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의 목적> 한 장면.
연애의 목적
실로 공포의 아침이다. 해가 중천에 떴건만 무서워서 아직 집을 못 나서고 있다. 왠지 경비아저씨가 무엇인가 많은 것(?)을 알고 계실 것 같다. 갈비뼈 부분이 아파서 살펴보니 피멍이 들어있다. 종아리도 시큰하여 살펴보니 여기도 넓고 얇은 찰과상이 보인다. 2차 술자리까지는 기억 나는데, 그 이후 3차와 4차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품 안에는 딱 체온 수준으로 데워진 콜라캔이 안겨져 있다. 본능적으로 지갑과 휴대전화를 찾아 헤매니, 이것들이 언제부터 발이 생겼는지 냉동실에 들어가 있다. 휴대전화 폴더를 열어보니 부재중 수신전화가 수십 통에, 내가 직접 건 것으로 추정되는 발신 통화가 수십 통이다.
토끼눈을 뜨고 놀란 맘을 품안에 들어있던 따뜻한(?) 캔 콜라로 달래다가 남은 콜라를 냉장고에 넣으려니, 거기엔 몇 리터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체모를 액체가 흘려져 있다. 이윽고 화장실 냄새가 난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 한잔을 더 떠다가 소파에 앉으려니 이번에는 "뿌직"하며, 안경이 깨지고 만다.
지난밤 무슨 일이?...'하늘도 무심하시지'지난밤에 과연 무슨 일이? 도저히 추리가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구겨진 감열지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5만 원이란 돈이 나온 택시비 영수증이다. 후덜덜, 이럴 때 일수록 '침착=생명'이란 것은 알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이 상황들은 가상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일도 아니다.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괴로움만 뺀다면 이 정도는 사실 약과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주머니를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은 왜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지갑을 열어 확인해보니 꼬깃꼬깃 구겨진 신용카드 영수증이 나오기 시작한다.
'OO클럽 OO카드 86만원' 아, 호환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시작이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한 달쯤 지나 괴로움에 술 마시고 필름 끊기고서 다음날 아침에 시끄러워서 실눈을 떠보니 헤어진 여친이 머리 감고 밥하고 있는 장면보다 더 무서운 그 사실은 바로, 어젯밤 술값을 내가 쐈다는 것이다.
'전날 동석했던 이들에게 전화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