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형제, 저기도 형제... 모두 가족이야?

[배낭돌이 두 바퀴 실크로드 여행기]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

등록 2012.03.06 17:43수정 2012.03.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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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 모두를 '형제'라 부르는 사람들

보기만 해도 등에 땀이 절로 흐르는 아찔한 도로(카라코함 하이웨이)를 지나, 무사히 도착한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Sost). 외국 배낭여행자에게도 귀빈 대접을 하는 파키스탄 이미그레이션 직원들 덕에 아무런 문제 없이 파키스탄 도착 비자를 발급받고, 파키스탄의 첫 마을 소스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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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 하이웨이 구간 중 파키스탄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 소스트. ⓒ 오상용


나무 막대기로 국경을 표시해 놓은 이미그레이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마을 소스트(Sost).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작아 보이는 규모이지만 길 양쪽 산 곳곳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필자(배낭돌이) 여행팁 : 중국 - 파키스탄 국제버스는 소스트와 훈자마을 초입을 지나 길기트까지 운행하지만, 여름에는 홍수, 겨울에는 눈으로 길이 자주 막혀 버스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스트에서 입국신고를 할 때 도로 상황을 체크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면 국제버스 차익을 환불받고, 이곳에서 1박을 하고 이곳 지형을 잘 아는 파키스탄인 봉고 또는 차량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혹 파키스탄 여행이 처음이라면 이미그레이션 직원에게 부탁하면 안전한 호텔과 이동 차량을 소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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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그레이션 직원이 소개해 준 소스트 추천 호텔. 나중에 알고 보니 국외 유명 여행 책에도 소개 된 꽤 알려진 곳이었다. ⓒ 오상용


다른 국경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메인거리. 하지만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을 오가는 여행자를 위해 곳곳이 숙박 시설을 지어 놓았다. 어디서 자는 것이 좋을까? 양쪽을 살피며 숙소를 물색하는데, 언제 따라왔는지 이미그레이션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우리 옆에서 도움을 주던 직원이 불쑥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저쪽에 더 싸고 괜찮은 호텔이 있습니다."

여행자를 위한 친절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그레이션 정식 직원이고, 무엇보다 첫 인상이 좋았기에 그 제안에 고민하지 않고, 그를 따라 마을 한쪽 호텔 안으로 향한다.


하루 2명 호텔 숙박비 4000원, 자연경관 끝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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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대비 시설도 나쁘지 않은 소스트 호텔. 2명이 1박에 4,000원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O.K ⓒ 오상용


"반갑습니다, 형제. 파키스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미그레이션 직원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호텔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주인이 친절하게 짐까지 받아주며 5성급 못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형제가 운영하는 호텔입니다. 소스트에서 가장 안전하고 저렴합니다."

주인장의 친절함에 살짝 당황한 나에게 자세히 이 호텔을 소개해주는 이미그레이션 직원. 형제가 운영하고 무엇보다 안전해 이미그레이션 직원들도 이곳을 이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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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입구에서 보이는 웅장한 자연경관. ⓒ 오상용


딱딱한 침대 2개와 테이블 그리고 살짝 냄새가 올라오는 화장실로 이루어진 방 내부. 혹시나 해서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역시나 뜨거운 물은 나오지 않는다.

"저녁에 샤워할 수 있도록 뜨거운 물 갖다줄 수 있나요?"
"그럼요 그럼요. 뜨거운 물이 안 나오니까 이 방 300루피(약 4000원)에 이용하세요."

저렴한 가격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친절과 가격 대비 훌륭한 시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곳에서 자야지 생각했지만, 여행자에게는 흥정이란 빼먹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에 고민하는 척하며 방을 빠져나오는데 호텔 맞은편으로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가 떡하니 보인다. 흥정을 위해서는 속마음을 숨겨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림 같은 풍경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OK, OK"를 외친다.

소스트에서 다시 만난 파키스탄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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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을 하며 가끔씩 하루를 위험한 도로를 꼬박 달려 집으로 가는 파키스탄 청년. ⓒ 오상용


한참 동안을 방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주변 자연경관에 빠져 있는데 지각을 모르는 배꼽시계가 배고프다며 신호를 보낸다. 방 안에 던져놓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약간의 파키스탄 돈을 챙겨 시장으로 가는 길. 낯선 이들로 가득한 소스트 거리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청년이 보인다.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니 이곳으로 오는 국제버스에서 고장으로 멈추어선 버스를 정비한 파키스탄 청년. 낯선 거리에서 아는 이를 만났다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다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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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봉고차. 적정 인원이 차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는다. ⓒ 오상용


"길기트 간다면서 왜 안 갔어?"
"홍수로 길이 막혀 국제버스가 안 간대. 저 옆에 봉고차로 가려고 기다리고 있어."

중국에서 일하고 오랜만에 가족이 있는 길기트로 간다는 청년. 하지만 길이 막혀 타고 온 국제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파키스탄인이 운행하는 봉고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정식 등록된 차량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을 마을버스처럼 운행하고 있는 교통수단.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길기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모이면 바로 출발을 하기에 청년과 짧은 인사를 건네고 상점으로 향한다.

모두를 형제라 부르는 소스트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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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발음으로 김일성을 외친 파키스탄 아저씨. 나중에 한국 여행자라는 것을 알고 몇 번이고 사과를 하였다. ⓒ 오상용


호텔이 위치한 초입에서 걸어서 2분도 걸리지 않는 소스트 메인거리. 불과 200m도 되지 않는 거리지만 도로 양쪽으로 이발소는 물론이요 구둣방과 상점, 식당 등이 준비되어 있다.도로 끝까지 걸어가며 무엇을 파는지 살피는데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아저씨가 대뜸 주먹을 쥐고 손을 들며 사진을 찍어 달라며 말을 건다.

"어디서 왔어?"
"한국(KOREA)에서 왔어."
"아이 러브 김일성!"
"헉 우린 사우스코리아(한국)에서 왔는데…."
"오 형제여, 미안 미안."

한국이라는 나라보다는 뉴스나 언론 보도로 북한이 더 익숙한 파키스탄 사람들. 하지만 그의 행동에 표정이 안 좋은 나의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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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서 형제를 외치며 인사를 건네는 파키스탄 소스트 사람들. ⓒ 오상용


사진을 찍고 나서도 계속 되는 아저씨의 사과. 몇 번이고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도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하는데 재미있게도 사과 앞에는 늘 형제(brother, 브라더)라 나를 칭하고 이야기를 한다.

"아이 러브 김일성"을 외친 아저씨 외에도 길거리에서도 이야기를 하다가 지나가는 나에게 형제(brother, 브라더)라 칭하고 인사를 건네거나 말을 거는 소스트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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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진을 찍자며 브라더(형제)를 데리고 온 파키스탄 청년. ⓒ 오상용



"형제(brother, 브라더), 우리 형제랑 같이 사진 찍자."

심지어 함께 일하는 형제를 불러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까지. 한 명도 아닌 모든 사람이 우리는 물론 마을 모든 사람들에게 형제라 칭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혹시나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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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호텔 직원 (중) 호텔을 추천해준 이미그레이션 직원 (우) 호텔 주인 ⓒ 오상용


간단하게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가만히 생각해보니 호텔을 추천해준 이미그레이션 직원도, 환영 인사를 건넨 호텔 주인도, 심지어 국경의 모든 직원도 나를 형제라 부르며 이야기를 하였다.

파키스탄 국민의 98%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곳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혈연관계가 있어서 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마을 사람은 물론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형제라 부르는 그들이 살짝 어색하면서도 친근함이 느껴진다.

왠지 형제라 불러주는 그들이 있어 더욱 즐거운 파키스탄 여행.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내가(배낭돌이) 먼저 형제라 부르고 인사를 건네며, 작은 마을의 형제가 되어본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행 #파키스탄 #소스트 #카라코람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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