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판결' 이끈 최병승씨가 생각납니다

비정규직노조에서 활동...지금은 수배중

등록 2012.02.22 15:23수정 2012.02.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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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 이행하라며 22일 아침 7시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 이행하라며 22일 아침 7시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저는 2000년 서울서 은행 청경으로 일하다 밥벌이가 안돼 울산으로 낙향했습니다. 당시 아는 분의 말을 듣고 노동부에 구인등록을 해두었습니다. 서울서 울산으로 2000년 5월 경 내려 갔고 2개월 정도 직장을  찾다가 얻은 직장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1999년 초 아이엠에프 타격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만 여 명이 정리해고 되었고 그 자리에 2000년 들어 하청 노동자로 채워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일자리 알아보러 갔는데 밖에 서 있던 한 중년 남자가 저에게 접근해 현대자동차 사내에 들어가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했습니다. 저야 일자리 찾고 있는 중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현대차 현장 관리자에게 면접을 보고 다음날부터 일하러 오라는 전달이 왔습니다. 그 일자리는 얼마 전까진 정규직이 하고 있었고 하청업체에 넘기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정규직 직원이 저에게 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자리 잃을까봐 아파도 아픈 기색도 안 내고 피곤해도 쉬지도 않고 일했습니다. 주말이면 특근도 하고 공휴일도 일했습니다. 연말이면 생산량 채우려고 엄청 일을 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600시간이나 된 적도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자 원청-하청 간의 임금 차이와 복지의 차이 그리고 인간차별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청도 이상한 하청이었습니다. 업체 공장이 있는 게 아니라 현대자동차 공장인데 일하는 사람만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원청과 하청이 같이 일하는 구조였습니다. 아니 같은 라인이었지만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청에 모두 떠넘기는 구조였습니다. 같이 일하는데도 월급 때만 되면 기분이 가라 앉았습니다. 원청이 상여금을 받고 성과금을 받을 때 저에겐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원청이 월급 오를 때 저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을 알게 되니 자연히 불만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2004년 말 노동부로부터 현대차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대법 판결 이끌어내

2003년 5월 현대자동차 내 하청업체 노동자는 비정규직투쟁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7월 노조를 결성하였고 출범하였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출범한 것입니다. 그렇게 인간차별 철폐를 외치며 나설 때 최병승씨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최씨는 저보다 늦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하청업체에 들어와 일했습니다. 최씨는 2002년 3월 중순 경 울산 1공장에 들어가 일하다 비정규직 노조가 생겨나자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최씨는 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규합했습니다.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던 현대자동차는 빌미를 만들어 최씨를 해고했습니다. 그 때가 2005년 2월 초였습니다. 최씨의 생활은 그때부터 힘들었습니다. 비정규직노조가 생긴 지도 얼마 안돼 생계비도 나오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최씨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부당해고라며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싸웠습니다. 2005년 5월 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됐습니다. 최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연이어 패소했습니다. 2007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서도 패소했고, 2008년 서울고등법원에서도 패소했습니다.


힘들어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로 생각했기에 그는 힘든 여정을 참아가며 소송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최씨는 2006년 7월과 8월 비정규직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됐으며 석방 후 불법파견 투쟁을 이어가다가 두번째 구속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수배중이라 현대자동차 공장 안에서 지내던 그를 2009년 5월 16일 경비대가 붙잡아 강제로 경찰에 넘긴 것입니다.

2010년 1월에 출소한 최씨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에 함께했습니다. 그러다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면서 금속노조 비정규직국장 자격으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을 함께 해 왔습니다. 11월 15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 1천여명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공장 시티에스를 점거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25일간 점거농성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그는 다시 체포영장이 발부 되었고 현재 수배중에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대법 판결 자리에 못 가고...

이제 최종 판결날이 다가 왔습니다. 대법원은 최병승씨 문제에 대해 2월 23일 목요일 오후 2시에 최종 판결 한다고 밝혔습니다.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많이 들떠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0일 월요일부터 22일 수요일까지 매일 아침 출근 선전전을 했습니다. 저 또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매일 아침 같이했습니다.

선전물에서 비정규직 노조는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울산·전주·아산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4933명의 서명을 받아 대법원에 2월 23일 최종 판결을 내려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씨는 대법원 최종 판결에 참석할 수가 없습니다. 수배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으로 갈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최종판결이라는 그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가서 볼 겁니다. 2000년 7월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에 들어가 일한 지 10여 년 만에 정리해고 당한 제게도 의미 깊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이 되는 그런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울산공장 #정규직화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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