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2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개념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새 노조 조합원들이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KBS 새 노조 전 집행부 간부들의 부당징계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시청자들은 KBS 파업을 어떻게 볼까, 궁금해서 'KBS 파업'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너무나 조용했다. 'KBS가 파업하는데 티가 나지 않는 이유' 같은 제목의 블로그가 오히려 눈에 띄었다. KBS 구노조가 빠진 새노조만의 파업인데다, MBC와는 달리 유명 아나운서나 스타PD들이 눈에 띄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은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1박2일>이나 <개그콘서트> 같은 간판 프로그램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한 'KBS 파업을 알리기가 쉽지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고 조용한 매체인 라디오를 제작하는 PD들이 일손을 놓고 파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려지기 힘들지 않을까?
라디오야 워낙 일상적인 매체라 6개월 개편 단위로 세팅한 코너와 게스트진이 있어 파업을 하더라도 표가 크게 나지 않는다. 게다가 워낙 꼼꼼하고 배려심(?) 많은 라디오PD들이라, 남아있는 DJ나 스태프들이 곤란하지 않도록 인수인계 매뉴얼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으니 방송 펑크란 쉽지가 않다. 물론 몇 개의 코너가 결방되고 선곡의 질이 떨어지는 듯한 미세한 균열이 생기지만 이를 알아차리는 청취자는 많지 않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 돼버린 KBS1라디오라디오PD들은 파업을 해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데 비해, 파업에 참여함으로써 개개인의 라디오PD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은 작지 않다. 일단은 금전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간 단위의 TV와 달리 일일 프로그램인 라디오에서 한 번 파업에 참가하게 되면 전일(全日)을 '무노동 무임금' 적용받아 임금이 삭감된다.
일례로 2010년 7월 KBS 새노조 파업이 끝난 후 대부분의 라디오PD들은 가장 죄질이 나쁜 A급으로 분류되어 21일치 급여를 삭감 당했다. 부부가 모두 KBS 라디오PD인 한 PD 부부는 당장 돌쟁이 아기의 분유 값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파업에 참가한 새노조 PD들은 인사, 근무평가, 연수 등 모든 분야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PD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낙하산 사장' 부임 이후 KBS 라디오의 모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한때 뉴스시사전문 채널로 영향력을 발휘하던 KBS1라디오는 이제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죽은 매체가 되고 말았다.
시사 프로그램의 아이템 선정은 경쟁사에 비해 항상 한발 뒤져서 낙종하기 일쑤고, 너무나도 당연한 비 소식·더위 관련 아이템이 버젓이 메인을 차지했다. 여기에 G20 관제특집으로 도배가 되고, 장관 관료들은 알맹이 없는 내용의 인터뷰로 대놓고 정권 홍보를 일삼는다.
화룡점정은 대통령의 몫이다. 격주로 방송되는 대통령연설의 편집, 제작권은 실질적으로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국민의 방송 KBS1라디오를 통해 대놓고 야당을 비방하거나 날조된 통계를 예로 들며 노동자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다.
윤도현, 김구라 퇴출...음악채널 경쟁력도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