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문재인의 물건은 '바둑판'이란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는 본격적으로 남자의 물건에 관해 말한다. 이름만 대면 고개를 끄덕일 남자들의 물건을 풀어놓는다. 문재인이 문제야. 저자는 "인터뷰 대상 중 문재인이 제일 재미없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인터뷰를 재미있게 하려고 해도 그는 단지 "하하하" 하고 웃어 버린단다. 사람 좋은 웃음이다. 그러나 저자에겐 난처한 웃음이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대선주자로서 그의 몸값을 생각하면 여기서도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하는데, 딱히 그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그는 스스로의 우직한 진정성을 닮은, 별로 고급스럽지 않은 두꺼운 '바둑판' 위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턱을 괸 채 바둑판을 응시하는 그에게서 이토록 수다스러운 세상을 조율할 기운을 발견한다. 그의 책 <운명>은 진지하게 읽었다.
경계인 조영남의 '뿔테 안경'을 고집하는 이유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조영남은 '경계인'이다. 가수, 화가, 신학, 평론, 작가, 그리고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까지 '경계인'으로서 그의 줄타기는 매번 아슬아슬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열에 일곱 번은 채널을 돌려버린다. 한 마디로 별로다.
세상을 시끄럽게 사는(혹은 그렇게 만드는) 사람에 대한 반감이긴 하지만, 나는 '경계인'보다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장인'이나 '명장'을 더 높이 산다. 그는 감각적 '레토릭'과 예술적 '포트폴리오'를 너무 남발한다.
반면, 저자는 그의 이런 예술적 '재능'과 '끼'를 상찬하며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구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평화의 논리가 미혼인 내게는 꽤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는 안경에 집착한다. 그의 커다란 뿔테 안경 사랑은 나름 신체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스케치북, 벼루, 계란받침대, 수첩, 그리고 책상카톨릭 신부같은 국민배우 안성기의 물건은 '스케치북'이다. 독일 생활을 오래한 차범근은 아침식사를 위한 '계란 받침대'를 빼놓지 않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신영복 교수는 '벼루'에 집착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인 '디지로그'를 설파했던 이어령은 '책상'에 집착한다. 그에게 책상은 작은 섬이다. 외로움을 털어버리고 위안을 얻으려는 욕망의 결정체다. 저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작업대 위의 컴퓨터도 그가 집착하는 물건이다.
시인 김갑수는 '커피 그라인더'에 집착한다. 나는 이 양반을 잘 모른다. 책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에서 그를 몇번 보았고, 책을 많이 읽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이 많구나 생각했을 정도다. 한때 운동권이었던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수첩'에 집착한단다. 천재의 기억보다 바보의 기록이 더 정확하다는 그의 지론대로라면 수첩을 향한 집착은 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꼬장꼬장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나도 수첩을 가지고 다니긴 하지만 집착하는 정도는 아니다.
하얀 침대 시트를 대신하는 김정운 교수의 '만년필'저자인 김정운 교수의 물건은 만년필이다. 그는 만년필에 집착한다. 그의 첫 번째 물건은 만년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가 원하는 물건은 하얀 시트가 덮여 있는 침대였다. 매일 하얀 시트에 덮인 침대에서 잠자고 일어나는 것이 그의 물건이자 욕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무서운(?) 아내 때문에 그가 일부다처제를 채택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 태어나지 않는 한 결코 이룰 수 없는 소원이다. 해서 그는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을 '몽블랑'이나 '파카'에 집착한다.
더욱이 만년필은 그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아들이자 아버지로서 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물건이다. 그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만년필에 투영했듯이 아들과의 갈등과 화해는 그가 아끼는 만년필인 '파바카스텔' 속으로 투영된다.
나를 설레게 하는 남자의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