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식 정치가 여수 비리사건의 주범"

[전남동부권 민심여행 ①] 민주통합당 호남개혁에 대한 여수지역 민심

등록 2012.02.23 10:12수정 2012.02.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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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의 시민운동가와 친노무현계 인사들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하면서 민주당=호남당 이미지가 조금씩 희석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 중에서 호남개혁은 핵심이다. 호남 텃밭에서 토호세력으로 성장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구태 정치인의 청산이다.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전남동부권 중심 도시인 여수, 순천, 광양의 민심을 살펴봤다. 여수, 순천-광양, 취재수첩 순으로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기자 말>

여수는 비리도시?

a  여수시민단체들이 여수시청사 입구에서 오현섭 전 여수시장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와 연루 시의원들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58일간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여수시민단체들이 여수시청사 입구에서 오현섭 전 여수시장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와 연루 시의원들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58일간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 여수시민협


a  여수세계박람회가 5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여수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박람회 시설 공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가 5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여수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박람회 시설 공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 조호진


1위 '비리사건 오현섭 전 여수시장 징역 10년 확정'

여수지역 시민단체인 (사)여수시민협이 실시한 2011년도 10대사건 시민투표에서 1위는 전직 여수시장에 대한 중형 확정이 차지했다. 그리고 3위는 '비리사건 여수시 시·도의원 의원직 상실'이다. 이 지역에서 '핵폭풍급' 비리 이슈가 총선을 앞두고 민심 속으로 다시 파고들고 있다.

민주통합당(당시 민주당) 소속인 오현섭 전 여수시장(민선4기)은 공사업자들에게 뇌물(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주승용 민주통합당 의원의 측근인 여수을지구당 사무국장 이아무개(63)씨는 오 전 시장에게 7000만 원을 받아 구속됐고, 9명의 민주통합당 소속 전남도의원과 여수시의원 등은 500~1000만 원의 뇌물을 오 전 시장에게 받았다가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총선과 함께 보궐선거도 치러야 한다.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정병관·이기동 여수시의원 또한 의원직 박탈이 확실시 되고 있다. 여수 시민단체들은 줄기찬 사퇴 촉구에도 두 시의원이 버티기로 일관하자 여수시의회 앞에서 13일 동안 1인 시위를 펼쳤다. 민주통합당 소속 지역 정치인들의 '집단 망신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소속 여수시의회 의장의 아들(28)이 임신 중인 약혼녀를 폭행한 사건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남해안 최고 미항으로 꼽히는 여수는 세계박람회를 유치한 전남 제1의 도시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이 공천한 시장과 시·도의원들의 뇌물비리 사건 탓에 '비리도시'라는 오명으로 얼룩졌다. 결국 민주통합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가 토호 정치의 폐해를 낳았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심판에 찬물 끼얹은 민주통합당

a 보궐선거 출마자들의 대형 걸개가 걸린 여수로타리 일대. 민주통합당 소속 전남도의원과 여수시의원들이 비리사건으로 의원직을 박탈 당하면서 보궐선거가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비리에 의한 시민혈세 낭비인 셈이다.

보궐선거 출마자들의 대형 걸개가 걸린 여수로타리 일대. 민주통합당 소속 전남도의원과 여수시의원들이 비리사건으로 의원직을 박탈 당하면서 보궐선거가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비리에 의한 시민혈세 낭비인 셈이다. ⓒ 조호진


이 지역 '토호-비리 정치'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그 불똥은 이들에게 공천권을 행사했던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튀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간판이 민주통합당으로 바뀌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그 분위기가 차츰 희석되고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서 '이번엔 민주당을 심판하자!'라는 목소리가 컸다. (전남도의원·여수시의원) 보궐선거 출마 예상자들은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다간 떨어진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이 개혁정치 이미지로 혼란을 주면서 민주당 심판 열기가 식어버렸다. 개혁적인 시민운동가들의 민주통합당 참여가 지역에선 오히려 정치개혁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여수지역의 한 인사가 12일 들려준 말이다. 그 인사는 "여수 지역정치를 독식해온 민주통합당은 정치개혁의 걸림돌이자 비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배후로 지목돼 왔다"면서 "정치 쇼에 의해 심판 열기가 냉소적으로 변했다"며 허탈해 했다.

박태환(42) <여수넷통> 기자가 전해준 민심도 비슷했다. 지역민들에게 심판 대상이자 개혁 대상으로 몰렸던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이 민주통합당이 뜨면서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 기자는 당명 변경과 함께 대안 정치세력 부재에 의한 불로소득을 현역 국회의원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젊은 시민들은 '민주통합당의 나쁜 X들에게 투표하느니 차라리 투표하지 않겠다!'는 등 투표 보이콧 의사를 보이고 있다"면서 "지역의 진보정당과 무소속 출마자들이 믿음과 기대를 주지 못하는 것도 지역정치 외면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무관심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택시기사들에게서도 나타났다. 13일 여수시외버스터미널 택시 승강장에 택시를 세워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60대 운전기사들에게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역 민심이 어떠냐?"고 묻자 "우리 택시기사들은 이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남기곤 곧 흩어졌다.

"비리사건의 책임은 국회의원에게 있다"

a  여수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민심의 바로미터인 택시기사들은 정치에 무관심했다.

여수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민심의 바로미터인 택시기사들은 정치에 무관심했다. ⓒ 조호진


"지난 6·2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오현섭 전 여수시장을 둘러싸고 공사 비리 등의 잡음이 커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탈했다. 그런데도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민심을 무시한 채 공천을 강행했다가 무소속 후보인 김충석 여수시장에게 패했고 오 시장 비리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이 모든 책임은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민주통합당 여수 동네조직 청년위원장까지 지낸 A씨의 말이다. A씨는 "민심을 얻지 못해도 국회의원에게 충성하면 공천을 받는 비민주적인 지구당 구조에 염증을 느끼고 탈당했다"면서 "민주통합당 공천만 받으면 지역민들에게 원성을 사도 당선되는 지역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자영업자인 정재종(57·여수시 선원동)씨는 "지역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비리정치인을 단죄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성토했고, 40대 후반의 자영업자 B씨는 "시민단체들이 주승용 의원과 김성곤 의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해야 하는데 입을 다물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기도 했다.

50대 초반의 수산인 D씨는 "과거처럼 지역 민심과 다른 공천을 하면 민주당(민주통합당)을 찍지 않겠다는 어민들이 많다"면서 "지역 정치인이 지역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한미FTA)에 앞장서면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대안 부재가 문제다. 50대 초반의 공무원 C씨는 지역민의 지지가 크게 떨어지면서 국회의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 C씨는 "두 국회의원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민심을 잘 모르는 공심위가 새누리당처럼 공천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민주통합당을 심판하자고 해 놓고도 막상 투표소에 가면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50대 중반의 회사원 F씨도 비리사건을 들춰내봐야 지역 망신만 산다면서 세계박람회를 위해 덮어두자는 의견이다. F씨는 "지역 민주당을 보면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세계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여수가 비리도시라고 도배하는 시민단체들의 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개혁 운동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a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의 모습. 어민들과 수산종사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한미FTA 절충안을 주도한 김성곤 의원에 대한 반감이 크다.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의 모습. 어민들과 수산종사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한미FTA 절충안을 주도한 김성곤 의원에 대한 반감이 크다. ⓒ 조호진


a  여수시민단체들이 뇌물비리사건 관련 집회를 열고 있다.

여수시민단체들이 뇌물비리사건 관련 집회를 열고 있다. ⓒ 여수시민협


여수지역 시민단체와 여수지역 민주통합당은 오랜 갈등 관계다. 호남지역 권력을 장악한 민주통합당과 독식 정치를 개혁하려는 시민단체들은 지역 정치를 둘러싸고 종종 충돌한다. 그런데 두 세력이 잠시나마 한 배를 타는 상황이 연출됐다. 여수YMCA 사무총장을 지낸 이학영 시민통합당 대표가 시민정치를 표방,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서면서 일부 시민단체와 개혁인사들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해 선거운동 하는 등 전략적 동반자가 된 것이다.

우호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학영 후보의 최고위원 진입 실패와 공천심사위원장 배제 등을 통해 시민운동 정치세력이 '팽' 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실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민주당 세력에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역정치 개혁은 진보정당의 몫으로 옮겨지고 있다.

다음은 정회선(59·여수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여수정치개혁연대 전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a  이학영 북콘서트에 참여한 한명숙 최고위원 후보와 이학영 후보.

이학영 북콘서트에 참여한 한명숙 최고위원 후보와 이학영 후보. ⓒ 조호진

- 민주통합당의 호남개혁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호남지역 국회의원 대다수는 민주통합당 옷을 입고 있지만 한나라당 행태를 하고 있다. 여수에서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다. 공천개혁을 통해 호남의 구태 정치인들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수도권과 영남권의 유권자들은 민주통합당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호남개혁에 실패하면 민주통합당의 미래는 어둡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심을 외면하면서 구태 정치인들을 공천한다면 민주통합당은 의미 없는 정당이 될 것이다."

- 여수지역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민주통합당은 오현섭 여수시장 비리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여수지역 보궐선거에서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지역민들에게 비리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주승용-김성곤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

- 오 전 여수시장 비리사건에 대한 지역 여론은 어떤가.
"회의와 모임 뒤풀이 때문에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오 시장 비리사건에 대해 물어보면 택시기사들은 비리사건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이라고 다들 말한다. 지역 정치인들을 비리사건의 곁가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민주통합당이 등장하면서 민주당 심판 분위기가 식었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이 정치개혁을 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심판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일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인(민주당) 심판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시민운동가에 대한 기대는 무엇인가.
"지역 시민단체들과 운동가들이 이학영 최고위원 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했다. 그것은 이학영 개인을 지지한 게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정치개혁을 통한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개혁인사들은 호남개혁과 정치개혁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 지역의 시민운동 역량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시민운동이 분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새로운 활동가들은 공급되지 않고 활동가들이 빠져 나가면서 운동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운동의 기계적 중립에 한계를 느낀 활동가들이 진보정당 운동으로 이전했다. 중립적인 시민운동은 줄어드는 대신 지역정치 개혁을 위한 진보정당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 지역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인가.
"민주통합당의 독식 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 다양한 정치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일당 독식의 폐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통합당과 진보정당의 경쟁 구도로 바뀌어야 주민을 위한 지역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그런데 진보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아직은 부족하다."

- 민주통합당 공심위 구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공심위에 개혁적인 인사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다 공천심사 대상이자 물갈이 대상으로 보이는 지역구 의원이 공심위원 명단에 들어 있다. 이런 공심위가 호남개혁과 정치혁신을 제대로 하겠는가. 지역민들은 '민주당이 하는 일이 그렇지'라며 공심위 활동에 기대하지 않고 있다."

#호남개혁 #민주통합당 #여수비리사건 #주승용 김성곤 #공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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