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2.03.05 10:01수정 2012.03.05 10:01
"이미 루비콘 강을 넘은 것 아닙니까."
한 486 정치인의 말이다. 보좌관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을 방조(공범)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민주당 사무총장의 진퇴여부 논쟁이 격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임 총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 사건 자체가 정치검찰의 표적수사로 임 총장 본인에게는 매우 억울하겠지만, 당내 공천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모조리 임 총장의 전력을 들어 "왜 나만?"이라고 반발하니, 임 총장 스스로 선당후사(先黨後私·개인보다는 당 전체를 위해 희생)의 자세로 '자진 공천반납'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다.
이강철 "임종석 억울하겠지만... 일에는 원칙 있어야"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에서 '임종석 사무총장은 사퇴하라. 선당후사 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전 수석은 "지금 민주당 사람들이 마치 당선이나 된 것처럼 하는데 지금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임종석이 억울한 것은 100% 이해하지만 일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터지는 공천 불공정 시비의 핵심이 임 총장의 단수 공천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명숙 라인'이 공천 불공정 시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한명숙 라인'의 핵심은 임종석 총장과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는 임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아주 예민한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한명숙 대표가 임 총장을 사무총장에 앉힐 때부터 이미 예고된 '공천 폭탄'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486 정치인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 자리에 앉힌 것 자체가 논란을 증폭시키는 기제"라며 "임 총장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당후사? 희생양 찾기 아닌가"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임종석은 억울하다"며 "현 지도부 체제의 판을 흔들려는 목적을 가진 세력들이 자꾸 임 총장 문제를 거론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임 총장 문제는 이미 단수 공천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재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역구민과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 투표를 통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당직자는 "임 총장에게 자꾸 선당후사를 하라고 하는데 임 총장이 물러났을 때 선당이 돼야 선당후사를 하는 것이지, 일종의 희생양 찾기로 임 총장을 표적해서야 되겠느냐"며 "19대 총선 이후 책임 있게 일할 사람에게 자꾸 손을 놓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임종석의 희생은 당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486과 친노세력이 다 해먹는다는 프레임을 짜고 공격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삼화저축은행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와 그의 아내 서향희씨가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 임 총장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정치검찰이 물타기 용으로 이것을 흘린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이 박지만씨와 그의 아내 서향희씨를 보호하려고 임 총장을 희생타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임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시종일관 토로하고 있다.
그는 사무총장 임명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내 재판의 재판부는 최근 형사소송에서 확립된 법리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숱한 정황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과감히 무죄를 때렸던 재판부가 내 사건에서는 아무런 증거나 정황은 없지만 의원과 보좌관 관계에서 불법자금 수수사실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에 유죄라고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치검찰에게 워낙 시달려 누구보다도 자신의 억울한 점을 잘 아는 한명숙 대표가 억울함을 풀라고 사무총장으로 일할 기회를 준 것이라는 말도 했다.
임 총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천 문제와 관련해 "'개인 임종석'이 아니라 '사무총장 임종석'의 위치도 있는 만큼 당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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