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반에 벚꽃이 조금 덜 폈드래여"

[동해안 강릉의 푸른 바다 호수길②] 경포호 벚꽃축제

등록 2012.04.18 10:53수정 2012.12.1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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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돌자 경포호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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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뒤로 보이는 인월사터와 방해정 ⓒ 이상기


경포호를 한 바퀴 도는 길이 경포로다. 경포로는 인월사 터와 방해정, 참소리 박물관, 경포대를 거쳐 호수의 끝까지 간 다음 교산교, 허난설헌 생가, 조류 전망대를 거쳐 경호교로 이어진다. 전체 길이는 4㎞쯤 된다. 경포호 초입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 아직 벚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2012 경포 벚꽃잔치를 찾는 손님들을 위한 꽃마차가 대기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길을 건너 경포호쪽 길을 따라 걷는다. 물가에는 누런 갈대가 무성하고, 그 옆으로는 버드나무 잎이 연두색 잎을 틔우기 시작한다. 조금 더 가자 경포호의 전설을 알리는 표지석이 하나 나타난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 경포에는 원래 큰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의 최 부자가 인색하게도 시주를 청하는 스님을 박대해 그의 집터가 호수로 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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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 ⓒ 이상기


강릉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최 부자, 그는 곳곳에서 부정적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강릉을 대표하는 성씨가 강릉 최씨여서 최 부자가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수임영지(增修臨瀛誌)>나 <강릉의 설화>에 보면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포호의 전설은 우리나라 못과 호수에 일반적인 '장자못 설화'의 변형으로 보는 게 맞다.

경포호의 한 가운데는 현재 새바위가 있고, 우암 송시열이 쓴 조암(鳥巖)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곳에는 또한 팔각정도 세워져 있다. 길을 따라가면서 인공 벚꽃나무가 보이고, 이들을 지나자 실제로 하얗게 꽃을 피운 벚나무가 나타난다. 이 지역에는 소나무가 있지만 벚꽃의 화려함에 그 빛을 잃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벚꽃 가로수 사이로 홍장암과 인월사 옛터가 보인다.

홍장암, 인월사 옛터 그리고 방해정

홍장암은 기생 홍장(紅粧)의 전설이 전해지는 바위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 초 교주 강릉도 안렴사(交州江陵道按廉使)를 지낸 박신(朴信, 1362-1444)이 이곳 경포호에서 배를 타고 강릉 기생 홍장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증수임영지(增修臨瀛誌)> 등에 수록되어 있는데, 목민관이 기생에 빠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홍장이 읊은 시조 한 수가 <교주해동가요(校注海東歌謠)>에 실려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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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암 기념조형물 ⓒ 이상기


한송정(寒松亭) 달 밝은 밤 경포대(鏡浦臺) 물결 잔잔(潺潺)
유신(有信)한 백구(白鷗)는 오락가락 하건만은
어떠타 우리의 왕손(王孫)은 가고 아니 오는고


이 시에서 홍장은 고려 왕조의 몰락을 아쉬워한다. 아마 박신의 감정을 홍장이 대신 표현했을 수도 있다. 박신은 고려말 정몽주의 문인으로, 1385년(우왕 11) 문과에 급제 사헌규정(司憲糾正)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그는 조선 개국에 참여 원종공신이 되고, 1394년 강릉도 안렴사가 되었다. 더욱이 태종 때에는 이조판서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러므로 박신은 홍장의 시처럼 끝까지 절의(絶義)를 지키지는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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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정 ⓒ 이상기


인월사(印月寺)는 삼국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전해진다. 이곳에는 신라 사선(四仙)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있다. 고려 충숙왕 13년(1326) 강릉도 안렴사 박숙(朴淑)이 이곳에 경포대를 건립하면서 폐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말에는 이곳 경포호반에 다시 방해정(放海亭)이 지어졌다. 방해정은 1859년(철종 10년) 통천군수를 지낸 이봉구(李鳳九)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해체된 강릉 객사(客舍)의 건축자재를 이용해 지었다. 누마루가 있는 별당 형식의 정자로, 경포호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1940년 이봉구의 증손인 이근우가 크게 수리하고, 주변의 땅을 정원으로 꾸며 이가원(李家園)이라고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방해정은 1976년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었다. 방해정은 현재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그 앞에서 우리는 경포호를 다시 한 번 조망하고 시루봉 등산로로 오른다. 등산로를 따라 가면 경포대 옛터가 있어 좀 더 높은 곳에서 경포호를 조망할 수 있다.

경포대 옛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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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사 석불입상 ⓒ 이상기


길을 따라가다보니 최근에 다시 생긴 인월사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입구 한쪽으로 부처님이 한 분 서 계신다.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하고 있는 석불입상이다. 그리고 관음전과 대웅전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창립 4주년을 기념하는 법회가 4월 17일 관음전에서 열린다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내용을 살펴보니 '배우 강부자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절을 나와 나는 다시 산길을 오른다. 주변에 무덤이 여럿 보이고 무덤에는 할미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언덕 위에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여러 가지 체육시설이 있고, 전망대도 있다. 그런데 이곳이 바로 경포대 옛터다. 바로 이곳에서 앞에 언급했던 신라 사선이 노닐었다고 한다. 이들 사선은 신라시대 화랑이었던 영랑, 술랑, 남석행, 안상(永郞, 述郞, 南石行, 安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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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옛터 ⓒ 이상기


경포대는 인월사 자리에 1326년에 세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출토되는 와편을 통해 그 이전에 경포대가 건립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경포대는 조선 전기까지 그 자리에 있었고, 1508년(중종 3) 강릉부사 한급(韓汲)이 현재 경포대 자리(저동 94번지)로 옮겨지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경포대 옛터는 잊혀진 장소가 되었다.

최근에 만든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솔밭 너머로 경포대가 조금은 멀리 보인다. 현재의 경포대가 호숫가에 바로 연해 있다면, 옛 경포대는 호수로부터 조금 더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 인월사와 경포호를 내려다 볼 수 있고, 북쪽으로 경포현대아파트와 안현천을 바라볼 수 있다. 이곳 경포대 옛터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지금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벚꽃이 30% 정도 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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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 벚꽃 ⓒ 이상기


점심 식사 후 우리는 시루봉으로 올라가지 않고 바로 경포호반길로 내려간다. 경포벚꽃축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다. 길 주위에는 벚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한 30% 정도 개화된 상태다. 일부 빠른 것들은 만개했지만 아직 꽃봉오리를 터뜨리지 않은 것들도 많이 보인다. 경포벚꽃축제는 4월 13일에서 4월 19일까지 일주일간 계속된다.

경포벚꽃축제는 1993년부터 열렸으니 올해로 20년째다. 매년 강릉시교향악단, 강릉시립예술단음악회, 그린실버악단의 공연, 강릉 관노가면극, 강릉 농악, 노래자랑, 시문학회 등이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강릉 바우길 5구간 바다호수길 9㎞를 걷는 행사가 추가되었고, 경포대 주변에 놀이시설과 작은 규모의 난장이 만들어졌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벚꽃이 늦게 피어 행사가 늦어진 편이다.

참소리 박물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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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음기 ⓒ 이상기


경포대로 오르기 전 우리는 참소리 박물관을 지난다. 참소리 박물관은 축음기와 오디오, 비디오 박물관이다. 정확히는 축음기 박물관과 에디슨 과학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축음기, 뮤직박스, 라디오, TV, 에디슨이 발명한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 5000여 점의 소리와 과학 발명품이 전시되어 있다. 참소리 박물관은 1982년 송정동에 처음 개관할 때 참소리방이라 불렸다. 1992년 11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2007년 4월 10일 지금의 경포 호반으로 확장 이전되었다.

현재 참소리 박물관은 소리(Sound) 특화박물관인 축음기 박물관과 과학(Science) 특화 박물관인 에디슨 과학박물관의 이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야외에 자동차 전시관이 따로 있다. 그리고 수장고에는 3500여 점의 소장품이 더 있으며, 이들은 교환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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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토스코프 ⓒ 이상기


현재 축음기 박물관에는 소리를 내는 축음기, 뮤직박스, 라디오, TV 등 2500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전용 음악감상실이 2층에 마련되어 있다.

에디슨 과학박물관에는 에디슨의 3500가지 발명품 중 약 2500점 정도가 전시되어 있다. 에디슨의 발명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전구, 전화기, 축음기, 영사기가 있다. 이들 중 최초의 축음기인 틴포일, 최초의 영사기인 키네토스코프, 에디슨 전기회사의 대표적인 생산품인 다이나모 발전기 등이 유명하다.
#경포호 벚꽃축제 #홍장암 #인월사터와 방해정 #경포대 옛터 #참소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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