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당 정당 득표율 3% 이상 나올 것"

[인터뷰] 청년당 사무총장 '양심적 병역거부자 1호' 오태양씨

등록 2012.03.23 10:20수정 2012.03.23 10:22
0
원고료로 응원
a  청년당 사무실에서 오태양 사무총장이 '청년당에 투표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청년당 사무실에서 오태양 사무총장이 '청년당에 투표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김경훈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

2001년 12월, 한 청년이 이렇게 외치며 입영열차 탑승을 거부했다. 그의 이름은 오태양. 여호와의 증인 외에는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그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 1호'라는 별명이 붙었고, 또 다른 청년들이 그의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라는 화두를 던졌던 홍안의 청년은 이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청년을 자처한다. 청년당 사무총장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오태양(38)씨를 20일 오후 서울 마포 합정동 청년당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공론화시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란 말 자체를 못 쓰고 병역기피라고 했는데, 이제 병역거부 자체는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13일 창당대회를 연 청년당의 주요정책으로 ▲ 사립대 반값등록금과 국공립대 무상교육 ▲ 비정규직 철폐 ▲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꼽으며 "청년당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99% 편에 서서 한국 사회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청년당은 가장 의미있고 상징적인 정치적 도전"이라며 "비례대표로 청년당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후회하지 않는다"


- 병역거부를 하고 1년 넘게 수감생활을 했다. 2005년 출소 후에 어떻게 지냈나.
"2006년 6월에 국제구호단체 JTS 소속으로 인도로 가서 2년간 빈곤마을을 개발하는 활동을 했다. 2008년에는 청년들과 함께 국제자원활동캠프를 꾸려서 인도,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 후에는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아 평화재단 교육원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통일이나 청년 문제에 대한 여러 교육 사업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에 청년들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기획했고, 청년당 창당까지 이어졌다."

- 2007년에는 유엔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제소하기도 했다.
"유엔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고 제소했고, 유엔 인권위원회는 2010년에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아직도 안 되고 있다."


- 양심적 병역거부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제가 이 길까지 오는데 뭔가를 선택하고 후회한 적은 없다.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살아왔다. 고뇌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었고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발자취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함으로써 특정 종교인들의 비상식적 행동으로 치부되던 양심적 병역거부가 우리사회의 보편적 인권 현안으로 제안됐고, 대한민국에 반세기 동안 없었던 새로운 논의가 촉발됐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 안보,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이런 것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공론화된 것만으로도 의미있고,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제가 병역거부를 할 때만 해도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도 못 썼다. '병역 기피지, 그게 무슨 양심적 병역거부냐' 이렇게 병역거부자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존재 자체는 인정하게 됐다."

- 통일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방향을 바꿔서 청년당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큰 맥락에서는 통일과 청년 문제가 서로 연결되는 고리가 있다고 본다. 청년들이 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면서 비전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반드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한국을 설계하는 과정으로 가야 비전이 있다. 대한민국이 비전을 갖는 부분과 청년들의 비전을 갖는 부분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안은 청년 문제지만,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가질 때 청년들이 세계적 차원에서 자기 비전을 가질 수 있다."

"청년당, 사회적 약자-소수자 편에서 사회 개선해나갈 것"

-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청년당의 주요 정책을 몇 가지 꼽는다면.
"일단 청년문제에 관해서는 등록금이 정상화돼야 한다. 사립대는 재정 운영이 투명해지고 공익적으로 감시하면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물가나 경제규모, 생활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 국공립대는 무상교육이 돼야 한다. 무상교육이 되면 몇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지방 국공립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둘째, 수도권 중심의 학벌 체계가 이완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대학, 국공립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사립대학의 등록금 문제나 경쟁력도 제고가 될 거라 생각한다. 국공립대학은 무상교육, 사립대는 반값등록금을 해야 한다.

둘째로 청년들이 제대로 일할 권리를 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비정규직 임금 문제나 근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또, 창업·창직을 국가 발전 모델로 삼아서 적어도 100조 정도의 창업·창직기금을 조성해 청년들의 창업·창직 교육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시도하고 실패했을 경우에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청년 문제와 관련된 것 외에 주요정책이 있다면.
"청년 말고 정말 어려운 분들이 중소기업, 자영업하시는 분들이다. 대기업과의 불공정 관행이 뿌리 깊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이런 곳이 제 기능을 발휘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를 시정해야 하고, 자영업자가 600만 명인데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과 생계 보장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SSM 같은 대형마트 규제법이 현실화되어야 하고 골목 상권은 보장해줘야 한다. 어떻게 대기업이 오뎅, 떡볶이까지 장사를 할 수가 있냐. 그리고 재벌 중심의 기업 구조는 앞으로 열린 국제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나 서민 보호 차원에서나 대기업은 규제해야 한다." 

- 청년당이 말하는 청년은 20~30대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뜻하는 것 같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여기 속할 텐데 이것과 관련한 정책은 없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우리사회의 철저한 소수자이고 차별받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서 2만 명 가까운 병역거부자가 발생했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진국만 해도 대부분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는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역거부자가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다. 이것은 우리가 선진국, 인권국가로 발전하는데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개인이 종교적 신념, 사상과 양심의 선택에 따라서 행동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 전과자로 살아야 하는데 정말로 우리 사회가 병역거부를 관용을 못 할 정도인가.

가까운 대만만 봐도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도 2000년도에 대체복무를 도입했는데 성공적으로 정착이 됐고,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는데 50년 가까이 아무 문제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과 대치한다고 대체복무제를 도입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고,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 단계다. 하지만 청년당의 취지 자체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99% 편에 서서 한국 사회를 개선해나가겠다고 하는 지향이 있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뿐만 아니라 장애인, 동성애자 등의 다른 소수자에 대해서도 정책을 만들어 갈 의향은 있다."

"청년들의 꿈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당 지향"

 청년당 홈페이지

청년당 홈페이지 ⓒ 화면 캡쳐


- 온라인 정당을 표방하는 점이 특이하다. 독일 해적당을 모델로 한 것인가.
"모델이라기보다 참조를 많이 했다. 우리가 해적당에 가장 주목했던 것은 아래로부터의 열린 의사 결정 시스템을 정당 운영에 도입한 점이었다. 독일 해적당은 리퀴드 피드백 시스템이라는 웹 소프트웨어를 통해 굉장히 많은 당원이 직접 참여해서 토론을 하고 그 안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을 정착해 가고 있다. 당 대표자나 수뇌부 몇 명의 의사로 운영되는 수직적인 운영 구조가 아니라 당원들의 의사로 당을 만들어가는 구조다. 저는 청년당이 우리시대 청년들의 꿈을 인큐베이팅하는 플랫폼이 되길 희망한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한 사람의 꿈을 위해서 정당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자원을 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 사람의 꿈을 성취하는 데 기여하는 정당이었으면 한다."

- 온라인 정당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만큼 실패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실패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당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난관은 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정치적 주체로 서지 않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지향적 변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능성은 많이 열려 있다고 본다."

-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걸로 알고 있다. 몇 번을 받았고, 총선에는 몇 명이 출마하나.
"지역구에서 세 명, 비례대표로 네 명이 출마할 예정이다. 비례대표 순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저도 청년당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생각으로 비례대표로 출마할 생각이다."

- 정당 득표율이 2% 이하로 나오면 해산할 수도 있다. 얼마나 성과를 낼 것으로 보나.
"지역구에서 당선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고, 정당 득표율도 3% 이상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원내에 진출해 꿈을 펼칠 것인가만 생각하고, 그 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 청년당 창당이 한국 정치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청년당은 한국사회가 역사적 전환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가장 의미 있고 상징적인 정치적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20~30대 청년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창당을 하고, 그 힘으로 선거에 뛰어든 사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왜 청년들이 창당을 하고, 총선 출마까지 이르렀냐. 그것은 지금 한국사회의 정치 리더십, 정당, 정치 구조가 대다수 청년들과 국민들의 바람을 성취시키지 못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당의 도전은 한국 정당사에 길이 남을 족적이라고 생각하고, 이 도전이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저희도 노력해야 하지만 깨어있는 시민들, 청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 이게 단발적인 실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성장해서 늙어가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청년 정신을 불어넣고, 청년 리더십을 수혈하는 공간으로 청년당이 자리잡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청년당 #오태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2024.3 한겨레출판 편집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