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짝폴짝! 하늘 날고 싶은 아이들

다시 찾은 해금강... 15년 세월은 한 순간이구나

등록 2012.02.25 12:03수정 2012.02.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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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엄마가 찍었던 그 자리에서 막둥이가 찍었습니다. ⓒ 김동수


자연에게 열다섯 해는 짧디 짧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참 길었습니다. 아내가 15년 전 그 자리에 섰을 때는 아기집 안에 생명 하나가 자라고 있었을 뿐이지만 다시 찾았을 때는 벌써 3명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23일부터 24일까지 거제도 해금강을 다녀왔습니다. 아내와 15년만에 다시 찾은 해금강은 그대로였지만 우리 가족은 두 사람에서 다섯 사람으로 불어났습니다. 엄마가 섰던 그 자리에 아이들이 선 모습을 보고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막둥아 엄마가 15년 전에 섰던 자리야. 형아를 아기집에 가졌을 때야. 엄마가 섰던 자리에서 사진 한 번 찍어볼까."
"아빠 정말이예요!"
"그럼, 삼촌하고 아빠와 엄마가 같이 와서 찍었지. 형아가 엄마 뱃속에서 나오기 두 달쯤 전이었다."
"아빠 나도 찍어즈세요."


막둥이 모습을 보면서,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장수사회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사람 사는 삶이란 길어야 100년입니다. 100년 살면서 얼마나 교만한지 모르겠습니다. 해금강에는 '신선대'가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대단한 하면 신선이 산다고 신선대라고 했을까요? '갓'처럼 생겼다고 갓바위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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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모진 풍파를 견뎌냈습니다 ⓒ 김동수


신선대 위에서 외로위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났습니다. 세찬 바람 앞에서 묵묵히 견뎠을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만해도, 매미와 나비 같은 태풍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를 보면서 결코 오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람들을 깨닫게 될까요. 물론 소나무를 보면서 오만하거나 교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겠지만 콘크리트 문화 속으로 다시 돌아오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느냐면서 자연 앞에서 거만하지고 맙니다.

"저기 소나무 봐라. 바람이 세게 불어도 부러지지 않고 살아 남았다."
"나이가 몇 살 쯤 되었을까요."
"아빠는 모르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저렇게 서 있을까. 바람막이가 하나도 없는데도 묵묵히 서 있다. 너희들도 저 소나무처럼 묵묵히 공부하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또 설교를 했습니다. 직업는 속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신선대 건너편에는 '바람의 언덕'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풍차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풍차는 바람으로 돌아가는 데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전기'에 힘을 빌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기로 돌아갈지라도 사람들은 감동입니다. 콘크리트 문화에 얼마나 질렸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빌딩 숲에서 사는 것인지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면 아마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같은 것에서 집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이 많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할머니 집이 바닷가라 '바다' 자체는 감동이 적었지만 풍차에는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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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위에 돌고 있는 풍차 ⓒ 김동수


"풍차다! 아빠 풍차예요."
"그런데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데 풍차가 돌아가네?"
"맞아요.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데 풍차가 돌아가요."
"아빠가 보기에는 전기로 돌아가는 것 같아."

"전기로 돌아가면 풍차가 아니라 전기차 아닌가?"
"그래도 우리가 풍차라고 하면 풍차예요."
"맞다. 풍차라고 하면 풍차지."


맞습니다. 눈으로 보기에 풍차이면 풍차일뿐입니다. 동력이 전기라고 해도 말입니다. 아이들 눈높이가 중요합니다. 풍차를 뒤로하고 아이들이 하늘을 날아 오르겠다고 합니다. 하늘 높이 날아 올르면 저 바다 건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풍차를 뒤로 하고 뛰어 올라 봐라. 두 손을 뻔쩍 들고 '뛰어 오르세요'"
"잘 나왔어요?"
"실패입니다. 두 손을 들고 뛰어 오르세요!"
"잘 나왔어요?"

"실패입니다."
"힘들어요. 더 이상 뛸 수가 없어요."
"그럼 한 번만 더."
"어쩔 수 없다. 이것으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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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를 뒤에 두고 하늘을 날았지만 실패? ⓒ 김동수


풍차 앞에서 하늘 한 번 날아보려고했지만 결국 날지 못하고 개구리 처럼 '폴짝폴짝'하다가 끝났습니다. 무엇보다 6명이 한꺼번에 하늘을 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막내동생 아이들도 함께 갔는데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다음에는 꼭 하늘을 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금강 #신선대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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