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공릉동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김용민 심판이 아닌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돼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소연
셋째, 민주당 등 야권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정권심판의 프레임을 굳힐 수 있었던 초기에는 이해득실 때문에 미적미적 시간을 보냈고, 후보등록일이 다 되어서야 극적인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도 여러 잡음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승적 명분에 상처를 입었고,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희석시킬 정도의 부적절한 공천은 '반MB 이후'에 대한 낙천적 전망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데 실패하게 된 원인을 만들었다. 게다가 잇따른 경선불복은 정권심판이 시대적 명분이라기보다 정치'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설정된 정치구호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강화시켜 버렸다.
마지막으로, 총선의 의미를 교란시키는 미시적 사건이 침소봉대되면서 실상 중요한 문제들은 묻혀버리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자치선거가 지역단위의 전망을 둘러싼 경쟁이라면, 총선은 중앙이나 전국적 범위의 의제가 주요 화두가 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는 실상 이 둘이 모호하게 결합하면서 지자체 선거가 정권 심판의 성격으로 진행 되거나 총선이 오로지 지역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개발'이라는 지역적 의제가 관통했듯이, 이번 선거 또한 지역의제나 개별적 이슈에 매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총선의 의미를 어느 순간 잊어버린 채, 누군가가 그려놓은 협소한 프레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주류 언론이 과거 발언에 대해 십자포화를 쏘아대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경우다. 이는 마치 8년 전, 정동영 의원의 노인 관련 발언을 대통령 탄핵사건과 동급으로 올려놓고 난도질을 해댔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미시적 사건은 해당 선거의 시대적 의미를 은폐하려는 이들에게 억지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계기로 활용되어 왔다.
시대적 의미 실종된 선거는 냉소주의로 이어져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번 총선은 지엽적인 쟁점이 전국적 쟁점이 되거나 전국적 의제가 지역의제에 파묻히면서 선거 의미가 실종되고 있다. 정부가 4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온 패러다임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전망이 화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의 과거 발언이 전국적 이슈로 등장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반복이 가져오는 가장 참혹한 결과는 냉소주의와 정치무관심의 확산이다. 선거가 우리 삶의 새로운 전망을 설계하기 위한 설렘의 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실수를 평가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시대적 의미를 놓쳐버린 선거를 '그들(정치꾼들)만의 리그'라며 자신의 삶과 분리해 버리고, '정치는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수용한다.
4년 전 총선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타났다. 오로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선거였던 대선이 끝나자 뉴타운을 매개로 한 욕망만이 넘실댔던 18대 총선은 국민들의 외면 속에 역대 최저의 투표율(46.1%)을 기록했던 '냉소와 무관심의 선거'였다. 46.1%의 투표율이 말해주는 것은 국민 10명 중 2~3명의 지지만 얻어내면 국민을 대표한다고 떠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지난 4년의 시간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총선의 시대적 의미 되찾는 것, 결국 유권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