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20개 물렸던 선배 용서... 재발 방지 약속

선배에게 가혹행위 당했던 계양구청 양궁팀 선수, 가해자들과 합의

등록 2012.05.04 19:46수정 2012.05.0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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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선배의 가혹행위로 원형 탈모증과 우울증을 앓는 등 어려움을 겪던 인천광역시 계양구청 양궁팀 김아무개 선수에게 폭행과 욕설을 했던 선배들이 사과하고, 구청·양궁팀 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4일 김 선수의 가족은 "전날 가해자 A, B선수가 직접 찾아와 사과했고 오늘 오후에 만나 원만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계양구청 양궁팀은 ▲ 치료를 위해 김 선수가 2달간 병가를 이용하는 것으로 거취를 정리하고 ▲ 가해자들이 치료비 500만 원을 지원하며 ▲ 향후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김 선수의 가족들은 가해 선수들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계양구청에도 "선처를 바란다"는 뜻을 알린 상태다. 김 선수와 가족들은 "A·B선수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선수단에서 방출되는 일이 징역살이와 다름없어 선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체육계 악습으로 벌어진 일, 나쁜 관행 없어져야"

 

김 선수의 고모 C씨는 "조카가 이번 일로 양궁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터라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당장 마음의 변화는 없지만 2달 동안 몸과 마음을 추스르도록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C씨는 "체육계에서 선후배간 폭행이 많다 들었지만, 직접 겪지 않아 몰랐다"며 "이번에 뼈저리게 겪어보니 정말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보복이 두려워 말을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구청이나 양궁팀에서는 '미리 말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피해자들은 보복 당할까봐 직접 말하거나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선수가 '아무리 말해도 신경써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며 "선수들이 힘든 점을 좀 더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있어야 하고, 자치단체에서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가해 선수들도 악습을 배워 벌어진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선후배간 폭행'이라는 체육계의 나쁜 관행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양구청과 양궁팀 역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번 과정에서 많은 걸 느낀 만큼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서거원 계양구청 양궁팀 감독도 "한 달에 서너 번씩 면담을 하는데 김 선수가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이 없어 나한테도 문제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더 많이 신경 쓰고 이야기 나누겠다"고 했다. 또 "이번 일은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앞으로도 있으면 안 된다"며 "우리 뿐 아니라 체육계의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2.05.04 19:46 ⓒ 2012 OhmyNews
#인천시 계양구청 양궁선수단 #폭행 #양궁팀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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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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