교 터에서 흙을 담아 선생의 묘가 있는 산 아래에 가묘를 조성하고 현양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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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양비 13위의 순교자를 위한 현양비 ⓒ 김수종

▲ 현양비 13위의 순교자를 위한 현양비 ⓒ 김수종

13위 후손 순교자는 신유박해 때 순교한 홍정호, 홍낙민, 강완숙, 홍필주, 홍낙임(5명), 기해박해 때 순교한 홍재영, 심조이, 홍아기, 정소사, 성 홍병주, 성 홍영주(6명), 그리고 병인박해 때 순교한 홍봉주, 홍 베드로(2명) 이다.

 

우곡성지는 입구에서부터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우측에 선생의 동상과 그 옆에 예수상이 있고, 조그만 개울을 따라 건너면 바로 선생의 후손들 가운데 순교한 13위 후손들의 현양비가 보인다. 그리고 바로 13인의 가묘가 있다. 참 멋스럽고 경건한 마음이 든다.

 

현양비와 가묘를 둘러 본 다음, 뒤편의 길을 따라 산길을 오른다. 오르는 길을 따라 십자가의 길 14처가 세워져 있다. 각각의 돌에 예수님의 행적을 하나하나 새겨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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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 선교자들의 가묘 우곡성지 ⓒ 김수종

▲ 13인 선교자들의 가묘 우곡성지 ⓒ 김수종

길을 따라 오르는 길에 두 구의 산소가 있지만, 이것은 다른 이들의 묘소다. 숨이 차오를 무렵에 선생의 산소로 보이는 묘지가 보인다. 좌측에는 영주의 집터에서 보았던 것은 같은 모양과 비슷한 내용이 새겨진 유적비가 있고, 뒤편에는 예수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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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14처 십자가의 길 14처 , 우곡성지 ⓒ 김수종

▲ 십자가의 길 14처 십자가의 길 14처 , 우곡성지 ⓒ 김수종

무덤은 일일이 석물을 옮겨와 조성한 것으로 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멋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거기에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 선생의 믿음과 신앙을 찬양하는 듯 보인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나도 잠시 기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두 손을 모으고 몇 가지 기원을 하고는 아래로 내려왔다.

 

산 아래 성지에는 피정의 집과 성당, 야영장, 사제관 등의 건물이 보인다.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영주의 집터와 봉화의 묘역은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다는 말인가? 

 

역사와 문화재의 경중을 애써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는 10년을 공부하며 기도하면서 기거한 집터가 더 소중하고 보존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2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잠들어 계시는 무덤이 더 잘 꾸며져 있다는 것이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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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한 선생 산소 우곡성지 ⓒ 김수종

▲ 홍유한 선생 산소 우곡성지 ⓒ 김수종

역으로 보자면, 춘향전의 남자 주인공인 이몽룡의 생가인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의 계서당과 사당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백여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오는데, 계서의 정자와 산소가 있는 영주시 이산면 신암리의 계서정과 묘소에는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현실과는 극단적으로 비교가 되었다.

 

봉화군은 이몽룡의 집이나 홍유한의 산소를 모두 특화하여 관광지로 성지로 활용하고 있는데, 영주시는 홍유한 선생의 집터도 이몽룡의 정자와 산소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봉화군 #홍유한 선생 #우곡성지 #구구성지 #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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