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식당이야? 민속박물관이야?"

풍물기행 김주성 대표가 들려주는 식당철학 스토리

등록 2012.03.21 15:46수정 2012.03.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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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축음기와 전화기 오래 전에 사용했던 축음기와 전화기가 눈에 띈다.

축음기와 전화기 오래 전에 사용했던 축음기와 전화기가 눈에 띈다. ⓒ 송상호


여기를 단순히 식당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아쉽다. 손님들이 붙여준 별칭인 '작은 민속촌' 또는 '작은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런 세계를 만들어 온 '풍물기행'의 김주성 대표를 지난 20일에 만났다.


a 화장실 여기는 화장실  하나라도 민속박물관 같다.

화장실 여기는 화장실 하나라도 민속박물관 같다. ⓒ 송상호


이 집은 화장실부터 예술이다. 거기는 '근심·걱정 푸는 곳, 생각하고 정리하는 곳, 향기나는 곳' 등등 깨알 같은 글이 쓰여있다. 남자 화장실은 '남정네', 여자화장실은 '여인네'라고 되어 있다. 들어갈 땐 '당겨유', 나올 땐 '미러유'라고 되어있다. 밋밋한 그곳조차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우직한 밥상, 손님들이 알아주더라고요"

개화기 시절 우리 조상의 생활 사진들이 벽면 가득 있다. 가마니, 주걱, 수레, 짚신, 맷돌, 펌프 수도, 옛날 성냥, 절구통 등 옛날 물건이 군데군데 있다. 하다못해 신부가 타던 꽃가마까지. 식당 입구부터 풍경소리가 정겹다. 가히 손님들이 여기를 '작은 민속촌'이라 할 만하다. 식당 출입문은 옛날 양반집 대문이다. 대문을 열면 바로 옛날에 불을 때던 부엌(미니어처)이 반긴다. 식당 어디를 둘러봐도 옛 시절이 묻어나온다. 단순한 인테리어 차원을 넘어 곳곳에 김 대표의 세심함과 열정이 묻어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식당을 하고 싶었어요. 해당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떠돌았죠."

모두가 말렸다. 외진 촌구석에서 보리밥집을 한다고 하니. 하다못해 식당전문가들도 그 자리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동네 사람들은 "여기는 유원지라 탕 종류의 음식과 노래방을 갖춘 유흥식당이 잘 된다"고 했다. 2004년 김 대표가 여기에 처음 식당을 개업하려고 할 때만 해도 그게 대세였다.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느냐는 게 주위의 반응이었다.


a 물레와 그릇 벽면에 전시된 옛날 물건들

물레와 그릇 벽면에 전시된 옛날 물건들 ⓒ 송상호


처음 식당을 지을 때도 사연이 많았다. 150년 된 기와집 여러 채를 뜯은 재료를 가지고 식당을 지었다. 그것도 2년이나 걸려서 말이다. 새 걸로 집을 지어도 될까 말까인데. 사람들이 그럴 만도 하다. 나 같아도 그랬겠다 싶다.

그의 우직함은 음식에도 잘 나타난다. 된장도 직접 담은 것으로 사용한다. 두부도 직접 만든다. 각종 채소도 유기농이다. 돼지고기값이 올라도 굳이 국내산 고기를 사용한다. 구운 고기보다 삶은 고기를 내놓는다. 이 집에서 제일 인기는 보리밥 정식이다. 이 집 음식, 먹어보면 정갈하다. 도자기 그릇에 나오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깔끔하다.


그는 '약식동원'이란 말을 사랑한다. 몸에 이로운 음식은 약과 같다는 말이다. 몸에 이로운 음식으로 손님들에게 약이 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밥상만큼은 손님들의 몸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다. 당장 이익보다는 멀리 내다본다는 철학이 숨어 있다. "입으로 먹으니까, 입소문이 제일 영향이 크다"며 너스레를 떠는 김 대표. 점심 먹고 또 저녁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최고로 좋단다. 역시 여기는 입소문에 의한 단골 장사라고. 

"손해 보는 듯해도 세월이 지나니까 손님들이 먼저 알아주더라고요."

호수, 사찰, 명산 등 삼합이 이뤄진 곳

a 미니어처 옛 부엌 식당 실내에 만들어진 미니어처 옛 부엌. 김대표의 세심함과 열정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미니어처 옛 부엌 식당 실내에 만들어진 미니어처 옛 부엌. 김대표의 세심함과 열정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 송상호


여기는 충남, 충북 그리고 경기도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도 천안, 진천, 안성 등 3개 도에서 온다. 평택, 서울 등은 물론이다. 입구부터 펼쳐진 넓고 잔잔한 청룡호수는 여기의 자랑이다. 천 년 사찰 청룡사가 근처에 있는 것은 하늘의 덕이다. 청룡사를 지나 쭉 뻗어 있는 '서운산'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호수, 사찰, 명산 등 삼합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손님들은 서운산 등산하다가 들른다. 절에 예불 드리러 왔다가도 찾아온다. 호수에 놀러 왔다가도 찾아온다. 연인들이 데이트하러 왔다가도 들어온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만나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 가면 긴 꽁지머리에 덥수룩한 산적 수염 그리고 생활 한복 차림의 김 대표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딱 예술가 포스다. 맑고 동그란 눈을 가진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지 못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한사코 사진 찍지 않으려는 김 대표를 어쩌랴. 하여튼 그의 우직한 철학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늘도 즐거운 발길을 한다.

a 대문 식당대문인지 기와집 대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대문 식당대문인지 기와집 대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 풍물기행은 안성 청룡사 입구에 자리잡은 보리밥 식당이다.


덧붙이는 글 풍물기행은 안성 청룡사 입구에 자리잡은 보리밥 식당이다.
#풍물기행 #유기농식당 #김주성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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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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