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조의 '5.18 반란' 표현, 아주 불편하다"

새누리당 이영조 후보의 답변을 바랍니다

등록 2012.03.14 14:42수정 2012.03.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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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과거사 관련 시민단체들이 이영조 새누리당 강남을 후보의 공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최지용


강남을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자 이영조씨의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항쟁을 영어로 'rebellion(반란)'이나 'revolt(폭동)'로 표현해도 중립적"이라는 변명을 보면서 한국국민의 영어실력을 무시하는 그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영조씨는 제발 영어로 된 한국 역사책을 보시라. 제주4·3항쟁의 정확하고 공식적인 영어표현은 'Jeju 4·3 Uprising'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정확하고 공식적인 영어표현도 'Gwangju Rebellion'이 아니라 'Gwangju Democratization Movement'이다.

이영조씨가 이 글을 발표할 당시 신분은 학자가 아니라 국가공무원이었다. 학자는 자유스럽게 표현을 쓸 수 있지만 공무원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표현을 써야 한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영어표현을 몰랐다면 주의가 깊지 않거나 무식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이영조씨의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어이가 없어서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교에서 한국역사를 가르치는 미국인 도널드 베이커 교수와 이에 대해 이메일 인터뷰를 나누었다. 베이커 교수는 한홍구 교수와 같은 미국 워싱턴대학교, 같은 지도교수 아래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그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년 5월에 광주에 있었던 운동가이자 학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베이커 교수와 나눈 이메일 대화 일부를 국영문으로 함께 공개한다.

- 2010년 11월, 진실화해위원회 3기 위원장 이영조씨는 미국에서 열린 학회에서 "제주 4·3은 폭동, 광주 5·18은 민중반란"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이영조씨의 영어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영조씨의 그런 표현에 아주 마음이 불편하다. 1980년 5월의 반란은 광주시민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몇몇 군 장성이 일으킨 것이다. 1980년 5월 18일 전국적으로 계엄이 확대 되는 것에 반대해 소수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 시위는 평화적인 것이었고 반란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시위대들이 자국민을 상대로 치명적 폭력을 저지른 군대와 마주쳤을 때 그 시민들이 정당방위로 저항한 것이다. 그래서 이영조씨의 '반란'이라는 표현은 아주 부적절하다.

제주 4·3의 경우는 그 시초가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 시키는 남한만의 단독선거에 반대해 일어난 군사적 저항이기 때문에 내전(Civil War)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다른 말로 4·3사건 발단은 조국분단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비전을 놓고 일어난 전투였다. 그래서 그것은 내전이지 폭동이 아니다. 미국역사에서도 미국 북부와 남부가 벌였던 남북전쟁을 남부의 북부에 대한 반란이나 폭동으로 부르지 않고 내전으로 부른다. 그래서 제주 4·3사건과 그 뒤 한국전쟁도 내전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 In November 2010, Lee Young-Jo, 3rd president of 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of ROK, described Gwangju Massacre or Gwangju Democratization Movement as 'Gwangju Rebellion' and Jeju April 3 Incident as 'Jeju Revolt'. What do you think of Lee Young-Jo's description on Gwangju Incident and Jeju April 3 Incident?
"I am not comfortable with either of those two definitions. The rebellion in May, 1980, was a rebellion by a few Army generals, not by the people in Gwangju. On May 18 a few people in Gwangju protested peacefully against the declaration of nation-wide martial law (peaceful protest is not a rebellion) but then, when those peaceful protests were met with deadly violence at the hands of the military, they began fighting back, primarily in self-defense. Therefore the label "rebellion" is inappropriate.

As for Jeju, it would be more appropriately described as a civil war, since it began as an armed protest against plans to hold separate national elections south of the DMZ and therefore solidify the division of the peninsula into two separate countries. In other words, the fighting in Jeju back then was fighting over two different visions of what Korea should look like, over whether it should be one country or two. That's a civil war, not a revolt. (In US history, the fight between the north and the south is usually called a civil war, not a revolt by southerners against northerners. I believe the same sort of terminology should be applied to Korean history as well.)"


이렇게 한국역사를 가르치는 미국인 교수의 영어표현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이영조씨의 답변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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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교수 ⓒ 베이커


참고로 이영조씨는 나와 동시통역사가 번역하고 미국 원어민 3명이 감수한 진실위 영문책자를 영어가 엉터리라고 배포 금지시켰다. 그러나 그 당시 호주 언론인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에디터인 하미쉬 맥도날드씨는 2010년 1월 23일자 '진실이 위험에 처한 한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책자를 읽고 나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자는 영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 책자의 영어는 분명하고 올바르다(it is quite clear and correct)"고 진실화해위의 해명을 반박한 바 있다.

또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리 페인(Leigh Payne) 교수도 2010년 4월 15일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이영조씨의 "영문책자 배포금지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메리카 과거사 정리 전문가인 리 페인 교수는 당시 이영조 위원장의 영문책자 배포 중단 조치를 크게 우려했다.

그는 "이영조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영문책자의 번역 실수가 많아서 배포 금지를 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나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며 배포 금지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믿는다. 나는 이영조 위원장이 과거 권위주의 문제를 조사하는 데 있어서 민주적 절차와 민주적 자유를 존중하길 기대한다. 이영조 위원장이 영문책자의 오역을 발견했다면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진실위 활동은 국제적으로 알려져야 한다"며 "사소한 번역문제로 영문책자를 배포 금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금서조치로 그동안 (알려진) 한국 과거사정리 활동의 긍정적 면이 국제사회에서 손상을 입게 되었다"며 "이영조 위원장은 민주적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진실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관련 기사 : <이영조 진실화해위원장, 법정 선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

나는 이영조씨의 영어실력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호주 언론인이나 영국과 미국의 대학교수보다 낫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증거도 있다. 2010년 4월 5일 <코리아타임스> 이태훈 기자는 당시 이영조의 영문책자 배포금지와 관련한 장문의 기사에서 "하버드에서 교육받은 이영조씨가 주장한 높은 기준을 영문책자에 적용하고자 하면 이영조씨 그 자신이 진실화해위를 위해 작성한 영문원고도 배포금지가 되어야 마땅하다"며 "본사에서 지난해 3월 이영조씨가 런던대학 강연에서 발표한 영문원고를 분석한 결과 내린 결론은 이영조씨는 불가산명사와 가산명사도 제대로 구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영국에서 10년 이상을 공부하며 역사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케임브리지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한 영국 여성과 결혼해서 15년 이상을 살고 있지만 지금도 내 영어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교육받은 영국인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영국 유학 당시에도 한국의 유명한 대학교 영문학 교수도 영국 원어민에게 영어감수를 받는 것을 본 적이 많았다. 이것은 결국 언어는 모국어가 아니면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원어민만큼 할 수 없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다.

나는 지금이라도 이영조씨가 가톨릭 신자답게 겸허하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가해자보다는 피해자, 강자보다는 약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더 이상 임기응변 식의 거짓말은 안 하기를 바란다.
#이영조 #김성수 #광주 5.18 민주화운동,제주 4.3 민중항쟁,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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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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