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KEC전자 75명 정리해고, "우리는 반드시 돌아간다"

24일자로 해고통보 "청춘을 다 바쳤는데...대다수가 힘없는 노동자"

등록 2012.02.25 11:58수정 2012.02.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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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구미KEC전자 정문 앞에서 75명이 해고된데 대해 노동자들이 24일 오후 항의집회를 열었다.

구미KEC전자 정문 앞에서 75명이 해고된데 대해 노동자들이 24일 오후 항의집회를 열었다. ⓒ 조정훈


"오늘 우리는 회사에 복귀한 지 8개월 만에 다시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우리는 지난 세월 저 공장안에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파도 출근했고 쉬는 날에도 회사에 일이 있다면 나와서 일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가슴 아픕니다."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경북 구미에 있는 KEC전자의 75명의 노동자들은 24일자로 해고되었다. 바로 전날 오후 근무도중 휴대전화 문자로 "귀하는 24일 00시부로 해고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울컥했다. 이게 끝이었다.

황정욱(37)씨는 19년째 KEC에 근무했다. 노조에 가입했고 파업에도 참가했다. 그게 해고 사유였다. 업무에 복귀한 뒤 부서장 등을 통해 나가라는 압력을 수시로 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뎌왔지만 결국 문자 한 통으로 끝이었다.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앞으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a  구미KEC전자가 해고노동자들에게 보낸 해고통지문자

구미KEC전자가 해고노동자들에게 보낸 해고통지문자 ⓒ 조정훈

오석기(44)씨도 17년째 이곳에서 청춘을 바쳤다. 그 대가는 기본급 150만 원과 각종 수당을 더해 200여만 원이다. 여기에서 임금을 삭감하던지 아님 나가라고 한다. 해고문자를 받고는 부인과 두 자녀가 떠올라 눈물을 떨구었다.

박성실(31)씨는 5년째 근무중이지만 월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인 11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금액에서 임금을 삭감하던지 나가던지 결정하라고 했다. 그러더니 근무점수가 최하라며 해고자 대상이 됐다. 이제까지 지각 한 번 한적 없지만 상사는 여러 핑계로 근무태도를 문제삼았다.

지난 24일자로 해고된 KEC전자 75명은 회사 밖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외쳤다. 해고노동자 이미옥씨는 "지금 우리는 이렇게 쫒겨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회사는 알아야 합니다. 반드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며 울부짖었다.

김성훈 금속노조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회사는 타임오프를 빌미로 우리를 쫒아내더니 관리자들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또 한 번 75명을 쫒아냈다"며 "대다수가 여성이고 힘없는 생산직 노동자이다"라고 말했다.


a  구미KEC전자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간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구미KEC전자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간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민주노총 이전락 경북본부장은 "회사 운영이 어려워 33억원원을 절감하기 위해 75명을 해고한다면서 3천억을 들여 부동산개발을 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부도덕한 경영주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해고노동자들은 노조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회사 관리자들은 "회사에 출입이 가능한 25명 이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이들을 막았다. 지난 2009년 출입을 못하게 해 법원으로부터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노조간부 외에는 못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해고를 다투는 노동자는 해고와는 무관하게 노조사무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음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리적 충돌을 유도해 회사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회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상여금 300%의 삭감과 3조3교대에서 2조2교대로의 근무형태 전환, 돌아가면서 1년씩의 무급휴직과 각종 수당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은 금속노조 소속 노조원들을 해고했다.

a  회사에 우호적인 KEC노조가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하지만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회사에 우호적인 KEC노조가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하지만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 조정훈


하지만 회사에 우호적인 KEC노조쪽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삭감에 합의하고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KEC노조는 화사 출입문 입구에 "우리의 권리와 희망을 기필코 지킨다"는 현수막을 붙여놓았다.

KEC지회 한 해고노동자는 이 현수막을 보며 "지랄하고 자빠졌네. 지네가 무슨 노동자들을 위한다고"라며 침을 뱉었다.

이날 해고노동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경주와 포항 등 경북지역의 금속노동자 200여 명이 함께했다.
#KEC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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