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은 70년대 이래 부유층 감세, 노동유연화,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상위 1%의 소득(파란색)만 증가하고, 나머지 소득은 정체되거나 가파르게 추락했다. 국민 대다수인 90%의 소득이 급속히 하락했으며, 심지어 상위 5%의 소득(하늘색)마저 정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것마저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미국은 '상위 1%'가 아니라 '상위 0.01%'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먼슬리
이 글은 '옛 강남주민'이 현 강남 주민에게 드리는 고언이다. 앞으로도 내 신분은 쭉 '옛 강남주민'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귀국한 후에도 강남으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내 월급으로는 그곳에 변변한 거처 하나 마련하기 어려울 게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현재 강남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닥칠 문제다. 지금 별 어려움 없이 사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이 말을 믿기 어렵다면, 최근 발표된 <뉴욕타임스> 통계를 보길 바란다. 한국 상황을 말하다가 미국 일간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미국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적자, 소득 양극화, 공교육과 공공서비스의 붕괴, 천문학적 등록금, 고용불안 등 두 사회의 경제구조와 사회문제는 쌍둥이처럼 닮아가고 있다. 게다가 미국식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며 무역협정까지 맺었고, 현재 그 수장이 강남의 선거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상태다.
미국의 소득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을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통계를 보면, 2010년 소득증가분의 93%가 상위 1%에게 갔고, 나머지 7%가 대다수 국민 99%에게 돌아갔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강남 거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상위 1%에 속할 텐데, 뭐가 문제냐고? 그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2010년 한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른바 '상위 1%'의 평균 순자산액은 34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2억 4천만 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2008년 기준으로 강남구에서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10가구 중 3가구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는 높지만, 강남구 10가구 중 7가구가 상위 1%의 월 평균 소득인 2000만원의 4분의 1도 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강남 안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양극화'는 수치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대학원생 시절, 강남 아파트촌을 돌며 과외지도를 했었다. 여기서 강남의 교육열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강남 부모들 역시 자녀 교육비를 줄이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교육비를 줄이는 건 가계경제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수년간 해오던 과외자리가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강남 부자'가 얼마나 허약한 토대에 서 있는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때도 상위 1% '수퍼부자'들은 오히려 쏟아지는 부동산 매물을 사 들이고 보유한 외환을 굴려 더 많은 돈을 긁어모았지만 말이다.
심화되는 부유층 양극화... 실직 걱정하는 상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