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다시 머리끈 맨 이유

[현장] 홍대 청소·경비노동자, 노조 탄압 맞서 투쟁 선포

등록 2012.05.09 19:04수정 2012.05.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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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홍익대 정문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노조 탄압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이주영


2011년 초반 사회적 논란이 된 대학 청소·경비노동자의 열악한 권리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분노한 홍익대 노동자들은 다시 모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이하 민주노조) 소속 청소·경비노동자 100여 명은 9일 오후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집중투쟁 선포대회를 열고 ▲ 손해배상소송 철회 ▲ 교섭권 회복 ▲ 민주노조 사수를 주장했다. 

현재 노동법은 사업장마다 2개 이상의 복수 노동조합을 인정한다. 하지만 단체교섭 시 하나의 노조만 사측과 협상할 수 있다. 이른바 '교섭창구 단일화'다. 이때 조합원 수가 과반인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다.

민주노조 소속 홍대 노동자들이 다시 들고 일어선 이유도 용역업체인 ㈜용진실업이 '복수노조-창구단일화'의 노동법을 이용해 민주노조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김태완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용역업체들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전체 사업장 직원들을 가입시킨 다음, 과반을 만들어 민주노조의 교섭창구를 막는다"며 "용역회사가 민주노조를 식물노조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장은 "단체교섭권이 없으면 임금·근로조건을 사측과 협상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노동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힐난했다.

"홍대 노동자들이 이겨야 우리도..."


이날 함께 한 다른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도 복수노조-창구단일화라는 악법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경순 연세대분회 분회장은 "용역회사인 제일휴먼이 어용노조를 만든 바람에 민주노조 노동자의 3분의 2가 사측 노조로 옮겨갔다"며 "이러다가는 내년 협상시 과반을 못 얻어 단체교섭권을 잃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홍대 노동자들이 이겨야 다른 학교들도 사측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며 홍대 노동자 투쟁을 적극 지지했다.

차근철 이화여대분회 부분회장은 "용역업체들은 홍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홍대 민주노조가 과반이 아니어도 협상 가능한 '소수교섭권'을 얻어내지 못하면 다른 학교 업체들도 홍대와 같은 만행을 저지를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참가자들은 법원에서 기각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결과에 불복하고 지난 5월 7일 항소를 결정한 홍익대를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던졌다. 

이숙희 홍익대분회 분회장은 "홍익대 측이 항소하는 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며 "노동자의 보호막인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학교 측에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의도대로 민주노조가 파괴되면 또 다시 저임금·고용불안의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각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이날 투쟁선포대회를 시작으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다.
#홍대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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