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팬션, 개 때문에 유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SBS '못 말리는 난봉꾼'으로 소개된 춘봉이, 그가 사는 곳

등록 2012.04.17 17:03수정 2012.04.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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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522회에 '못 말리는 난봉꾼'으로 소개된 춘봉이의 모습. 춘봉이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Grey hound)종으로 영국왕이 말(馬)하고도 안 바꾼다는 바로 그 개(犬)다 ⓒ SBS TV 동물농장 캡쳐


여자만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 여수의 한 바닷가 마을. 이곳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탈출을 밥 먹듯 한다는 탈출견을 부르는 소리가 그것.

"춘봉아 이리 온! 춘봉아-춘봉아~ 아이구 내가 미쳐... 춘봉이를 철창에 가둘 수 있어야지, 가둬 놓으면 아무리 높은 철창이라도 타고 넘어 버린다니까요."


춘봉이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동료와 함께 MTB 자전거를 타고 떠난 16일 오후. 여수시 화양면 관기초등학교를 지나 창무마을로 오르면 환상의 산악 자전거 라이딩 코스가 시작된다. 낑낑거리며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니 이산 저산 너머 굽이굽이 이어진 여자만에 압도된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여자만은 한 폭의 수채화다.

구불구불한 산길로 한참을 내려오는데 동료의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 오늘은 여기서 반환점을 돌아야 하나보다. 산 위에서 마을로 접어드니 75도쯤 되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온다. 이내 이천 마을에 당도한다. 쏜살 같은 속력의 스릴도 잠시 한눈에 압도하는 그림 같은 집이 턱 눈앞에 나타났다. 이름하여 '푸른바다 펜션'이다. 산밑에 자리한 이곳은 화양면 이천리 440번지에 위치해 있다. 내가 꿈꾸던 전원생활의 대상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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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가 살고 있는 화양면 이천리 440번지에 위치한 '푸른바다 펜션'은 약 800평의 정원이 가꾸어 진 전망좋은 펜션이다. ⓒ 심명남


영국왕이 말이랑도 안 바꾼다는 '권춘봉'

정원에서 솔잎을 따고 있는 주인에게 집구경을 부탁하니 흔쾌히 승낙한다. 대문 앞을 장식한 큼지막한 알림판에 '엑스포 추천 민박집'이라는 문구와 함께 'TV에 소개된 춘봉이 집'이란 홍보가 눈길을 끈다. 춘봉이는 개의 이름이다. 이름하여 권춘봉. 이곳 주인의 성이 권씨라서 개에게도 주인의 성씨를 그대로 붙였단다. 개에게 주인이 성까지 주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과연 어떤 사연일까?

춘봉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작년 7월이다. SBS <TV 동물농장> 522회에 '못 말리는 난봉꾼'으로 소개된 바 있다. 춘봉이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Grey hound)종이다. 영국왕이 말(馬)하고도 안 바꾼다는 바로 그 개(犬)다.


그레이하운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견종으로 일컫는데 시속 70km를 달릴 수 있는 경주견이다. 특히 춘봉이는 4명의 부인이 있는 바람둥이다. 그런데 암컷들을 찾아 매일 견사를 탈출하는 못 말리는 행각에 주인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희대의 난봉꾼으로 소개되었다. 이곳은 펜션보다 춘봉이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춘봉이는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암컷들만 보면 환장을 해요. 낳은 새끼들이 주렁주렁 달렸어요. 난봉꾼도 이런 난봉꾼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동네에서 아주 소문난 개가 되었죠, 춘봉이만 뜨면 개들이 비상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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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522회에 '못 말리는 난봉꾼'으로 소개된 춘봉이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 심명남


주인장 홍정녀씨는 춘봉이를 가두는 것을 포기했단다. 아무리 꼭꼭 문을 걸어 잠그고, 2.5m 이상 높이의 견사에 가두어 놔도 바로 철창을 넘어 탈출한단다. 타고난 바람기를 가진 춘봉이는 암컷들이 살고 있는 견사로 달려가 과도한 애정행각을 펼친단다.

그래서 주인은 암컷이 있는 견사에 자물쇠를 꼭꼭 잠가뒀다. 또 이곳에는 30여 마리의 많은 개를 키우고 있다. 멧돼지를 사냥하는 바비, 도루시 등 뛰어난 사냥견과 도그쇼에서 금상을 받은 개들도 많다. 전국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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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춘봉이는 견사에 갖힌 암컷들에게 애정행각을 펴며 구애를 펼치고 있었다. ⓒ 심명남


홍정녀씨는 요즘이 제일 바쁘단다. 엑스포 숙박업소로 지정된 탓에 여수엑스포를 보러 오는 손님들의 예약전화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여수로 이사를 와 10년 전부터 이곳을 가꾸어 온 홍씨 덕에 약 800평의 정원에는 꽃이 만발했다. 아래채 위채에 있는 2곳의 숙박시설에서 보는 여자만의 전망도 일품이다.

특히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야외바비큐장과 우천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시설은 이곳 펜션의 또 다른 볼거리다. 바람둥이 춘봉이도 보고 그림 같은 여자만의 풍경도 즐기고. 엑스포를 보러 오는 구경꾼들에겐 이곳은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춘봉이 #TV동물농장 #푸른바다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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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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