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 사상구 신모라사거리에서 출근인사를 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꿀차를 선물한 시민이 응원메시지를 전하며 와락 껴안고 있다.
남소연
최근 새누리당의 공천이 스물일곱 살 여성인 손수조씨로 압축되는 것에 대한 반응은 "사상주민을 우롱하나?" "지금 마 장난치나?" 분위기로 일관했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제일종합상사 차상호 대표는 "새누리당이 손수조씨를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무시전략으로 이해한다"며 "그 어떤 후보를 내도 사상구에서 문재인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새누리당이 신예로 반짝 쇼를 해보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박근혜 방문으로 부산 민심 변화?..."글쎄"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방문으로 부산 민심에 변화가 있겠냐는 질문에는 대다수 주민들이 "별로"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50대 남성은 "박근혜가 진짜 부산에 온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문재인과 한판 뜨는 것"이라며 "여전히 세력이야 그쪽(새누리당)이 많지만 부산시민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박근혜 신화는 깨졌다"며 "그가 부산에 내려오겠다는 것은 문재인 이사장을 정말 라이벌로 생각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부산에 내려오면 부산 사람들은 양자간의 대결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다수의 50대 이상, 젊은 층 일부는 문 이사장의 인사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명함도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미간을 찌푸린 채 왜 왔느냐는 표정으로 어둡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이사장은 낯빛을 구기지 않고 발랄하게 인사했다.
애써 손잡지 않고 도망가는 연로한 할머니들에게도 총알처럼 달려가 등을 감싸 안고 악수를 청했다. 장갑을 끼면 낀 채로, 벗으면 벗는 대로 그는 손을 잡았다. 멀리서 클랙슨이 울리면 손을 들어 흔들었고, 가까이서 차창을 내리면 기꺼이 달려가 마주 잡았다. 하루 종일 걸어도 날다람쥐처럼 잘도 움직였다.
"처음에는 한 40점짜리 후보였죠. 뻣뻣하고. 거절을 당하면 무안해서 얼굴이 새빨개지고. 저거 보세요. 이젠 완전히 달라졌어요. 두 달 새 그는 90점짜리 후보로 변신했습니다."부산 사상구에 20년간 살며 이 동네를 닦아온 이영철 민주통합당 사상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문 이사장의 출마소식에 참모로 길을 바꿨다. 꼭 출마하고 싶었던 선거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 이사장이 부산정치의 중심에 서고 낙동강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문 이사장을 돕고 있었다. 그런 이 위원장은 문 이사장의 변화를 추켜세웠다. 이제 정치인 다 됐다는 평가가 나올 즈음 문 이사장이 끼어들었다.
"제가 원래 인사는 잘합니다!" 이튿날인 23일 오전 7시 30분 부산 사상구 신모라 사거리에서 만난 문 이사장은 횡단보도를 점령하고 길을 건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전날 일일이 상점 문이 열렸는지 닫혔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며 사람을 챙겨 인사했던 그답게 횡단보도 앞에 선 그 누구도 놓칠세라 꼬박꼬박 인사했다.
이른 아침 집안 문턱을 나서 도심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문 이사장의 악수는 '일회성 행사'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정치는 늘 탐욕스러운 것이며 서민 생활과 무관하다고 각인된 사람들에게 문 이사장 또한 새로울 게 없는 또 하나의 정치인쯤으로 여겨지는 눈치였다.
그런 그들에게 문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운동 다녀보면 우리 재래시장이나 또 중소상인들의 집합상가나 너무 안 좋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매번 그분들은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한나라당을 찍었다. 그래서 불가사의했다. 그런데 이제는 드디어 자신들이 어려운 이유가 나쁜 정치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경제대국으로 사회적 부는 넘치는데 빈곤층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부의 편중 때문이다. 나쁜 정치를 인식하는 것부터, 또 분노하면 바꿔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가져야 할 입장은 바로 이 나쁜 정치에 대한 심판이다."선거운동 기간 중 하루 24시간을 쪼개 써도 부족한 문 이사장은 때로는 새벽부터 일정을 소화하면서 바쁜 2월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 채비가 갖춰지는 3월부터는 옆동네 윗동네로 지원을 하기 위한 터를 지금부터 닦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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