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권우성
BBK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MB와 연관성을 거론하던 사람들도, 이슈도 금세 수면 아래로 침잠해 버리고 만 사례들을 보아왔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 2007년 대선의 최대 이슈였지만, 이번 4·11 총선과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BBK 사건의 관련자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며 청와대와 여권의 힘이 빠지자 보이지 않는 힘에 희생됐던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잇따라 진실규명에 나설 경우 어떤 방패변수도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중 가장 큰 핵심은 김경준씨의 심경변화로 볼 수 있다. 현재 BBK 사건과 관련해 해명되고 있지 않은 이슈 중 하나는 스위스 계좌에 예치해둔 돈 140억원을 ㈜다스에 송금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다스가 패했고 반대로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옵셔널벤쳐스는 김씨에게 승소했는데도 김씨의 스위스 계좌 돈이 다스로 흘러 들어간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또 다른 의혹은 현재 재판과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이면계약'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의혹이 밝혀졌을 경우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에겐 타격이 만만치 않을 터. 따라서 그 후폭풍이 어디로 기우느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거대 후폭풍을 피하려는 듯, 지난 2월 22일 MB는 국민에게 안긴 고통의 짐 하나를 슬그머니 내려놓으려 했다.
자신의 업보인 친인척ㆍ측근비리에 대해 "국민께 할 말 없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날 특별 기자회견에서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MB와 담을 쌓기로 작정한 것일까. 3월 7일 박근혜 위원장은 즉각 반기를 들고 나섰다.
'대통령 친인척비리 상설특검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 탈당이 해법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장한 발언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중견언론인 모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역대로 정부 말기 때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래서 국민 삶의 어려운 점이 해결됐는가,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대해 "당 대표 시절에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상설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며 "이런 제도를 포함해 뭔가 근본적 장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MB가 더 이상 본인의 정치 행보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렇다고 BBK 후폭풍을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큰 오산일 수 있다. 변수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분석 ③] 다시 칼 쥔 검찰... 또 우물쭈물했다간 호된 역풍 만날 수도 그렇다면 BBK 사건은 과연 어떻게 막을 내릴까. 박 위원장은 "대통령 측근비리, 친인척 비리는 당연히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잘못이 발견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검찰에 고발된 BBK 관련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이미 대응 시나리오가 준비됐거나, '실행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청와대와의 연결 싹을 단숨에 자를 순 없다.
초조하고 불안해진 쪽은 박근혜 위원장이란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또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2007년 대선의 최대 이슈였던 BBK 주가 조작사건과 관련해 김경준씨가 대선 당시 자신에게 처음 입국을 요청한 이들이 박근혜 후보 측이었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긴 육성이 공개된 때문.
'나꼼수'가 그 매개역할을 했다. '나꼼수'는 김씨와 친분이 깊어 꾸준히 면회를 해오고 있다는 유원일 전 의원의 인터뷰 내용도 공개했다. 유 전 의원은 검찰이 김씨의 기획입국 관련 혐의를 민주당에 덮어씌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전 의원은 "(김경준이) 편지에서 '검찰이 한나라당 쪽 기획입국에는 관심 없다며 화까지 내면서 민주당 쪽 인사를 대라고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며 "전에 (김씨의) 어머니에게 '혹시 민주당 쪽에서 접촉한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었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달 23일 김경준씨를 면회 한 후 언론에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친박계 인사들이 김씨를 찾아와 귀국을 종용했고 친이계 인사들은 귀국을 막으려 했었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와중에 많은 변수들이 BBK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 발 보수세력의 안보위기감 조성과 보수언론의 색깔 덧씌우기 프레임 작동, 방송사들의 잇단 총파업, 중국의 해양위협, 총선 공천 후유증, 야권연대 등이 언제 어떻게 파생 변수를 낳으며 회오리를 불러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잡음, 민간인 사찰 청와대 증거인멸, 디도스 공격 사건, 돈 봉투 사건, 최시중 방통위원과 이상득 의원 비리사건 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그러나 BBK 사건은 현직 대통령-차기 대선 후보-전·현직 국회의원-언론사 등과 서로 물고 물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가장 민감한 뇌관이다.
BBK 사건의 실체가 과연 방패변수로 끝내 굳건하게 가려질 것인지, 아니면 권력의 실체를 향할 것인지 칼은 검찰에 쥐어졌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고발 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공개하고 BBK 사건 전반에 관한 성역 없는 재수사로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에 이은 대선까지 의혹만 키워 호된 역풍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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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재점화', 'MB와 담쌓기'...박근혜에 독일까,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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