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한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녹음을 마친 뒤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보며 "꼭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며 포옹을 하고 있다.
권우성
하지만 아무리 한쪽 편을 들고 싶어도 반드시 자제해야 할 일은 있다. 우리의 건강한 공동체가 지향하는 약속인 '민주공화국'의 근본을 부정하는 범죄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다급하고 아무리 선거 승리가 중요해도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라면 절대 부인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국기문란 행위가 그것이다.
만일 그것을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곡해하여 본질을 흐리는 시도를 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이미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가치를 지킬 의지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부모님이 밉다 하여 '인간'이라는 점 자체를 부정하는 자에게 '예절'을 따지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까닭이다.
자꾸만 불법사찰과 직무감찰을 뒤섞어 헷갈리게 하려는 자들과, 그들에게 현혹될 위험이 있는 바쁜 시민을 위해 트윗에 간단한 설명을 올렸던 적이 있다. '불법사찰과 직무감찰의 차이는 대포폰과 휴대폰의 차이와 같다'는 것. 대체 이토록 간명한 이치를 속이려 드는 자들은 누구이며, 그 검은 속셈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이번 정부의 불법사찰 사건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선도 그렇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었던가. 불법 도청에 의한 정적의 감시가 아니다. 그것은 모르쇠로 일관하던 대통령과, 결국 밝혀지고 말았던 그의 거짓이었다.
공포에 질려 있던 김종익씨와 그가 겪어야 했던 사건을 마주한 이후, 줄곧 나를 괴롭힌 것은 우리의 현실이었다. 미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말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었지 실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우리 집권세력이 보여주는 모습은 도무지 법률가로서 나의 상상력과 이성을 훨씬 초월했기 때문이다.
폐일언하고, 말단 가담자의 입막음을 위해 돈을 전해주며 안달하고 설득하는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의 모습을 보았다면, 과연 닉슨은 무슨 말을 했을까. 자신이 저지른 짓과 비교되는 것을 너무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를 '빅 브라더'가 감시하는 감옥으로 바꾸려 한 이 정부의 무차별 사찰에 비하면, 워터게이트 사건의 불법은 미미하다. 평범한 시민에게 어느 날 다가온 국가폭력의 실상은 김종익씨의 경제적 기반과 정신적 삶은 물론, 그가 가진 모든 인연을 파괴하는 보복에까지 나아갔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공무원들이 특정 향우회의 조직원이자 폭력배의 일원으로 둔갑하여 자행한 범죄 앞에 대한민국 헌법은 휴지처럼 버려졌다. '공직 윤리'를 지원하고 확립한다는 공무원들이 자행한 이런 범죄 앞에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 청와대, 국회, 헌법재판소, 인권위원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새롭게 태어난다던 총리실조차 입막음을 위한 모의와 돈 심부름을 하는 조직으로 다시 전락하였음은 일단 제껴두더라도.
분명한 범죄로 기소되고 난 다음에도 범죄자들은 뻔뻔한 얼굴로 자신의 무죄를 강변하였으며, '진충보국'의 자세로 좌익 분자에 불과한 한 시민을 응징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언제나 음지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고결한 것으로 전제하고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 것에 대하여는 발뺌으로 일관한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치자. 애초에 제대로 된 이성과 인격의 소유자였다면 그토록 더러운 범죄는 물론, 증거의 파괴까지 나갈 순 없었을 것이므로.
'정의의 수호자'라는 검찰, 국기문란 사건은 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