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이 SNS에서 집을 찾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조윤희
3월은 대학생들이 마음을 잡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A군는 학업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지난 2월 말, 집주인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은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학생, 방음 공사를 해야 돼서 그런데 방 좀 빼줄 수 있을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다. 2월 말이면 이미 좋은 부동산 매물은 대부분 팔린 후이기 때문이다. 남은 집이라곤 비싸거나 혹은 시설이 안 좋은 집뿐일 것이 뻔했다. 갑과 을의 관계일지라도, 2년 계약 중 이제 1년 밖에 살지 않은 전셋집이기에 그냥 버텨보려 했다. 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여동생이 계속되는 주인집의 '간곡한' 독촉 전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야만 했다. 그는 가장 먼저 현재 살고 있는 성신여대 주위로 매물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걸. 1년 만에 전셋값은 2000만 원 이상 올라 그 근방에서는 집을 얻을 수 없었다.
A군이 제시한 금액에 맞춰 부동산 중개업자가 소개해준 오래된 다세대 주택은 A군에겐 꽤 충격적이었다. '이곳에서 어떻게 2년을 살까'하는 막막한 생각이 드는 동시에 '내가 너무 집 고르는 기준이 높나?'라는 고민까지 들었다. 사실 A군 혼자 사는 집이라면 서울의 어디든 가격만 잘 맞춰 구하면 됐다. 하지만 여동생 두 명과 함께 살아야 할 집이다보니 보안이나 시설문제 등 따져야 할 것들이 많았다. 1년 전엔 교통, 보안, 시설의 삼박자가 모두 잘 갖춘 곳을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서울 안'에서 살 수 있다.
세 가지를 만족하는 집을 찾으려면 이제는 서울 근방으로 향하는 의정부행이나 인천행 열차를 타야 했다. 1년 사이에 서울땅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군은 해마다 치솟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에 앞으로의 서울 생활에 두려움을 느꼈다. 서울을 돌아다니며 A군이 느낀 것은 1년 전 보다 서울은 '시작하는 이들에게' 더 힘든 곳이 되었다는 점이다.
[4년차 자취생 B양] "여름엔 동물원, 겨울엔 이글루" "자취방에 바퀴벌레 없으면 그게 자취방이냐."자취생 B양의 한 마디는 4년의 자취생을 통해 다져진 그녀의 '내공'을 알 수 있게 한다. 현재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B양은 '자취 하수' 시절 잘못 고른 첫 자취방이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고 털어놨다. 4년 전 그녀의 첫 자취방으로 돌아가보자.
한여름 밤, B양이 불을 끄고 침대 위에 가만히 누으면 '다다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퀴벌레들이 어둠 속에서 신나게 달리는 소리였다. 어느 날, 자고 있던 B양은 머리 위로 '다다다다다'하는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잠에서 깬 B양은 바퀴벌레가 도망가지 않도록 천천히 전등 스위치로 향했다. 불을 켜자마자 잽싸게 바퀴벌레 스프레이를 집어 들어 소리가 난 곳을 조준한 순간 10cm 정도 되는 지네가 '다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침대 밑으로 달아났다.
바퀴벌레에 단련된 B양이었지만 다리 많은 지네는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적이었다. 결국 그녀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지네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지네뿐만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내내 말벌이 B양의 방 안으로 들어와 생명의 위협도 느낀 적도 있었다.
B양의 집은 곤충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인기였다. 3월의 어느 밤, 자고 있던 B양 머리 위에서 이번엔 '구루구루' 하는 소리가 났다. 비둘기 한 마리가 자고 있던 B양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비둘기는 바깥 창문을 열고 들어와 이중창 틈 사이에 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비둘기가 어떻게 문을 열고 이중창 사이로 들어왔는지 B양에겐 지금도 미스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