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공연에 반대하던 목사가 트위터로 공연 내용을 중계하고 있다.
강인규
차라리 레이디 가가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 후 비판적 수용을 권하는 편이 현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 지도부가 채택한 성명서는 왜곡된 정보 투성이었으며, 그들이 가가에 보인 태도는 증오와 음해에 가까웠다. 일부 교인은 '병이 나든지, 사고가 나서 공연을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누가 누굴 저주하고 누가 폭력을 조장하는지 모르겠다.
교회의 앞뒤 안 맞는 행동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레이디 가가 공연을 잠시만 봐도 큰일이 난다면서, 수십 회 공연 중 가장 폭력적인 장면만 편집해서 유포하는 건 뭐란 말인가? 극렬한 반대운동을 벌이던 한 목사는 '모니터링' 한다며 공연장에 앉아 공연 내용을 트위터로 실시간 생중계하기도 했다. 그 해롭다는 공연을 말이다. 우습게도 그의 관전평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얌전하다'는 것이었다.
시시해 보이는 게 당연하다. 잔인한 장면만 모은 '교회 특별판'을 보며 기대를 키웠을 테니 말이다. 한국에서 특별히 얌전히 군 게 아니라, 레이디 가가의 공연 자체가 그렇다. 그것도 '18금 공연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수위를 높인 결과가 그랬다. 별 것도 아닌 걸 긁어 부스럼 만들었다는 사실을 교회 스스로 인정한 꼴 아닌가(레이디 가가가 사회문제가 된다면, 그건 교회 일각에서 배포한 '엑기스 폭력판'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교회는 편집본에 이어 직접 공연까지 관람한 목사가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는지 잘 살필 일이다. 교회 편집판을 만든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잔인한 장면만 추려 내느라 얼마나 오랜 시간 '어둠과 죽음의 영' 속을 휘젓고 다녔을 것인가. 교회의 우려대로라면 갑자기 커밍아웃을 하거나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고, 목이 돌아가거나 녹색 액체를 토해낼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주위에 고양이가 어슬렁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성애자를 처단한 히틀러교회의 공연반대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후 많은 이메일을 받았다. 황우석 연구조작과 심형래 '디워'를 비판했을 때보다 더 격한 반응이었다. 대다수가 개신교도들이었다.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해 줘서 고맙다'는 내용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항의편지였다. 이 엇비슷한 내용을 담은 메일들은 크게 세 가지 메시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당신은 교인이 아니다.2) 당신은 사탄이다.3) 당신은 동성애자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성경 열심히 읽고 기도하라'는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내가 1) 교인이 아니고 2) 사탄이라면 성경 읽고 기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가 3)이라면 자동으로 1)인 동시에 2)가 될 테니 없으니 두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성명에서 '그가 공연했던 국가마다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 통과가 쉽게 이루어지'며, 가가의 2009년 첫 내한공연 이후 '국내 동성애 허용에 대한 요청이 거셌다'고 주장했다. 미안하지만, 한국정부는 동성애를 금하고 있지 않다. 법으로 금지되지도 않았는데 뭘 '허용'하고 '합법화'한단 말인가.
어떤 교인은 내 글에서 '예수라면 고난받는 동성애자를 위로했을 것이다'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구약에 따르면, 음란죄를 지은 사람은 돌로 쳐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신앙인의 임무라고 믿는다면, 그는 왜 직접 돌을 들어 신의 뜻을 수행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