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생존권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로 논의확장

북아현동 강제철거반대 여섯 번째 촛불문화제 열려

등록 2012.03.19 11:59수정 2012.03.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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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제6차 수요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전민성


지난 14일 저녁 8시,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 재개발 구역의 상가세입자 농성장에서는 '북아현동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제6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약 30여명의 젊은이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문화제는 작지만 서로 소통하는 작은 공간이 마련된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북아현동이 당면한 주거권과 상가세입자의 생존권에서 시작한 고민은 구럼비, 탈핵, 노동자의 권리, 교육 문제, 청년실업 문제 등 한국사회가 가진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의 김문경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촛불문화제는 우선 혁명기도원 여정훈 원장이 프란시스코 수도사의 '평화의 기도문'을 낭송하는 것으로 문화제의 막을 열었다.

주여,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만드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그리고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뿌리게 하소서

거룩한 주여,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할 수 있게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게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
줌으로써 우리는 받고 용서함으로써 우리는 용서받고
죽음으로써 우리는 영생으로 태어납니다.

다음으로 혁명기도원의 주신원 회원과 정한얼 회원은 'e 불편한 세상'과 '탈핵'이라고 적은 노란 고무로 된 손가락 모양이 달린 도구를 들고, 재능교육 투쟁가를 변형한 노래를 부르며 '대림 아웃' 등을 외치는 퍼포먼스를 하여 분위기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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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제6차 '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수요촛불문화제에서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 김문경 부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민성


김문경 부위원장은 "초등학교 시절 본인의 집이 동네 아는 오빠들이 참여한 가운데 강제철거가 되었던 경험이 있다"며, "당시의 기억은 또렷한 심리적 상처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회고했다. 이어서 김 부위원장은 도심 재개발로 사라진 청계천 상가들을 생각하며 천지인의 '청계천 8가'를 불렀다.

파란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물샐 틈 없는 인파로 가득찬
땀냄새 가득한 거리여 어느새 정든 추억의 거리여
어느 핏발 서린 리어카꾼의 험상궂은 욕설도
어느 맹인부부 가수의 노래도
희미한 백열등 밑으로 어느새 물든 노을의 거리여
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
술렁이던 한낮의 뜨겁던 흔적도 어느새 텅빈 거리여
칠흑 같은 밤 쓸쓸한 청계천 8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가를
비참한 우리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
끈질긴 우리의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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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제6차 촛불문화제에서 4개월 째 노숙투쟁 중인 상가세입자 이선형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전민성


넉 달째 노숙농성 중인 상가세입자 이선형씨는 "지난 월요일 여의도에 있는 대림건설 앞에서 진보신당의 김문경 부위원장과 정성만 사무국장이 '북아현동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했다"고 보고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진정을 갖고 연대하는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중간에 돌아가며 구호를 선창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따라서 구호를 외치기도 하면서 약 한 시간 동안의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처음 수요기도회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김경서(19·대현동)씨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트위터를 통해 혁명기도원의 회원을 알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다"며, "주거권과 생계에 대한 권리는 인권이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처음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최진영(26·염리동)씨는 "문화제가 짧아서 북아현 구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어젯밤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작년 명동마리와 북아현동 재개발 문제를 다룬 <KBS> '추적60분' 프로그램을 보고, 상가세입자를 포함한 거주민들의 생존권 문제와 노동자들의 파업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현재 자신의 월급으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0년을 저축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사회의 주거정책의 모순을 지적했다. 또, 현재 자신이 한 일은 실제로 대학교육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 일이라며, 대학교육의 문제와 일자리 문제 등 젊은 계층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도 거론했다. 최씨와 함께 참석한 이대윤(29)씨는 "한국에서는 교육이 오히려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을 억압하는 '노예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가톨릭대 성공회신자라고 밝힌 정채연(21)씨는 "촛불문화제가 기존의 집회 같지 않고 형식과 내용에서 유연하고 자율적이어서 '내가 일부분으로 참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고 말했다.

혁명기도원의 주신원 회원은 "작년 여성가족부 앞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성희롱피해자 농성장에서 피해자 원직 복직과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에 두 달간 연대 했으며, 명동 마리의 투쟁에도 함께했다"고 소개했다. 주씨는 "북아현 상가세입자 농성장의 투쟁에 연대단위가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관심갖는 것을 보며 흐믓하다"고 밝히고, "앞으로 홍보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투쟁 방식들을 고민하고 의견을 모아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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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제6차 수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가 '마을이 없어지면 우리는 어디에서 사나요' '쫒겨나지 않을 권리, 사람답게 살 권리'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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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제6차 촛불문화제에서 여정훈 혁명기도원 원장이 성 프란시스코 수도사의 '평화의 기도문' 낭독 전에 발언을 하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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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제6차 수요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가 시행사 대림건설을 빗댄 'e 불편한 세상'과 '탈핵'을 적은 손가락 모양의 도구를 들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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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위한 제6차 수요촛불문화제가 북아현 상가세입자 노숙투쟁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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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1시,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 정성만 사무국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대림물산 사옥 앞에서 '구럼비 폭파와 북아현동 강제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N_A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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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대림물산 사옥 앞에서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의 김문경 부위원장이 '구럼비 폭파와 북아현 강제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N_Ahyeon


월요일이던 지난 19일 오후 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여의도에 있는 대림건설 앞에서는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 주최로 '구럼비 폭파와 북아현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있었다. 이날 일인시위에는 참여한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 정성만 사무국장은 "제주 해군기지 폭파와 북아현 강제철거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어 일인시위를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구럼비 관련보도 때문에 대림 건설사 직원들도 구럼비와 북아현동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럼비와 강정마을에 대한 기사보도를 검색해 본 결과, (이 공사로 직접적인 이익을 보는 건설사인) 대림과 삼성에 대한 언급을 한 보도는 제한적이었다"며, "주말 동안 연세대학교 앞에서 진보신당 당원들이 참여하는 구럼비와 북아현 관련 일인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아현 #재개발 #뉴타운 #구럼비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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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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