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운천, 전북에서 '바보 기록' 세우겠다"

[총선 인터뷰] '불모지' 전주에 두 번째 출사표 던진 정운천

등록 2012.03.15 14:52수정 2012.03.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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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을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이 지난 12일 치러졌다. 최형재 후보(아름다운 가게 전 대표)와 이상직 후보(이스타 항공 회장)가 출마한 이번 경선은 이상직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현장투표와 모바일투표 합산 결과 이상직 후보는 득표율 56.15%를 기록했다.

이상직 후보 선출로 이제 전주시 완산을 선거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전주시 완산을은 이상직 민주당 후보와, 일찌감치 후보로 결정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 이광철 통합진보당 후보가 주경합을 벌이게 됐다.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민주당이 강한 전주. 그렇다면 과연 올해 총선도 마찬가지일까? 아직 아무도 모른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정운천 후보가 전주 완산에 출사표를 던졌기에 더욱 그렇다.

당시 정 후보는 18.2%라는 이례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북에서 한나라당이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전주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후보에게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이런 '척박한 황무지'에 두 번째로 출사표를 던진 정 후보. 그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도전한 것일까.

정운천 후보를 지난 8일 전주시 그의 선거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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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을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의 정운천 후보.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정운천 후보는 당시 전북에서 18.2%라는 경이로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 안소민


전북에서 기록한 18.2%라는 '놀라운' 득표율

- 일찌감치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됐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나.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과 함께 시민에게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큰 행사부터, 동네 뒷골목까지 일일이 찾아 다닌다. 하루 300~500백 명의 도민을 만나고 있다."


- 두 번째로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는 선거일 50여 일 앞두고 (출마를) 결정했다. 경황이 없었다. 농사 짓다가 처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전북에 와서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렇게 철저히 한쪽으로 편중될 수 있을까. 충격 그 자체였다."

- 민주당이 전북에서 강한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닐 텐데.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체험하니 말로 듣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도지사, 군수, 시장, 도의원, 시의원 전체 합쳐서 250명을 뽑는데, 집권 여당인 당시 한나라당은 한 명도 당선하지 못했다.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평생 꼭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농업발전 정책을 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역 장벽을 없애는 일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희망을 봤다. 그래서 이번 출마를 결심했다."

- 2년 만에 겪어보니 분위기가 어떤가.
"많이 변했다. 변화가 느껴진다. 2010년에는 어차피 김완주 지사가 될 거니까, 배려하는 의미에서 나를 찍어준 사람들이 있다고 느꼈는데, 올해는 다르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갈망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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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후보는 "2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당'보다는 '사람'을 보고 뽑으려는 유권자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 정운천


"전북이 변하고 있다... 난 피부로 느낀다"

- 변화라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변화를 의미하나?
"이제 정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판단하려는 유권자가 더욱 많아졌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 후보가 당선하지 않았나. 그때 변화의 바람을 느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다. 전북도 변할 것이다. 실제로 변하고 있는 걸 느낀다."

- 2010년 지방선거 때 이 지역에서 이례적인 18.2%라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에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나?
"모든 후보가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당선을 목표로 온 게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표를 얻으러 온 게 아니라 마음을 드리고 얻으러 왔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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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후보는 2011년 5월 19일부터 26일까지, 전주 시내에서 LH 이전 실패를 사죄하며 석고대죄를 한 바 있다. 옛날에 죄인을 압송할 때 쓰던 함거에서 자숙하는 정 후보를 두고, 당시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인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정치 쇼'다 라는 식으로 의견이 갈렸다. ⓒ 정운천


- 지난 도지사 후보 공약이었던 LH(토지주택공사) 유치도 실패로 끝나고, 도민의 실망이 무척 크다. 물론 낙선 후보에게 그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LH 유치가 당시 정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던만큼 부담이 될 듯하다. 그래도 이 지역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LH 유치는 지방선거 출마 당시, 내가 대통령과 약속한 것이었다. 나 역시 그때는 정치 신인이어서 정치계의 생리를 잘 몰랐다. 하지만 이런 건 있다. 정치인이 정책을 펴다보면 지킬 때도 있고, 못 지킬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지키지 못했을 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2011년 LH 유치가 실패한 뒤, 5월 19일부터 26일까지 석고 참회를 했다. 재밌는 사실은, 그동안 관계를 맺었던 유명 인사들은 내가 석고참회하는 현장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시선이 두려웠던 거다. 석고참회 하는 내게 와서 따뜻한 말을 건네준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내가 아예 마음을 못 얻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이번 완산을 선거는 예전과는 다를 것 같다. 변수도 많고 예측하기도 힘들다.
"우리 선거 캠프에는 선거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다. 전략선거니, 조직선거니.. 이런 거 안한다. 나는 원래 농부였다. 대학졸업 뒤 해남에서 키위농사를 시작할 때, 자갈밖에 없는 황무지 2000평을 직접 일궜다. 돌 하나하나를 밤새 져 나르고 흙을 퍼담아 비옥하게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농부의 자세로 밭을 일구는 것 뿐이다. 전략이니, 조직이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며 마음을 얻는 것이다. 저 밑바닥에서 기초공사부터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있다."

- 이번에 펴낸 자서전의 제목이 <바보 정운천의 일곱 번째 도전>이다.
"일부러 편한 길을 가지 않고, 소신에 따라 도전하는 사람들이 '바보' 아닌가. 나 역시 비례대표로 가면 될 걸, 뭐하러 굳이 힘든 길을 가느냐며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바보의 기록을 세울 것이다. 자신의 우세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마음을 얻는 바보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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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합류한 정다은씨. 2년 전, 선거운동을 위해 교단을 떠난 아내와 올해 선거운동에 팔을 걷어부친 아들 정용훈, 딸 정다은은 정운천 후보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한다. ⓒ 안소민

정운천 새누리당 캠프 사무실에 가면 앳된 여학생을 볼 수 있다. 손님들에게 다과를 챙겨주기도 하고, 전화를 받기도 한다. 바로 정운천 후보의 딸이다.

현재 미국의 Barnard College of Columbia University 1학년에 재학중인 정다은(21)씨.

지난 겨울 방학을 맞이해, 잠시 귀국했다가 아빠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아예 휴학하고 다시 돌아왔다. 처음에는 선거운동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선거운동 돕는 엄마를 보고 '잠시만 도와드릴까' 하다가 발목(?)이 잡혔다.

딸은 아빠가 불모지인 전주에 와서 왜 사서 고생할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다시 출사표를 던진 아빠의 도전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빠(정용훈, 25)와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아침에 온가족이 함께 나가 시민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은씨의 하루는 선거운동으로 꽉 차 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술집에 들어가 시민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정운천 후보의 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떤 취객이 다은씨 앞에서 아빠를 험담했다. 다은씨는 "앞에서는 태연한 척 했지만 밖에 나와서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말로만 듣던 아빠의 '안티'를 직접 겪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너무 편하고 곱게만 자랐다는 생각을 했다. 다은씨는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돕기로 결심한 뒤, 거의 쉬어본 일이 없다.

"크리스마스 무렵 부모님에게 특별 휴가를 받았는데. 이상하게 못 쉬겠더라구요."

다은씨는 얼마전부터 사무실에서 일을 돕고있다. 이번 선거운동은 아빠 일을 돕는 것 외에도 다은씨에게 "세상을 배우는 기회"가 되고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했던 다은씨이기에 더욱 그렇다. '안티'의 쓰라린 경험도 맛보았지만, 대부분은 다은씨에게 격려의 말을 건넨다. 다은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안소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안소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411총선 #전주 완산을 #정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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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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