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관심 사병' 관리 소홀로 자살... 국가 20% 배상책임

서울중앙지법 "특별관리 대상 검사 결과 나왔음에도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아"

등록 2012.03.07 18:42수정 2012.03.0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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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 '특별관심 대상'으로 분류된 장병이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 국가에 일부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대학교 2학년 재학 중 2009년 2월 육군에 입대해 통신중대에서 군복무를 시작했고, 그해 7월 5일 교환대 근무를 하던 중 컴퓨터케이블로 목을 매 이후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뇌사판정으로 사망했다.

A씨는 2009년 6월 26일 군 표준 인성검사에서 "인성면에서 관심을 요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정서적으로 아주 불안한 심리현상을 보임으로써 충동적 우발행동이 우려되므로 면밀한 관심과 아울러 전문가(상급자)와의 즉각적인 상담을 권합니다. 특별관심 대상입니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A씨는 자대배치 후 부여받은 전산업무를 힘들어했고, 특히 생소한 언어들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소심한 행동과 일상적인 지시에 반응이 느려 선임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자살한 A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제20민사부(재판장 신광렬 부장판사)는 최근 망인의 책임을 80%, 국가의 책임을 20%로 인정해 "피고는 망인의 가족에게 6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망인과 같은 장병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집돼 군복무를 하게 되고, 군대의 특성상 장병은 복무기간 동안 외부 사회와의 접촉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엄격한 규율에 의해 행동이 통제되며, 그 업무의 내용도 정신적·신체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는 장병이 복무기간 동안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유지 보존해 건강한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국가는 당해 장병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한 면담과 검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살 가능성이 확인되면 적정한 치료, 업무조정 등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조치를 게을리했다면 당해 장병에게 고유한 자살의 소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망인에 대한 인성검사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자대배치를 받은 후로부터 약 1달이 경과한 후인 2009년 5월 6일 실시한 육군 개인 안전지표 진단에서는 자살집단군 검사결과 정상으로 판정됐으나, 망인이 자살을 시도하기 약 10일 전인 2009년 6월 26일자 군 표준 인성검사에서는 '충동적 우발행동이 우려되므로 면밀한 관심과 아울러 전문가와의 즉각적인 상담을 권합니다. 특별관심 대상입니다'는 결과가 나온 사정에 비춰 보면 상급자들의 강요행위 등으로 인해 망인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6월 26일자 군 표준 인성검사결과 즉각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소속부대의 지휘관은 검사결과가 나온 후 망인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10일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종전과 같은 업무를 하도록 했던 점, 망인에게 군복무의 중압감 내지 정신적 스트레스 이외에 달리 자살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망인은 부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지휘관들로부터 적절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상급자들의 강요행위 및 지휘관의 관리·감독 소홀과 망인의 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그러한 가혹행위 및 관리·감독 소홀은 직무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과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급자의 강요행위는 망인뿐 아니라 부대원 전체에 대한 것이었으나 다른 부대원들은 정상적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점, 망인에 대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온 후 사망하기까지 불과 10일 정도에 불과해 지휘관으로서도 그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할 시간적인 여유가 모자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자신의 어려움을 지휘관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해보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자살에 망인의 잘못도 중대한 원인이 됐다"며 "이에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장병 #특별관심 대상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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