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놀이마을사람들이 세워놓은 지게발을 흥겹게 건너고 있다
임재만
'지게놀이'는 임진왜란 당시부터 전승되어온 것으로 작대기 걸음마와 작대기 고누기, 지게 힘자랑은 물론 지게상여, 지게풍장, 지게 발 걷기, 지게지네발걷기, 지게꽃나비, 지게 작대기 장단, 지게 호미 끌기 놀이 등이 있다.
각각의 놀이에는 산간 서민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담은 만가, 나무꾼 타령, 논매는 소리 등이 함께 전승되어 오고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는 매년 4월경 한 자리에 모여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지게놀이'를 즐기고 있다.
예전에는 운반수단이 주로 지게였기 때문에 지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필수품이자 친구처럼 늘 마음을 함께 해주는 놀이기구였다. 특히 산촌은 생계를 지게에 많이 의존했던 이유로 사람들은 지게를 제 몸처럼 가까이 지냈다. 작대기로 지게를 두드리며 그 장단에 어깨춤을 추는 모양이 제법 흥이 묻어 있다. '자잘자잘'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사람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소리처럼 정겹기만 하다.
'지게상여' 행렬이 마당으로 나온다. 앞소리꾼의 구성진 만가가 이어진다. 마치 옛날 상여소리를 듣는 듯 구성지고 애달프다. 옛날 조상들의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 전해주는 것 같다. 만가가 끝나자 주민과 함께 하는 신명나는 풍물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지게 가마를 타고 "얼씨구~ " 덩실덩실 춤을 춘다.
산촌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팍팍했겠는가! 자고 새면 매일같이 무거운 지게를 지고 산 고개를 넘나들어야 하는 고단한 삶이! 사람들은 삶이 고단할 때마다 이렇게 흥겨운 지게 장단을 치며 힘든 마음을 달래지 않았을까 한다. 실 고을 작은 선학마을에서 펼쳐진 '지게놀이',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조그만 산촌 마을의 문화행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선학 '지게놀이'에는 소리꾼, 지게꾼 등 50여 명의 마을주민 대부분이 참여한다. 최근 선학리 마을도 젊은 사람들이 줄면서 전승 기반이 흔들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시연회에도 마을에 어린아이들이 없어 다른 마을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시연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이 어둡다.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인 관계로 '지게놀이' 전승은 물론 시연조차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출산율이 이 작은 산골마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충청남도무형문화제로 지정된 전통 '선학리 지게놀이'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놀이로 더욱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