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믿음으로 일궈낸 성공스토리

두산아트센터 국내 최초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등록 2012.05.01 21:52수정 2012.05.0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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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한장면. 배우들이 직접 악기연주를 하며 다채롭고 풍부한 음악의 뮤지컬을 선사한다. ⓒ 문성식 기자


두산아트센터에서 4월 29일 관객들의 열띤 갈채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린 국내 최초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조용신 작, 정예경 작곡)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2010년 5월 처음 작품구상을 하며 8월 배우 오디션을 할 때만 해도 몰랐다. 2011년 5월에는 모비딕 프로덕션을 설립하였고, 6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DIMF 공연을, 7월에는 두산아트센터 소극장인 space111의 초연에서 공연 3주 만에 전회 매진을 기록하였다. 드디어 2012년 2월에는 주식회사 뮤지컬 모비딕을 설립하고 3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중극장 규모에 해당하는 두산아트센터의 연강홀에서 공연하기에 이른다. 

보통 뮤지컬은 좋은 스토리를 음악으로 꾸며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이 뮤지컬 <모비딕>은 거기에다 배우들이 직접 공연의 모든 음악을 연주한다. 악기는 현장감 있는 극의 스토리 안에서 각 캐릭터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며, 또한 인물들 간에 서로 공감하고 교류하는 조화로운 통로를 만들며 하모니를 이룬다.
 
원래 '모비딕(Moby Dick)'은 미국의 소설가 H.멜빌이 1851년에 지은 장편소설로 우리나라에는 흰 고래라는 뜻의 '백경(白鯨)'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포경선 피쿼드 호의 선장 에이헙(Ahab)은 고래에 대한 복수심으로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흰 고래를 찾아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등을 항해한다. 어느 날 돌연 흰 고래가 나타나고 3일간의 사투 끝에 선장은 작살을 명중시키지만 결국 고래에게 끌려 바다 밑으로 빠져 들어가고 피쿼드호도 침몰한다. 단 한 사람 선원 이스마엘 만이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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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비딕'의 두 주인공 퀴퀘그(바이올린, 지현준)와 이스마엘(피아노, 신지호 분). 악기로 화음을 맞추며,때론 배틀을 벌이며 점점 친해져 간다. ⓒ 문성식 기자


거대한 바다라는 공간을 상대로 음침하고 퀘퀘한 배 안에서 남자들의 생존과 우정이 펼쳐진다. 뮤지컬 <모비딕>은 극중 인물의 성격에 맞게 악기를 배치하였다. 주인공 이스마엘(신지호, 윤한)은 선율과 화음 모두 가능한 피아노로 이야기를 설명한다. 이스마엘과 친구가 되는 작살잡이 퀴퀘그(KoN,지현준)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피아노의 이스마엘과 화음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대결로 서로를 알아간다. 바이올린 활이 작살을 연상시킨다.

위협적이고 음산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저음의 첼로는 선장 에이헙(황건)이다. 1등 항해사 스타벅(이승헌,유승재)은 현란한 기타를 연주하고, 선장에게 대항하지만 결국 선장에게 연민을 품게 된다. 자만심으로 가득찬 3등 항해사 플라스크의 트럼펫과 플루겔 혼(유승철), 클라리넷과 색소폰(조성현)은 먼 바다를 관측하는 망원경도 되는 등 관악기의 사용이 재미있다. 더블베이스는 2등 항해사 스텁(황정규)과 극의 모티브가 되는 흰 고래 모비딕을 표현하며 저음악기답게 모두를 포용한다.

자연스러운 음악과 함께하는 이야기에 빠져들 즈음, 다시 한번 이 이야기가 남자들의 이야기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남자들만의 이야기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사실 남자 관객들에게는 더 와닿을 수도 있는 박진감 있는 갈등구조가 배우의 노래만이 아닌 악기의 연주와 뮤지컬 넘버로 함께하기 때문에 시종일관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에이헙 선장 역의 황건이 첼로를 연주할 때면 정말로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카리스마 있는 첼로 저음과 비브라토는 먼 음산한 바다와 풍랑을 연상시키는데, 연주를 할 때 그의 눈빛은 특히나 공허하고 예지력으로 가득 차 보인다. 다른 배우들이 악기 전공자들인데 반해 혼자 비전공자로 배역을 소화하면서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첼로의 특성으로 선장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모습이 대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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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헙 선장(첼로, 황건 분)과 퀴퀘그(바이올린, 지현준 분)과 바다의 정령 네레이드(왼쪽, 피아노, 목소리, 이지영 분). 특히 에이헙 선장의 음산한 첼로가 압권이다. ⓒ 문성식 기자


이스마엘 역의 신지호와 퀴퀘그 역의 KoN은 그들의 탄탄한 연주 실력으로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 모두를 충족시켜 주었음은 물론이거니와, 2010년 초연부터 이 극에서 함께해 온 서로의 호흡으로 두 주인공이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풀어내주며 극 초반부터 단번에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었다.   


위대한 고전소설을 극본으로 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낭비적이지 않고 응집적인 음악과 음향의 역할이 이 뮤지컬에 빠져들게 하는 원동력이다. 전문 연주자이자 배우들이 펼치는 음악의 향연은 서로 경연을 하듯 혹은 대화를 하듯 자연스러운 톤으로 말하듯이 대사를 대신하여 극을 구성해 나간다.

프로그램지에 적힌 정예경 음악감독(작곡,작사,편곡, 음악감독)의 말대로 이 작품의 컨셉인 '하이브리드' 답게 음악은 클래식, 팝, 재즈, 락, 컨템포러리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재료가 작곡가 자신의 색채로 녹아났기 때문에 뮤지컬 넘버와 BGM 등 내부의 모든 음악이 통일되어 있다. 또한 이 뮤지컬에서 악기는 음악적 도구이자 연기의 일부분이다. 즉 악기는 연기와 따로가 아니고 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필수 구성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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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비딕'에는 원작에는 없는 바다의 정령 네레이드(피아노, 목소리, 이지영, 차여울 분)라는 여성캐릭터로 바다의 모든 생명체와 선원들까지 굽어보는 초현실적 존재를 설정하여 극의 재미를 더하였다. ⓒ 문성식 기자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에 소규모 창작공연이 인기를 얻으며 3년에 걸쳐 중극장 공연으로 확대되기까지, 한마디로 뮤지컬 <모비딕>의 성공은 '액터-뮤지션 뮤지컬' 이라는 국내에는 생소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믿고, 작가, 작곡가, 프로듀서와 모든 스텝이 합심하고 고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관객에게는 새로운 형식을 경험하며 음악과 연기의 향연에 흠뻑 빠지는 기쁨을 안겨 주었으며, 뮤지컬계에는 새롭고도 작은 아이디어가 크게 확대되어 선풍적인 인기몰이로 도달하는 성공 사례를 남겨 주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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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비딕 #두산아트센터 #신지호 #KON #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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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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