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과 3월 1일, 5일과 6일, 나흘에 걸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1, 2차 토론회가 모두 끝났다. 토론회에는 연령별(20, 30대), 성별 총 4개의 그룹별 토론이 열렸다.
각 토론회에는 4인씩 참여, 총 16인이 생방송 무대에 함께 올랐다. <슈퍼스타K>를 본따 오디션을 통해 청년 국회의원을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출과정은 세간의 관심을 모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후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 불친절했다
지난 2월 5일, 홍대 클럽에서의 일종의 개막식이었던 락 파티(Rock Party)를 시작으로 흥겨운 정치 축제를 내세웠던 이들의 선출 과정은 초반 이슈화에서는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선출 과정이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돼 대중들이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후보들의 면면을 알기 어려웠다.
또한 락 파티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나, 이 역시 마찬가지로 후보 개개인에게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투표인단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스토리가 알려져야 스펙을 이기는 투표가 이뤄질텐데 1, 2차 토론회가 끝난 지금도 각 후보들이 각각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오디션 프로그램의 큰 강점인 후보들의 매력 발산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물론 '분노의 검색질'을 통하면 후보들에 대한 면면을 파악하기는 그리 어렵지는 않을 터.하지만, 왜 선거 참여의 과정을 왜 이리 불친절하게 해놓았던 것일까. 이것이 과연 후보 개개인의 자질부족 때문일까? 지난 2개월 정도를 관심있게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다르게 표현하면 락 파티를 주관하는 민주통합당의 열의 부족, 역량 부족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1차 토론회는 처음으로 대중에게 자신들의 후보들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후보들은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하기 보다는 그저 해왔던 방식인 형식적인 토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자유토론 형식을 취했던 2차 토론회와 비교해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자유 토론이었던 2차 토론회에서는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발랄한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들 개개인들이 모두 훌륭한데 민주당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후보들이 정치경험이 거의 없는 청년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오디션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혹은 인재로 다듬어 내는 것도 주관자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젊은 집단지성'을 기대한다
만약 방송국 주최 오디션 프로그램에 준비된 인재가 신청하지 않았는데 오디션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는 이미 끝난 상태라면? 과연 방송국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후보를 어떻게든 좀 더 오디션 취지에 맞게 포장을 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주최 측이 멘토가 됐든 인큐베이터가 됐든 말이다.
더군다나 이번이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청년들에게 정치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전격적으로 부여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는 청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후보들이 다소 미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판만 벌이면 어디선가 훌륭한 청년 정치인이 등장해 뇌사 상태에 빠진 기존 정치판에 활기를 불어넣어 민주통합당에게 인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그럼에도 기성 정당인 민주통합당이 이유야 어찌됐건 자신들의 일부를 청년들에게 개방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은 파티를 '락(rock)'하기보다는 '낙(knock)'한 듯 보이니 여기서 멈추지 말고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청년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토로했다. IMF로 인해 자신들의 청춘이 망가진 세대, IMF로 타격받은 부모님의 어려움이 그대로 자신들에게 전이된 세대, 타의로 '3포'(연예, 결혼, 출산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 이들이 토론회 내내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 것은 이 불공정한 사회에 공정함을 심자는 것이다. 이제는 어려움을 이야기만 하는 것에서만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당사자인 자신들이 직접 뛰어들어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하지 않았기에 느꼈던 불통의 부당함을 소통으로 풀고자 하는 요구, 락 파티는 이런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여성 할당제만큼이나 청년비례대표 또한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위가 현실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누군가는 움직여서 공감을 얻어야 하고, 고생을 해야 한다. 당위가 단지 정치적 레토릭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386세대가 정치에 입문한 후 그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 현재의 위기가 초래됐다는 점을 대다수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이 동의한다면, 그리고 이제는 후보들도 다른 청년 정치신인들에 비해 앞선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들은 이제 한 알의 밀알이 돼 청년 정치의 텃밭을 일구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각 그룹별 1인이 대표가 되는 개인적 정치 입문이 아니라, 청년비례대표 선출과정에 참여했던 400여 명에 가까운 이들의 아이디어와 힘으로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 먼저 집결한 청년들의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개방성을 가지고 말이다.
2012.03.07 17:04 | ⓒ 201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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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청년비례대표 토론회... 이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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