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서 온 동기가 MB추천... 완전 실패했다"

[토크] 언론사 지망 대학생이 말하는 총선과 언론... "<조선> 욕하면서..."

등록 2012.04.03 15:18수정 2012.04.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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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정치. 요즘 가장 뜨거운 분야다. 그리고 둘은 관계가 깊다. 정치의식 없이 언론을 논하기 어렵고, 언론이 배제된 정치란 생각할 수 없다. 언론과 정치는 '불가원 불가근'의 관계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언론인을 희망하는 대학생은 요즘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전북대학교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 '정론재' 회원 3명을 만나, 4.11총선과 요즘 언론파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여한 학생은 은진(여, 23), 이정훈(남, 27), 박승민(남, 28)이다. 이 대화는 3월월 말 전북대학교 앞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 기자 주

a  언론인 꿈꾸는 대학생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요즘 언론파업과 정치, 4.11총선이 궁금하다.

언론인 꿈꾸는 대학생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요즘 언론파업과 정치, 4.11총선이 궁금하다. ⓒ 안소민


- 오늘 시간을 내줘 고맙습니다. 우선, 언론인을 희망하게 된 이유에 관해서 얘기 나눠 볼까요?
진 : 어렸을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는, 언론이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부터예요. 주변 기자들이나 언론사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언론은 정치와 유착해서 비판을 받을까? 특히 대중에게 인기 있던 언론인이 정치인이 되면 호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바라보며 궁금했어요. 왜 정치인만 되면 호감도가 떨어질까?

정훈 : 저는 원래 광고 쪽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정치에 관심 없었거든요. 그러다 <피디수첩>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보며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았죠. 외면해선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 강원도 출신이거든요. 방학 때 고향에 가면 어른들이 정치에 대해 묻는데, 모른다는 게 정말 창피했어요. 그 후부터 신문이나 뉴스를 관심 있게 보다가, 진로를 언론 쪽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승민 : 나는 처음에 FD(Floor Directer)에 관심이 있었어요. FD를 꿈꾸면서 언론고시를 준비하다가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언론사 파업 이야기로 흘렀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요즘 언론파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현재 MBC, KBS와 <국민일보> 등이 파업중이다.


a  박승민(전북대 신방과 08학번)씨는 <오마이뉴스> '이털남'을 비롯한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 듣는다. '으랏차차MBC' 콘서트에 직접 참여할 만큼 방송사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박승민(전북대 신방과 08학번)씨는 <오마이뉴스> '이털남'을 비롯한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 듣는다. '으랏차차MBC' 콘서트에 직접 참여할 만큼 방송사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 안소민

승민 : MBC 파업 초기에 '으랏차차 콘서트'에 갔어요. 기본적으로 MBC파업을 지지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방송 3사가 동시에 파업했으면 좀 더 파급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죠.

파업이 길어지니까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은 "도대체 <무한도전>은 언제 하는 거야?"라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요.


정훈 : 사람들이 이번 파업을 두고,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이 레임덕이고,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어쩌면 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은진 : 방송사의 공동 파업, 어차피 언젠가 한 번 일어날 일이 아니었을까요. 이렇게까지 방송사들이 대규모로 파업했던 적은 없었잖아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게 정말 화가 나요. 답답하고요.

정치 관심 없던 나, 어느 순간 '이건 아니지'싶었다

-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젊은 세대가 SNS의 위력을 보여줬는데, 여러분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사용하나요?
승민 : 저는 그동안 무리할 정도로 트위터를 많이 해서 요즘 조금 멀리하려 애쓰는 중이에요.(웃음) 예전엔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서 실시간 '폭풍트윗'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 어느 정도 해야 폭풍트윗이라고 할 수 있나요?
승민 : 예를 들어, MBC <백분토론>에서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나온다면, 토론 시작과 동시에 트위터를 시작해요. 방송을 끝까지 보면서 패널의 발언이나 그날의 주제에 대해 내 생각을 덧붙이기도 하고, 리트윗하죠.

정훈 : 저도 예전에는 소셜미디어를 많이 애용했는데 지금은 뜸하게 해요. 왠지 구속되는 것 같아서 싫더라구요. 포털사이트 보면 어차피 유명 트위터의 멘션은 다 나오니까. 

a  은진(전북대 신방과 09학번)씨는 경제기사를 잘 쓰는 기자가 되고싶어 한다. 이번 4.11총선에서 지지하는 후보자는 정했지만, 아직 정당은 결정하지 못했다.

은진(전북대 신방과 09학번)씨는 경제기사를 잘 쓰는 기자가 되고싶어 한다. 이번 4.11총선에서 지지하는 후보자는 정했지만, 아직 정당은 결정하지 못했다. ⓒ 안소민

은진 : 전 트위터로 정치적인 얘기는 전혀 안 해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나 축구, 야구이야기를 나누지만.

- 요즘 대안언론으로 떠오르는 팟캐스트 방송도 빼놓을 수 없는데, 자주 듣는 방송이 있나요?

승민 : 전 정말 미친듯이 들어요. <오마이뉴스>의 '이슈 털어주는 남자', 노회찬·유시민의 '저공비행', 허재현 기자의 '현장일기', 뉴스타파, M데스크...정말 들을 게 많잖아요. 세상 보는 눈도 달라지고, 공부도 되고.

- 세 명 중 정훈씨는 강원도 출신이잖아요. 고교까지 강원도에 살다가 대학을 전주로 왔는데, 어떤가요?
정훈 : 강원도는 새누리당이 강해요. 한 번은 부모님과 '이건 아니잖느냐'고 얘기해봤는데 대화가 안 돼요. (웃음) 강원도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더 보수적이어서, 될 사람 찍어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가 강해요."

- 전주에 왔을 때, 문화적·정치적 충격을 받지 않았는지.(일동 웃음)
정훈 : 맞아요. 고교 때까지는 선거철 되면 시내가 온통 파란색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곳 남쪽으로 내려와 보니 노란색, 초록색이 강세더라고요.

- 친구들끼리는 정치 관련된 이야기는 자주 하는 편인가요?
정훈 : 얘기 자체를 아예 안 해요. 우리 (정론재 모임)끼리 스터디할 때는 그나마 정치 얘길 하는데, 친구끼리는 안 해요. 화제 자체가 없다고나 할까? 지난 10.26서울시장 선거에는 관심이 많았고 얘기도 많이 했는데, 정작 자기 지역 정치에는 관심 없어요.

- 이번 총선에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있나요?
정훈 : 전, 지난 대선에서 완전 실패해서 올해는 신중하려 해요. 지난 대선에서 MB 뽑았거든. (웃음)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데 후보에 대해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어요. 특히 포항 쪽에서 온 동기들이 꼭 이명박 후보 찍어야 한다고 해서 찍었는데... 그땐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언론에서도 많이 강조했잖아요. 그때 언론에서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어요.

은진 : 저는 후보는 정했어요. 그러나 지지하는 당은 아직 없어요.

승민 : 전, 아직 누가 출마했는지 잘 몰라요. 이제 본격적으로 연구해 보려고요. 

정훈 : 이런 말 하면 염세적이라 할지 모르겠는데, 후보들도 잘 모르지만 그들의 공약도 믿지 않아요. 청년실업 해결한다고 하지만 왠지 허무맹랑해 보여요.

<조선> 욕하면서 입사원서 쓰는 현실... 어떻게 해야 달라질까

은진 : 후보들 하는 얘기, 거의 똑같은 이야기잖아요. 상황에 따라 조금씩 수정해서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후보는 공약이 좋으니까 뽑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a  이정훈(전북대 신방과 05학번)씨는 강원도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전주로 왔다. 군 복무시절, 동기들 얘기만 듣고 MB를 찍었던 가슴아픈(?) 경험이 있다. 올바른 정보의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이정훈(전북대 신방과 05학번)씨는 강원도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전주로 왔다. 군 복무시절, 동기들 얘기만 듣고 MB를 찍었던 가슴아픈(?) 경험이 있다. 올바른 정보의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 안소민

정훈 : 전 어느 한 정당이나 입장을 무조건 지지하거나 비판하지 않아요. 민주통합당이 내거는 복지정책을 보면서도 회의가 들어요. 그 세금이 어디서 나오겠느냐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거든요.

물론 거기에 비하면 보수는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아무 노력조차 하지 않으니까 할 말 없지만요. 이번엔 진보 정당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그들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으니까요.

- 앞으로 어떤 기자, 어떤 PD가 되고 싶나요.
은진 : 경제전문기자가 되고 싶어요. 여성들이 어려워하는 경제기사를 쉽고 재밌게 풀어쓸 수 있는 기자.

승민 : 한 가지 사물이나 인물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역사 다큐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죠. 예를 들어 '핸드폰의 역사' '안경의 역사' 이런 식으로.

정훈 : 정말 재밌는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톡톡 튀고 기발한 형식을 취하되, 누구나 참여해서 한마디씩 할 수 있는 토론 프로그램. 예전에 그리스 아테네의 토론문화를 방송에서 꽃 피우고 싶다면 너무 과욕일까?(웃음)

이야기를 마친 뒤, 세 명의 대학생은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날 그들의 대화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이런 기자의 말에, 셋 중 한 명은 "그만큼 삶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 학생은 "<조선일보> 욕하면서 (조선일보에) 입사원서 쓴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모순된 현실을 한 장의 투표용지가 바꿀 수 있을까. 어쨌든 투표는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안소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덧붙이는 글 안소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4.11총선 #방송사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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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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