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겼다(자료사진).
권우성
38년 전 나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언론 자유가 박정희 유신독재 권력에 의해 근원적으로 말살된 시절, 그 잃어버린 '자유언론'을 되찾고자 싸움에 나섰던 그때, 그리고 그 이후 역사 과정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그 평화로움이 떠올랐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굴종하고, 침묵하고 있을 때는 그렇게도 부끄러웠는데, 자유언론과 그것이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서, 그리고 이웃의 아픔과 역사의 고통에 참여하면서 나는 조금씩 떳떳해지고, 당당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게 구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구원을 통해 내게 평화가 왔습니다. 내 나이 서른 살 때 해직되었어도, 거친 광야에서 지날 때도, 긴급조치 9호로 구속이 되었을 때도, 마음의 평화는 늘 함께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나 스스로에게, 내 사랑하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그리고 이 사회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다는 떳떳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난 10일 저녁, 여의도 공원에서 본 당신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나는 38년 전 나의 모습을 보았고, 당신들도 나와 같은 평화를 경험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평화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언론인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억압된 조건에서, 언론의 기본과 상식이 다 무너져버린 세상에서, 그냥 굴종하고 침묵하는 것은 부끄러움과 치욕의 삶일 수밖에 없지요.
당신들은 그런 부끄러움과 치욕을 떨치고 일어섰습니다. 권력의 친위세력들이 조그만 권력에 취해 저마다 충성경쟁하듯 온갖 패악을 저질러도, 그것은 이제 곧 신기루처럼 사라질 허깨비짓들일 뿐입니다. 친위세력들은 마치 이 권력이 무한으로 갈 것처럼 그렇게 해직과 정직, 감봉의 칼을 마구 휘두릅니다. 총선이 끝나자 마치 자기가 승리나 한 듯 그렇게 망나니의 칼을 휘두릅니다.
그러나 정권 친위세력들의 생얼굴과 그들이 저질러온 해괴하고 희한한 짓들은 당신들의 방송독립 투쟁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7억 원을 쓰고, 어떤 무용가에게 엄청난 지원을 해주고, 도청을 하고, 그 도청된 자료가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달되고, 걸핏하면 사정없이 목을 치는 폭력을 서슴지 않는 것.
KBS, MBC 파업특보에 담긴 괴이한 이야기들