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며 살았다"고 자신의 생애를 회상한 대처의 젊은 시절. 그는 영국을 바꾸기 위해 일찌감치 정치에 입문한다.
필라멘트픽쳐스
슈퍼에서 우유를 사온 늙수그레한 여인이 값이 올랐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며 남편과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문밖에선 보좌관이 경호를 제대로 못한 경찰에게 주의를 주고, 여인은 외출하려는 남편에게 슈트를 챙겨줍니다. 하지만 남편은 암으로 이미 죽었고, 치매와 신경쇠약을 앓는 여인은 남편의 환영을 향해 끝없이 중얼거립니다. 그날 밤, 여인은 자신의 자서전 '마가렛 대처'에 친필 사인을 하며 2차 대전이 한참이던 젊은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녀 시절 대처의 관심사는 정치입니다. 또래 아가씨들처럼 꽃단장을 하고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는 것엔 흥미가 없습니다.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옥스퍼드대에 입학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합니다. 이처럼 대처가 일찌감치 정치에 눈을 뜨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랜덤의 시장이자 골수 보수주의자인 아버지는 대처의 정치적 사표로 그의 정치역정에 늘 동행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며 대처의 일대기를 조명합니다. 하지만 정치인 대처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보다는 겉핥기에 머뭅니다. 대신 카메라는 대처의 영욕을 나열하는데 가운데 가족보다 권력을 좇았던 늙고 병든 여인의 회한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행간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원조'로서 대처와 대처리즘을 일별하는 데는 그닥 어려움이 없습니다.
사실 영화의 덕목은 따로 있습니다. 최장기 재임기록을 남기며 옛 소련으로부터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대처를 통해 박근혜 위원장을 교차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판 철의 여인'으로 불릴 정도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그는 대처와 많은 점에서 닮은꼴입니다. 간결하고 야무진 귀부인 이미지 때문은 아닙니다. 그가 대처리즘을 벤치마킹했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애국심이라는 대전제 위에 신뢰와 원칙의 정치를 표방하는 점에서 둘은 비슷합니다.
두 정치인의 닮은꼴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정치관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대처는 긴축재정, 공공부문 민영화, 복지예산 삭감, 노동운동 강경진압, 미국일변도의 강경외교, 반공노선 등을 농축해 대처리즘을 태동시켰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 중에서 복지부분을 제외하고는 대처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대처가 박 위원장의 멘토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입니다. 영화 속 대처가 과연 어떤 인물이었기에 강산이 두 번 바뀌었음에도 '철의 여인'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걸까요?
대처와 박근혜의 닮은꼴...대처를 보면 박근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