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준위폐기물로 분류된 폐아스콘노원구청 뒤 공영주차장에서 저준위폐기물로 분류된 폐아스콘. 분류작업이 현재 98%완료됐으며 원자력안전위의 정밀검사를 통해 최종 폐기장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강민수
지난해 11월 1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검출된 방사능이 대체 어디서 왔는지는 아직도 해명되지 않았다. 또 아스콘이 철거되고 방사성 폐기물 분류작업이 시작되기까지 4개월이나 걸렸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노원소방서는 지난 2011년 11월 1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907번지 두 곳에서 기준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추가 조사 결과 월계동 277번지에도 방사능이 검출됐고, 4일부터 이 세 곳의 아스팔트 포장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그 뒤 일주일 만에, 원자력안전위원회(안전위)는 자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세슘 137이 월계동 아스콘에서 발견됐다는 분석결과를 냈다. 보도자료에서 안전위는 "세슘 137이 1.82~35.4 Bq/g로 아스팔트 재료에 혼합됐다"고 밝혔다.
안전위는 이 수치가 아스콘을 원자력안전법 및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할 만한 정도라고 판단했고, 이미 철거된 아스팔트 330톤을 일반폐기물과 방사능폐기물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236톤을 노원구청 뒤 공영주차장에, 나머지 94톤을 마들체육공원 내 공사 중인 수영장에 임시 보관했다.
그러면서도 안전위는 "인근 주민들이 받는 연간 방사선량은 0.51~0.69mSv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이 수치는 원자력안전법에서 정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1mSv, 인체에 해가 없다고 생각되는 방사선의 양적한계)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안전위는 지난 2011년 10월 26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상설 기구로, 원자로 관계 시설과 방사성 물질ㆍ폐기물 등의 검사와 규제 및 국내외 원자력 사고에 대비한 핵 안보 업무를 담당한다. 원자력 진흥기구와 원자력 구제기구의 업무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따라 신설된 기구다.
"해외 자재 수입 과정에 방사능 검사 추가해야" 그렇다면 핵분열 과정에서만 생긴다는 세슘을 포함한 이 아스콘은 어디서 왔을까? 안전위는 "국내 도로포장과 관련된 아스콘에 방사성물질 혼입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국내 모든 정유사, 철강회사, 아스콘 제조업체 등에 대한 총체적인 실태조사를 금년 말까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스콘 제조업체 실태파악과 관련해 안전위의 한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아직 실태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언제쯤 가능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조사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지난해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겠다고 계획했지만 올해 4월 말 현재에도 "진행 중"이라고만 답변하고 있는 것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아스콘의 방사능이 해외 골자재에서 유입됐을 것이라 본다. "안전위에 방사능 유입 방지 시스템을 건의했지만 언제나 묵묵부답이다"라며 "골자재들이 어디서 유입됐는지 검찰, 경찰에서 조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결방안으로 "해외 자재들 반입 과정에 방사능 검사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아스콘 처리에 관여한 노원구청 토목과 관계자는 "방사능이 검출된 아스콘은 경기북부 아스콘협동조합이 조달해 모 업체에서 2000년에 설치한 것으로 이 회사는 2003년에 폐업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유입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스팔트 방사능 검출은 월계동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서울 강동 마천동 도로와 경북 포항 남구 유강리 송도동 도로, 경주 감포읍 도로 등 세 곳에서 방사능 아스팔트가 신고됐다. 4월 22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서울 마천동 도로의 방사능이 함유된 폐아스콘 107톤은 분류되지 않은 채 수도권 매립지에 매립됐다. 전국에 걸쳐 방사능 아스팔트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은 방사능 아스팔트의 유입 경로를 밝혀내 차단하는 일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철거 후 폐기물 분류작업까지 4개월이나 지체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