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투표장 인증샷 ⓒ 이민선 투표하러 간다고 하자 여덟 살 아들 녀석이 어디 멀리 가는 줄 알고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좀 멋쩍었다. 채 5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 가면서 치르는 이별 의식 치고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거창하다. 그래도 기분은 '새콤달콤'. 투표 장소는 내가 사는 아파트와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한 경로당. 씩씩하게 걸어들어가니 불과 세 시간 전까지 한 이불 속에 있던 아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인 양 "어서 오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하며 사무적으로 맞는다. 아내는 투표 참관인이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를 받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 이놈의 소심증은 마흔이 넘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 되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이제야 투표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됐기 때문이리라 답을 내가며 기표소로 들어갔다. 모두 익숙한 이름이다. 명함 받고 악수한 일밖에 없는데도 몇 달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름이라 그런지 친한 사람 같았다. 누구를 찍을 것인지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사람은 오락가락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오래전에 점 찍어둔 후보와 정당이 있어 갈등을 할 필요는 없었다. 기표를 마치고 나와서 기표 용지를 투표함에 집어넣으며 "이곳에서 인증샷 찍어도 될까요?" 하고 묻자 약속이라도 한 듯 여러 사람이 "안 돼요" 하며 손사래를 쳤다.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 했지만 꾹 눌러 참고 투표소 밖으로 나와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투표소 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표지와 내 얼굴을 모두 잘 나오게 찍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셔터를 몇 번이나 눌러댔지만 맘에 드는 구도가 나오지 않았다. 좋은 구도를 잡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을 때, 그 모습이 답답해 보였는지 학생인 듯한 투표 안내원이 반가운 제안을 했다. "제가 찍어드릴까요?""네, 한 장 부탁할게요." 투표율 70% 넘으면 70킬로그램으로 다이어트!이렇게 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투표는 막을 내렸다. 투표는 마쳤지만 할 일이 한 가지 더 남아 있었다. '인증샷'을 주변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다. 달랑 사진 한 장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올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몇 자 끄적거려서 보낸다는 게 엄청난 약속을 하고 말았다. "방금 투표, 오전 8시 30분경. 투표율 높이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유명인은 아니지만 약속 한 가지. 투표율 70% 넘으면 몸무게 70킬로그램 만들고 다이어트 수기 쓰겠습니다. 지금 몸무게 82킬로그램."다이어트는 정말로 자신 없는 일이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꼭 의지력 문제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10년 전, 그 어렵다는 금연도 성공했던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엄청난 약속을 한 것은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세력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도 달라진다. 세금 액수도 그들이 결정하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그들이 결정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크고 중요한 대부분을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투표장에만 들어서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다. 유명한 사람들이 투표율 70%가 넘으면 재미있는 일을 한다고 약속했다. 공지영 작가는 얼굴에 점 찍고 캉캉 춤을, 남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치마 입고 춤을 추겠다고 했다. 개그맨 김제동씨는 장가를 간다고 한다. 다음주쯤 이들이 춤추는 모습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김제동씨가 결혼하는 모습도 몇 개월 후에 봤으며 좋겠고, 나도 독한 맘 먹고 다이어트에 돌입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우리 아이들 미래를 결정할 사람을 뽑는데, 최소한 70% 정도는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투표 추천8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이민선 (doule10) 내방 구독하기 궁금한 게 많아 '기자' 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환경부 금지한 일회용 컵 사용, 안양·군포 더 늘어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이화영 "검찰 진술세미나, 술 마시며 한번, 술 없이 수십번"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AD AD AD 인기기사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여러분이 투표해 주시면 제가 살 뺄게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단독] 한동훈 공격 '70억 여론조사'...실제 지출 내역 따져보니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초등학생의 문화유산 해설... 사투리에 무릎을 쳤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