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살인사건' <조선> 보도, 끔찍합니다

시신 280조각 기사 논란... 조선 관계자 "팩트를 중점에 뒀다"

등록 2012.04.11 11:26수정 2012.04.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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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있어서도 안 되고 일어나서도 안 될 사건이 발생했다.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이 바로 그것.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은 생각조차 할 수도 없고 생각하기도 싫은 엽기적 살인 사건이다.

 

생면부지 괴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여성의 목소리가 생생히 저장된 그날의 짧은 녹음 기록은 지금도 사람들을 분노케 만들고 있다.

 

"잘못했어요, 아저씨 살려주세요."

 

112의 부실 대응, 경찰의 늑장 대응으로 그녀는 결국, 꽃다운 청춘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또 있다. 바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유가족 아픔 고려하지 않은 <조선> 보도

 

4월 9일자 <조선일보> 13면에 실린 해당 기사 ⓒ 조선PDF

4월 9일자 <조선일보> 13면에 실린 해당 기사 ⓒ 조선PDF

<조선일보>는 지난 9일자 신문 13면에 국과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기사를 보도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마치 가축을 도살하듯 뼈만…"이란 섬뜩한 문장으로 시작된 이 기사는 팩트(Fact)를 전달하기 이전에 독자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먼저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보도를 접한 경찰청 한 홍보 담당자도 "피해자 시신 상태를 이번처럼 상세히 기술한 기사는 본 적이 없다"며 "피해자 가족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기자는 서두에 쓴 공포스러운 문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듣기에도 거북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말을 그대로 인용했다.

 

'너무 엽기적이어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봉지 하나당 20여점씩 살점 덩어리가 총 280여점이 담겨 있었다', '오씨가 A(피해자) 씨의 온몸을 난도질한 상태였다' 등 거론하기조차 불편한 문장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썼다.

 

이 기사가 온라인에 뜨자 타 언론사뿐 아니라 누리꾼들까지 유족들이 받을 고통과 사안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내용을 그대로 퍼날랐다.

 

<조선> 관계자 "팩트에 중점 두고 썼다"... "부관참시"

 

지난 10일, 꼭 숫자를 언급하면서까지 시신의 훼손 상태를 언급할 필요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선일보> 한 관계자는 "담당 기자는 사건의 중요도를 고려해 팩트에 중점을 두고서 기사를 작성했다"고 짧게 해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번 기사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천에 거주하는 홍아무개씨는 "280조각이라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놀라움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며 "시신의 훼손 상태까지 상세히 언급한 <조선일보>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주민도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안타깝다"면서도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의 중요성을 떠나 죽음을 또 다시 파헤치는 부관참시나 다름없다"며 흥미 위주의 언론 행태를 꼬집었다.

 

이번 수원 살인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은 <문화일보>다. <문화일보>는 '출동 경찰 13시간 헤매는 사이 범인 살해 뒤 밤새 시신 훼손(4일 4일자)'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단순 범죄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동아일보>는 즉각 관련 기사를 내보냈지만 <조선일보>는 이보다 늦게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 <조선일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던 중 <조선일보>가 9일 터트린 '280조각' 관련 기사는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국과수 법의학팀 관계자는 지난 10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부검을 담당했던 법의학관이 그런 발언을 할 리도 없고 누가 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과수 관계자도 "일체 언급할 수 없으며,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경찰청을 통해 얘기를 들어라"라고 답했다.

 

이날 기자는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법의학팀 소속 직원 2명과 잇따라 통화했지만 명쾌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으며, 경찰청 홍보 담당자도 국과수가 왜 그런 멘트를 했는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과수를 관리 감독하는 행정안전부 홍보담당관은 "<조선일보> 9일자 기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경위를 조사했지만, 시신의 훼손 상태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또 다시 고통을 주는 말을 누가 함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또다른 행정안전부 조사담당관은 "국과수 직원들의 발언내용을 갖고서 직권 조사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피력했다.

#조선일보 #수원살인사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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