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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랜드마크, 해운대 8경의 하나인 '장산' 가는 길은 너무 많다. 지난 1일, 나는 해운대 신시가지의 폭포사 입구에서 옥녀봉 가는 등산로를 다박다박 혼자 걸었다. 때마침 옥녀봉 가는 길에는 진달래 활짝 피어 내가 가는 길에 꽃향기를 가득 뿌려주었다.
가만히 보니 키가 큰 진달래 나무들은 족히 수령이 몇 십년 쯤 되어 보였다. 너덜겅이 장관인 바윗틈에는 진달래 붉은 꽃잎이 마치 먼 기억 속의 고향의 누이의 미소를 연상케 하였다.
지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장산은 대략 6천2백만 년에서 7천 4백만년 전, 화산폭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거대한 공룡들이 한가롭게 거닐던 분지였던 땅. 이제는 곳곳의 화산암들이 불뿜던 지난 흔적을 말해주는 듯 너덜겅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현재도 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되는 장산의 중턱에는 아득한 옛날 장산국이라는 부족국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오래된 산길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꽃잎의 미소는 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옷깃 같이 아름다웠다.
수집어 수집어서
다 못 타는 연분홍이
부끄려 부끄려서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마누나.
이은상의 시, -<진달래>
늘 다니는 등산로에는 진달래도 피었지만 노란 산수유꽃들도 만발해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꽃이름표에 '생강나무'라고 써 두었다. "아니 이 꽃이름이 생강나무꽃이라니..." 그러고 보니 나는 오랜동안 노란 봄에 피는 꽃들을 '산수유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하니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세상에나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도 구별할 줄 모르다니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제 어디서 만나도 생강나무꽃을 산수유꽃으로 착각하지 않을 것 같다.
이산 저 산 새소리 청아하고, 봄은 산이 깊을수록 그윽한 나무 향기 꽃향기에 달콤하였다. 환한 진달래나무 숲 속에는 파릇파릇 가시 무성한 찔레나무가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이제 정녕 봄은 시작된 것이라고 사방에서 펑펑 사이다 병뚜껑 열리는 소리처럼 꽃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진달래꽃은 길고 긴 겨울을 지내면서 먹거리가 흔치 않던 보릿고개 시절 친구들과 이산 저산 헤매며 따먹기 좋았던 팝콘 같은 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4월이면 진달래 꽃잎으로 술도 담고 진달래꽃잎으로 화전도 만드시고 몹시 분주하셨다. 유난히 몸이 약한 나를 위해 진달래술이 피로회복에 좋다고 해마다 술도 담아주셨다.
그 사랑하는 어머니의 미소같은 진달래꽃. 어머니의 은혜를 생각하니 가슴이 쪼개지는 듯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향기들이 가고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슬프게 노래하는 듯 하다.
덧붙이는 글 | 장산 이용 교통편의 안내,지하철 : 지하철2호선(해운대방면) 이용하여 장산역에서 하차 → 도보 10분 거리. 일반버스 : 서면 : 5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부산역 : 40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해운대 : 5번, 36번, 100-1번 버스 이용하여 대림1차 아파트 하차. 남포동 : 1003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해운대 역 앞에서 폭포사 가는 마을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마을 버스 시간은 5-10분 간격으로 있다.
2012.04.03 17:21 | ⓒ 201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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