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MBC 기자회장.
MBC노조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이 급기야 전국으로 확대됐다. 서울MBC에 이어 18개 지역MBC 노조가 12일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MBC 총파업'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부산MBC를 포함해 전국의 20개 MBC 노조가 동시 총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김 사장 퇴진 투쟁에 더욱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2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18개 지역MBC 지부는 지난 6~8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85.2%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투표에는 전체 노조원 863명 가운데 813명이 참여해 98.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같이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은 역시 보기 드문 일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 여론이 전국적인 기류로 확산될 것임을 시사해 준 것이다.
결의를 다지던 날 김낙곤 광주MBC지부장은 "단순히 김 사장을 몰아내는 것을 넘어 제2, 제3의 '김재철 유전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사명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두용 진주MBC지부장은 "진주·창원MBC 강제 통폐합 과정에서 보듯 지역을 통제와 통폐합, 찍어 누르기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면서 "김재철 사장을 중심으로 한 저열한 경영진을 지역 MBC의 이름으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방송의 파행적 운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전국 MBC 계열사의 총파업으로 서울은 물론 지역의 뉴스 제작과 송출에 차질이 일고 있다. 이미 15분으로 축소 방송 중인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뉴스의 방송 파행 확대는 물론 지역MBC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결방 사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애청자들의 채널이 종편으로 속속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응수 ③] "김재철, 낙하산... MB캠프 인사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 MBC 노조 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외부 지원세력이 점점 늘고 있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 선임과정과 관련해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실토했다. 3월 9일자 <한겨레> "MB캠프 인사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가 김재철"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혀다.
그동안 틈만 나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아무도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온 MB와 권력 측근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MBC 사장 선임에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김 전 이사장이 소위 '양심고백'을 함에 따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총파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김 전 이사장은 이밖에 "제대로 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김 사장을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캠프 출신보다 더 캠프적인 인사가 김 사장이었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전국 언론학자 93명이 KBS·MBC·YTN 등 방송사 파업은 정당하며 언론연구자로서 방송인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나서 방송사 노조에 힘을 보탰다. 강상현 차기 방송학회장(연세대), 김승수 언론정보학회장(전북대) 등 93명의 언론학자는 15일 성명에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방송인들의 파업은 한마디로 '공정방송'을 확립하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여론을 호도해 온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심판하고 공정한 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정당하고도 양심적인 투쟁임을 높이 평가하며 언론학자 일동은 방송인들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언론학자들은 "새로 취임한 이계철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사 내부의 문제'라고 외면하고있는 상황이며, 국회도 방송사 파업의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 방송사 경영진을 향해 "한마디로 말해 직무를 유기한 셈"이라며 "현 정부는 방송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데 이어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은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방송 파행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 김재철 사장,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보도는 모든 방송의 존립 요건이다. 공영방송은 더욱 엄격히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내 거대 공영방송들은 이런 사회적 약속을 외면하고 불공정 편파보도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권력의 방송 사유화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권력에 기대어 낙하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려는 폴리널리스트들의 비뚤어진 언론관이 문제다.
방송사 구성원들이 진실과 양심의 수호를 위해 나선 것은 지극히 정당한 행위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방송인들의 파업은 '공정방송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송사 파업에 대한 정부, 국회, 방송사 사측의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 특히 MBC 김재철 사장은 파업 중에도 사내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거센 퇴진 요구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며 구성원들을 상대로 징계와 소송으로 맞서 공분을 사고 있다.
더 이상 현재의 체제로는 MBC가 국민의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반영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도 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의 중대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물론, 공정한 보도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이 편파·왜곡보도를 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노조와 사사건건 다투며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일 순 없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MB의 방송장악 시도 정책은 정권초기부터 끈질기게 진행돼 왔다. 정권말기에 이르기까지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 임명 등 방송 사유화정책은 큰 화를 불렀다. 깊게 파인 MBC 갈등의 골, 그 중심에 선 김재철 사장도 '낙하산'이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게 하나도 없다. 이제 무거운 멍에를 내려놓을 때다.
세간에선 그를 두고 'MB씨 대변인', '7억철 사장'이란 소리가 팽배하다. 자신을 보은 낙하해 준 MB를 그동안 도울 만큼 도왔다. 많은 정치적 업보로 고통을 남기게 될 MB와 함께 떠나는 것보다 먼저 떠나주는 게 도와주는 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식을 줄 모르고 끊임없이 타오르는 권력과 부와 명예의 탐욕을 자제할만한 나이도 됐다. 지금도 채널을 고정시킨 채 MBC를 지키고 응원하고자 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서다. 모든 짐을 훌훌 털고 조용히 떠날 때다. 늦으면 늦을수록 갈등과 화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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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님 왜 이러시나요?...'언론 사유화'가 부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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