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가미카제 탁경현
자료사진
주말 전국적으로 강풍과 함께 비가 내려 봄꽃이 다 졌습니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는 벚꽃구경을 나온 인파들로 넘쳐났습니다. 그 벚꽃도 이제는 대부분 지고 꽃받침대만 남았을 겝니다. 이맘때쯤이면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쿠라(벚꽃)' 꽃이 한창입니다.
한국에서 진해와 서울 여의도가 벚꽃으로 유명하다면 일본에서는 도쿄 우에노(上野)공원의 사쿠라 꽃이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사람들 중에는 사쿠라 꽃을 보면 '가미카제(神風)'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를 맞춰 기획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일요일(15일) 밤 KBS 1TV <역사스페셜>에서 '조선인 가미카제 탁경현의 아리랑'을 방영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탁경현'이란 이름은 낯설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제법 익숙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는 조선인 출신 가미카제였습니다. 1945년 5월11일 자살특공대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미국 함대로 돌진했다가 실패한 그는 그 후 오키나와 해상에서 스물넷의 꽃다운 나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출격 전날 그는 평소 자주 찾던 식당에 들러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지었다고 전합니다.
지난 2001년 그의 비극적 삶을 다룬 영화 <호타루>가 상영돼 일본 전역에서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데, '호타루'는 우리말로 '반딧불이'라는 뜻입니다. 현재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일본의 극우파들에게 '군신(軍神)'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2007년 5월 그의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그의 위령비를 건립하려다 친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국어사전에서 '산화(散華)'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침'이라고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봐온 익숙한 용례로는 '조국을 위해 장렬히 산화(散華)하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수류탄을 들고 산화(散華)한 무명용사들' 등이 그것입니다. 조국을 위해, 혹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값진 희생을 일컫는 셈이죠.
그런데 원래 이 말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관무량수경>에 따르면 극락세계는 마당이 칠보로 덮여 있고 여러 가지 꽃들로 향기가 그윽한데 극락왕생을 바라는 중생들은 꽃을 뿌려 부처를 공양하였다고 합니다. 즉 불전에 꽃(華)을 뿌려(散) 공양하는 것을 '산화(散華)'라고 합니다. 산화 공양은 삼국시대부터 치러졌으며 초기에는 생화(生花)를 뿌리다가 후대로 오면서 연꽃잎 모양의 종이꽃을 뿌렸다고 합니다.
한편,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해군 소속 비행기를 몰고 미국 군함에 돌격한 특공대, 즉 '가미카제'들의 죽음을 일러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산화(散華)'라고 불렀습니다. '사쿠라 꽃(華)이 지(散)듯'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 것입니다. 우리 국어사전에서 '산화(散華)'의 의미를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침'이라고 정의한 것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말하자면 이 역시 일제 잔재인 셈이지요.
'확실한 죽음'을 의미한 자살 특공대... 성공률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