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푼수라고 하던지, 말던지 우리 부부는 금년도 어버이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신광태
"수학여행 갔다가 목요일에 올 거야."
지난 5월 7일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 녀석은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 아침 일찍 떠났습니다.
딸아이의 카네이션 직장 내의 어버이날 아침 분위기는 참 묘합니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직원들은 마치 대단한 효자를 둔 것처럼 으쓱해 하고, 그렇지 못한 직원은 좀 풀이 죽어 있는 듯한 분위기 입니다. 물론 미혼이거나 어린 아기를 둔 직원들이야 개의치 않겠지만, 초등학생 이상 된 자녀를 가진 직원들은 괜히 주위를 의식하게 되는 날이 어버이날이 아닌가 합니다.
"8일 아침 일찍 화천에 갈게." "너 수업 있다고 했잖아." "한번 빼먹지 머~. 대신 서둘러 돌아오면 돼." 7일 저녁 퇴근을 한 내게 집사람은 대학 진학을 위해 원주시에 나가 있는 딸아이가 보내온 문자를 보여주었습니다. 녀석의 메시지 내용은 우리 부부에게 카네이션 하나 달아주기 위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집에 왔다가 바로 돌아가겠다는 말입니다.
"역시 딸은 이래서 딸인가봐!"
"그래서 뭐라고 그랬는데?" "고마운데, 네 예쁜 마음만 받을 테니 오지 말라고 그랬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딸아이는 유치원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어버이날이면 다양한 카네이션을 만들어 우리 부부 가슴에 달아주었습니다.
녀석의 유치원 시절에는 백지에 크레파스로 해바라기인지 호박꽃인지 구분이 모호하게 그린 종이꽃을 카네이션이라고 달아주곤 했습니다. 이걸 달고 출근을 하자니 좀 창피하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딸아이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에라 그냥 달고 나가자' 결정했는데, '이렇게 예쁜 카네이션은 처음 봤다'는 여직원들의 호들갑에 괜히 으쓱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매년 5월 8일만 되면 종이에 그린 카네이션에 이어 다양한 색깔의 천 조각을 이용한 솜씨를 보이기도 하더니, 커가면서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는지 꽃가게에서 파는 카네이션을 사다가 달아주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무뚝뚝한 아들이 아니란 걸 오늘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